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monologue

오랜만에 시작하는 메모, 우울한 하루...

spring_river 2004. 1. 1. 09:00


1.
누군가 볼 우려가 없는,
그래서 글의 완성도에 대한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그냥 일상의 작은 느낌, 생각들을 적어보자는 시도가

일년 넘게 잠자고 있었다, 무안하게
...

 

또 얼마동안이나 외롭게 버려둘 지 장담 못하지만
메모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
느리게 살아가고자 하는 한 방편
...
부담없이 시작했듯
,
또 부담없이 은근슬쩍 재가동을 한다
...

2.
주말까지 포함하면 5일간의 꽤 긴 추석연휴였다
.
추석 다음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
'
오늘 저녁 공연 취소
!'
태풍으로 인한 교통 마비 및 도시 분위기를 고려한

조처이리라 생각하고 확인전화를 걸지 않았다
.
다들 출근하는 토요일을 휴가낸 터라

혹시 지금 거는 전화가 토요일 출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
크게 내가 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고

그러므로 내 연휴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
, 일요일 내내 휴대폰을 꺼 놓았다
.
그런데, 정확히 그 문자메시지를 본 이후로

이틀하고도 반나절동안

원인모를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
두통약으로도 수면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두통이었다
.
게다가 낮잠을 자도 밤에 잠을 자도

계속 악몽에 시달렸다
.
한 회 공연이 취소된 데에 예상되는 후유증
,
그리고 토요일날 회사를 나가지 않은 데 대한

어쩔 수 없는 윤리적 책임감이 약간의 원인이지 않을까도 싶었다
.
그런데 오늘 출근하여

그 원인모를 두통과 악몽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
빅탑시어터 대규모 손상, 부산공연 남은 일정 취소
,
이어지는 공연 모두 1개월 이상 연기
...
원인은 그것이었다
.

하루종일 큰 돌덩어리가 가슴속에 얹혀져 있는 것 같다
.
심리적으로 타격이 큰 하루다
...




3.
오전에 지하철광고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애견음성번역기......
개에게 어떤 센서를 붙이면

사람이 지닌 리모콘 같은 기기를 통해

그 개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개의 짖는 소리나 끙끙대는 소리 등이

무슨 의미인지 해석되고 (, 더 놀고 싶어...
)
개의 눈빛이나 행동도 해석이 되고

개의 그 날 컨디션과 건강상태 등도 체크되고
......
100%
신빙성을 기대할 순 없지만
,
흥미있는 상품이었다
.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
'
아니,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동물인데

꼭 저런 게 있어야 그 의사가 통하나
?
눈빛만 봐도 척 하니 알아야 자격이 있는 거 아냐
?'
하는 다소 비아냥이 섞인 생각도 들었고
,
인간급으로 또는 인간 이상으로 개에게 애정을 베푸는

계속적으로 증가 추세인 상당한 구매시장 대상으로

더욱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빌미로 상품을 팔고 있는

마케터의 상술에 좀 기막힌 생각도 들었고
...

그러다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저런 번역기가 가능하면 어떨까
...
그 사람의 말, 눈빛, 행동

이런 것들을

다른 오해 없이

그 진심을 해석해낼 수 있다면
...
그렇게 된다면
...
너무 Straight한가
?... 



200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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