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뮤지컬 '메노포즈'를 보았다.
극이 시작되면서
잠깐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류의 작품은
바라보는 작품이 아닌,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인데
갱년기 또는 폐경기의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리 확 와 닿지 않아서였다.
이 공연을 어떻게 봐야 하나
잠시 난감해 하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차츰 마음을 정리하며
편안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내 얘기도 아니고,
이미 이 시기를 훨씬 건너뛴
엄마의 얘기도 아니지만
그래... 이건 수년 후 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일 수 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나이인 우리 팀 여자들끼리 함께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서로 나눈 얘기를 보면
이 공연은 갱년기, 정확히 갱년기의 증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에 관한 이해와
그리고 엄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기여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갱년기가 되면 원래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거니?"
"그러게요, 전 엄마가 그냥 더위를 많이 타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공연은 재미있었다.
작품이 특별히 훌륭하다기보다는
중년여성들이 쉽게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이었다.
지명도 있는 중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무대 위에 펼쳐진 사오십대의 그녀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제... 곧... 저렇게 되겠지?...
‥‥‥
주위의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하나도 안 늙었다...애기 엄마 같지 않다...
그들의 말이 90%는 인사치레이고 10%는 약간의 진심일 거라 기대한다.
10%의 진실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에 그나마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늙어가고 있음은, 아니 표현이 너무 처량맞다, 나이들어가고 있음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사진첩 속의 불과 몇년전 사진들을 보면 그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갑자기 얼마나 슬퍼지는지...
예뻐지기 위한 화장보다 피부를 생각하는 화장으로 변화된 나를 보면 안다.
뭘 찾기 위해 서랍을 열었다가 그 1~2초만에
'내가 왜 서랍을 열었지? 뭘 찾으려고 열었더라?' 하고 있는
그런 류의 한심한 모습이 점차 아예 일상화되고 있는 생활 속에서 느낀다.
나는 늙어가고 있다...
그나마 사회생활을 하느라 늙어가는 표면상의 속도가 다행히 다소 더디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먹힐까...
마흔이 되어도 그럴 수 있을까? 마흔 다섯이 되어도?......
중년의 그녀들을 보면서
그냥 편안히 웃을 수만은 없었다.
단순히 그녀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만은 없었다.
이제 '나'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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