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brief comment

늙음에 관하여 1

spring_river 2005. 5. 25. 17:19

지난 금요일, 뮤지컬 '메노포즈'를 보았다.
극이 시작되면서

잠깐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류의 작품은

바라보는 작품이 아닌,
'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인데

갱년기 또는 폐경기의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리 확 와 닿지 않아서였다.
이 공연을 어떻게 봐야 하나

잠시 난감해 하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차츰 마음을 정리하며

편안하게 바라보기로 했다
.
내 얘기도 아니고
,
이미 이 시기를 훨씬 건너뛴

엄마의 얘기도 아니지만

그래... 이건 수년 후 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일 수 있다
...

20
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나이인 우리 팀 여자들끼리 함께 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서로 나눈 얘기를 보면
이 공연은 갱년기, 정확히 갱년기의 증상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에 관한 이해와

그리고 엄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기여한 것 같다.
(
예를 들면, "갱년기가 되면 원래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거니
?"
              "
그러게요, 전 엄마가 그냥 더위를 많이 타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

공연은 재미있었다
.
작품이 특별히 훌륭하다기보다는

중년여성들이 쉽게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이었다
.
지명도 있는 중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

무대 위에 펼쳐진 사오십대의 그녀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
내가... 이제... ... 저렇게 되겠지
?...
‥‥‥

주위의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하나도 안 늙었다...애기 엄마 같지 않다
...
그들의 말이 90%는 인사치레이고 10%는 약간의 진심일 거라 기대한다
.
10%
의 진실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에 그나마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늙어가고 있음은, 아니 표현이 너무 처량맞다, 나이들어가고 있음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사진첩 속의 불과 몇년전 사진들을 보면 그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
갑자기 얼마나 슬퍼지는지
...
예뻐지기 위한 화장보다 피부를 생각하는 화장으로 변화된 나를 보면 안다
.
뭘 찾기 위해 서랍을 열었다가 그 1~2초만에

'
내가 왜 서랍을 열었지? 뭘 찾으려고 열었더라?' 하고 있는

그런 류의 한심한 모습이 점차 아예 일상화되고 있는 생활 속에서 느낀다
.
나는 늙어가고 있다
...
그나마 사회생활을 하느라 늙어가는 표면상의 속도가 다행히 다소 더디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먹힐까...
마흔이 되어도 그럴 수 있을까? 마흔 다섯이 되어도
?......

중년의 그녀들을 보면서

그냥 편안히 웃을 수만은 없었다.
단순히 그녀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만은 없었다
.
이제 ''일 수 있기에
...





 

'2005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non  (0) 2005.07.06
늙음에 관하여 2  (0) 2005.05.25
tick, tick... Boom!  (0) 2005.05.14
'Musical' Hedwig  (0) 2005.05.04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0) 200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