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첫 번째와 비교되기 마련이다.
'Les Dix'는 올해 무대에 올려진 '벽을 뚫는 남자' '챈스'까지 하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프랑스 뮤지컬로 네 번째쯤 되겠지만,
위 두 작품이 중소형 작품이며 작품 스케일 및 성격상 같은 부류가 아님을 감안하면
Les Dix는 큰 인기를 모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은 두 번째 프랑스 대작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 이렇게 세 작품을
프랑스 3대 뮤지컬이라고 불린다는 홍보 문구가
이 공연을 막상 보고나니 신뢰감이 떨어졌다.
세계 4대 뮤지컬은 누가 시비거는 사람 없이 인정되는데
프랑스 3대 뮤지컬은 억지인 듯 싶다.
아니면 프랑스 뮤지컬의 역사가 짧은 것으로
또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엔드에 버금가는 걸작이 별로 없는 것으로
오히려 잘못 오해될 말일 수도 있고...
Les Dix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되었다.
거대한 무대 규모 탓에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공연장이 아닌 경기장에서
공연되었다고 하는데...
55m 길이의 거대한 무대는 공연에의 집중력을 마구 흐트렸다.
무대도 워낙 넓고 Top 조명도 멀리 객석에서 쏘아지니 당연히 그 빛이 약해져서
두세명이 함께 부르는 중창의 경우엔 대체 누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중앙 무대와 양편의 날개 무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노래와 춤이 진행되어
놓치는 부분이 너무 많고 그리고 안무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
물론, 배우들의 기량은 뛰어났다.
Singer들 특히, 모세 역의 배우의 가창력은 매우 돋보였고
Dancer들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춤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2시간 내내 나는 왠지 불만족스러웠고 뭔가 미진한 감이 계속 들었다.
단순히 와이드한 무대 때문만이 아니었다.
집에 오는 길에 공연 프로그램을 읽으며
내가 미진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점들의 원인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연출가 약력을 보니 영화감독 출신인데 뮤지컬 연출은 Les Dix가 처음이었다.
무대 3개면에 무대만큼이나 거대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극의 배경 및 중요 장면의 상징들을 영상으로 처리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화감독 출신답게 무대와 영상의 멋진 조합을 의도했을지 모르나,
나는 마치 멀티미디어 쇼를 보는 듯 했다.
무대 공연만이 가능한 '상상력'과 '무대와 관객의 특유의 약속'이
화려한 영상으로 대체된 것이다.
두 번째 불만의 원인 역시 찾을 수 있었는데,
이것 역시 공연보다는 TV 등의 Show 안무로 유명한 안무가의 약력에서 발견되었다.
뮤지컬에서 노래와 춤은 단순한 노래와 춤의 의미 이상이다.
대사보다도 오히려 감정의 폭발력을 갖게 하는 극의 중요한 전개 요소이다.
그런데 Les Dix를 보면서
안무가 마치 Show의 백 댄싱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안무가의 이력에 원인된 게 아닌가 싶다.
춤 자체는 무척 힘이 넘치고 또 유연한 아름다움이 컸지만
극 자체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무대를 채우기 위한 배치 때문이기도 하리라...
Les Dix는 뮤지컬 넘버 역시 노트르담 드 파리에 비해 흡인력이 약했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프랑스적인' Art의 진수도 약했다.
아무래도 그냥... 노트르담 드 파리를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프랑스 뮤지컬로 간직해야 할 듯하다...
'2006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Musical Dracula (0) | 2006.05.12 |
---|---|
ALTAR BOYZ (0) | 2006.04.28 |
오만과 편견 ; Pride & Prejudice (0) | 2006.03.28 |
메종 드 히미코 (0) | 2006.03.27 |
Brokeback Mountain (0) | 2006.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