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brief comment

Incendies [그을린 사랑]

spring_river 2021. 5. 26. 13:43

 




★★★★



# 폭압의 시대가 초래한 비극적 진실 앞에
   그녀는 침묵을 택하고
   죽어 묻히면서까지 세상을 등지길 원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이 그 진실을 스스로 찾은 뒤
   비로소 자신의 이름이 남겨지길 바란다.
   진실을 대면하는 데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존엄을 찾고 근원을 제대로 바로잡고자 했다.    

# (딸 잔느의 수학 강의 중에 등장하는...)
   다각형의 각 꼭짓점마다 볼 수 있는 가시성 그래프만으로는
   다각형의 원래 모양을 구현하기 힘들다.
   꼭지점이 몇 개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각형의 전체 형태가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중심으로 나와서 직시해야 한다.

# 지난 시즌의 호평도 적잖게 접했고
   백상예술대상 연극상까지 수상하여 많이 궁금했던 공연이었다.
   오브제로 쓰이는 테이블 하나와 의자 하나 외에
   과감히 무대를 비우고 배우들로
   특히 배우의 대사들로 꽉 채웠다.
   4시간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 없이 극에 집중할 수 있게 한 힘은
   극본과 연출, 연기의 높은 밀도 덕분이었다.
   의미있고 시적인 대사들이 풍부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사의 설명으로 극이 주로 전개되는 점은 좀 아쉬웠다.
    
# 이 작품은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한 현대적 비극이다.
   동명의 영화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을 TV에서 본 바람에
   대략의 줄거리를 이미 알고 공연을 보았던지라
   모르고 보았으면 느꼈을 그 충격은 덜하였지만
   알고 보는 관극의 또다른 이점도 분명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그 이후에도 나라를 다스리며 삶을 지속하다가 
   전쟁터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좀더 비극화했다.
   역병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본래의 이야기 그대로 왕비는 목을 매어 죽지만)
   오이디푸스는 왕비의 브로치로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채 방랑의 길에 오른다. 

   연극 속 나왈은 침묵을 수년간 이어가다 죽음을 맞았고
   잔느와 시몽은 엄마 나왈처럼 처음엔 말을 잃었다가
   이젠 나왈의 침묵을 이해해 보려 마음먹는다.
   침묵 속에 사라진 니하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비극 속 오이디푸스처럼 
   알아 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찔렀을까.
   오이디푸스보다 더욱 처참한 진실을 안고 
   생을 영위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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