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brief comment

늙음에 관하여 2

spring_river 2005. 5. 25. 17:24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읽다.

사실 나는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아니 세계적 거목인 마르케스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백년동안의 고독'
...
그래서 이 책이 내가 접한 마르케스의 첫 소설이다
.

이 소설은 나이 구십을 맞이하는 한 노인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
매우 독특한 사랑
...

아직 읽지 않은, 앞으로 읽을 계획인 사람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

먼저, 한두 구절 인용
...

노인들이 
본질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은 생의 승리다.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키케로는 일필로
"
자기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노인은 없다"
라고 쓰면서 이런 현상을 설명했다.


......

그녀 덕택에 나는 구십 평생 처음으로 나의 타고난 성격을 알게 되었다.
각각의 물건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며,
각각의 일은 일의 성격에 맞는 시간에 처리해야 하고,
각각의 단어는 그 나름의 적절한 문체가 있다는 나의 강박관념은
질서 정연한 정신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내가 근본적으로 무질서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위장술이었던 것이다.
또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도 미덕이 아니라
게으름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야박한 심성을 숨기기 위해 인자한 척하고,
그릇된 판단을 숨기기 위해 신중한 척하고,
쌓인 분노가 폭발할까 봐 화해를 청하며,
타인의 시간에는 무관심하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시간을 엄수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움찔했다. 혹시 나도 이런 이면이지 않을까...)

Anyway,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이고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었고
내용도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 제목을 통해 갖게 될 엉큼한 선입견은 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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