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회 빚을 청산한 날, "지옥은 없다"라는 설교로
교회를 뒤집어놓은 폴 목사.
지옥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자신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신도들은 그저 목사님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말하는 죠슈아 부목사.
너그러운 교회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목사에게
교회에 선물같은 존재였던 부목사 또한
너그럽게 포용해 주기를 종용하는 장로.
히틀러같은 악인들을 위한 지옥의 존재에 대해,
그 설교의 타이밍에 대해 진실을 요구하는 평신도.
하룻밤 사이에 자신과 같지 않은 믿음을 갖게 된 데에 대해
그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사 아내.
# 신학적 교리 논쟁의 이야기이면서도
이 작품은 꼭 그것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개개인의 믿음 또는 신념이 어떻게
공동체에 균열을 내고 갈등을 만드는지,
각각 타당한 근거를 지닌 서로 다른 믿음 또는 생각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과연 공존할 수 있는지
이 작품은 화두를 던진다.
그래서 교회로 표방된 그 신앙공동체는
가족, 학교, 직장, 정치사회 나아가 국가이기도 하다.
크고작은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는
모든 공동체를 향한 이야기인 것이다.
# 문득,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본다...
어떠한 믿음(또는 신념, 가치)에 의문이 생긴다.
→ A) 우리 공동체에 ‘해선 안되는 질문’이기에 그냥 조용히 덮는다.
⇒ 그러나 언젠가는 터지지 않을까?... 아니면 떠나거나...
→ B) 의문을 공개화한다
→ 1) 서로 얘기를 들어보고 그 간극을 조정해 본다.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더라도
토론을 통해 크고작게 이해의 과정을 가졌고
큰 틀에서는 '공존할 수 있는 다름'이기에 상호 인정한다.
→ 2) 한 공동체 내의 '다름'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공동체 자체의 목적을 위해서도,
이 공동체에 내가 쏟아온 걸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저건 다른 게 아니라 명백히 틀린 거다.
그리고 왜 지금 이 이슈를 제기했는지 그 저의도 의심스럽다.
⇒ 그 다음의 수순은 갈등이 커지고 균열의 조짐이 생기고
결국 분열을 맞겠지...
A와 B-2는 주변에 너무 많다.
B-1은 흔치 않고 쉽지 않다.
# 이 작품은 일단 희곡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이번 한국공연의 만듦새도 무척 뛰어났다.
십자가형 바닥 무대를 중심으로
배우들의 연기 공간을 축소시키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거의 없앤 무대 디자인,
그리하여 1열에 위치한 성가대의 가스펠부터 시작해
목사의 설교를 듣는 교회의 현장으로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이끌어
각 인물들에게 깊게 몰입시킨 연출도 적절했다.
가장 압권은 폴 목사 역의 박지일 배우.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설교 첫 씬에서부터
고뇌에 빠지고 차츰 무력해지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개신교 교회의 메커니즘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작품의 논쟁 이슈와 그 전개 흐름도 인상적이었다.
지적이고 훌륭한 공연이었다!
# 음... 그리고 때마침...
공연을 본 이번주 주일미사에서 우리 본당 신부님은
강론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느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벌 주시는 분이 아니라고...
하느님은 자비의 하느님이시라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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