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뮤지컬' Hedwig을 보았다.
(오만석씨 공연도 티켓이 별로 없어서
2주일 전에 겨우 1F 뒷자리를 예매했다)
일단 비좁고 환경 열악한 라이브소극장은
다른 건 몰라도 헤드윅 공연에는 딱 어울렸다.
객석 불이 꺼지고 무대에 앵그리인치 밴드가 등장하고
이츠학이 헤드윅을 소개하자
헤드윅이 무대 뒤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나왔다.
Opening곡 'Tear me down'의 시작과 동시에
헤드윅은 전 공연장을 압도하며 객석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의 4명의 헤드윅은 각각의 컬러가 있다고 했다.
조승우는 글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조승우만의 헤드윅,
오만석은 헤드윅의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 낸다는 장점,
김다현은 예쁘장한 외모로 여성스러운 헤드윅,
송용진은 전직 락커답게 락을 가장 잘 표현하는 헤드윅...
오만석의 헤드윅을 보기로 선택한 것은
솔직히 조승우 출연분의 티켓이 매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헤드윅은 특히 그 복잡한 캐릭터를 얼마만큼 잘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므로
연기력이 뛰어난 오만석이 차선으로 끌렸었고
우리 하반기 공연 중 한 작품의 캐스팅을 협의 중인 것도 있어
겸사겸사 여러 이유로 인해 보게 되었다.
물론 오만석은 잘 해 냈고 (나름대로 많이 고민한 흔적도 보였고...)
공연 역시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편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늘 느끼는 것은
한국의 탁월한 배우일지라도 'Original'에는 역시 미치지 못한다.
사대주의적 의견이 아니라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공연을 준비하고 다른 공연들도 보면서도 언제나 확인되었던
씁쓸한 사실이다.
특히 他 장르보다 Musical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오랜 기간 단련된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의 배우들에
우리 나라의 얇은 배우층이 당할 수가 없다.
고난이도의 노래나 댄스가 요구되는 작품일 경우에는 더욱더 수준차가 드러난다.
몇몇 기자들의 경우 한국 공연을 Original에 함부로 비교하기도 하지만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자라면 그것 역시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모든 환경이 다른 상태에서 어떻게 Original의 실력 그대로를 기대하는가.
암튼 다행히 기자가 아니니 순수 관객 입장에서의 헤드윅에 대한 나의 의견은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John Cameron Mitchell은 단순히 Hedwig의 Original Cast가 아니다.
이 작품의 극본을 직접 만들고 뮤지컬 무대에도 오랫동안 직접 섰고
또 영화도 직접 만들고 배우을 한, 그야말로 Hedwig 그 자체이다.
그리고 Hedwig은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복잡다난한 캐릭터이다.
또, 내 개인적 생각인데
직접 경험자가 아닌 경우 아무리 그 내면 연기를 열심히 해도
'잘 흉내내는' 것에 불과한 역할이
기혼자(기혼자, 엄마, 이혼자 포함)와,
성정체성이 현재의 자신과 다른 자(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이다.
헤드윅 공연도 이 점 역시 어쩔 수 없는 깊이의 한계라 생각된다.
Anyway
이러저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만석씨는 오만석만의 헤드윅을 훌륭하게 잘 보여 주었다.
조명, 의상도 돋보였고 앵그리인치 밴드의 연주도 좋았고...
아쉬웠던 것 하나는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헤드윅 한 사람이 거의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관계로
독백 처리가 많다 보니 중간에 약간 loose한 감이 없지 않았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John Cameron Mitchell의 Original 뮤지컬 무대가 보고 싶었다.
영화는 이미 봤고, 뮤지컬에서는 또 어떻게 표현을 했을지...
아쉬운 마음에
영화 Hedwig의 DVD를 사기로 했다.
13,000원짜리 The DVD라는 잡지의 이번호 별책부록이 헤드윅 DVD라는 소식에...
지금은 집에 DVD Player도 없지만
이건 꼭 소장가치가 있는 DVD다 싶어서...
Player도 마련해서 꼭 다시 봐야지...
※혹시, 뮤지컬 헤드윅을 볼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언 하나.
되도록이면 영화(비디오테잎)을 미리 보고 공연장에 갈 것.
헤드윅의 가사는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사전 정보 없이 공연만을 볼 경우
Rock 음악이라는 성격상 우리말가사가 제대로 잘 전달되지 않아
100% 의미 전달이 좀 어려울 수 있음.
*아래는 헤드윅 한국공연의 네 배우들...
위 왼쪽이 조승우, 오른쪽이 내가 본 공연의 오만석,
아래 왼쪽이 김다현, 오른쪽이 송용진...
참고로, 조승우-오만석의 헤드윅이 이제 곧 막을 내리고
김다현-송용진의 헤드윅이 시작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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