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monologue

떠나간 사람...

spring_river 2005. 5. 16. 17:12

어제 일요일 밤,
혼자 앉아서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우연히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HD
영상으로 새롭게 단장한 TV 문학관의 '내가 살았던 집
'.
평소 호감있게 보아 왔던 배종옥과 장현성이 나오길래

그리고 펼쳐지는 내용이 TV를 끄지 못하게 하는 은근한 힘이 있길래
그냥 끝까지 계속 보았다. 시작부터 본 건 아니고 대략 초반부터였던 것 같고...
내용도 좋고 연출도 좋길래 나중에 찾아 보았더니

은희경 원작에, 이번에 '여자, 정혜'를 감독했다던 이윤기 연출이다.
(
영어 제목이... 'The Hard Goodbye'
...)

TV
를 보다가 갑자기 겹쳐지는 기억이 있어

실로 오랜만에 그녀가 떠올랐다.
연희 언니
...
내 실제 친언니와 이름이 같은 그녀는 첫 직장 동기(나이는 언니...)였다
.
꽤 괜찮은 카피라이터였고 정말정말 착한 사람이었다
.
좀 둥실한 체격이었고 그래서인지 나이가 찼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가 없었고

주위의 우리들은 남자들이 다 눈이 삐었다고 한탄했었다.
나와도 꽤 친했었다
.
그녀는 어느 해에 갑자기 PR 일을 하고 싶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어학연수를 1년쯤인가 다녀와서 한국에 돌아와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
,
간밤에 집에 불이 나서... 정말 허망하게도... 세상을 뜨고 말았다
.
그 때가 99년 초여름... 그녀의 나이 아마 32
...
나는 첫직장을 그만두고 잠깐 집에서 쉬고 있던 중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그 전화를 받았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고 쉼없이 눈물이 흘렀다
.
동기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았고

그러나 그곳에서조차 이제 이 세상에 그녀가 없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
그 날,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
...
제 정신이 아닐 만큼 취했었다
.
그래... 그렇게 엉망으로 취했었다...그랬었다
...
술이 깬 다음날... 그녀가 보고 싶었고... 그리고 그녀에게 미안했다
......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그 미안한 기억이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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