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brief comment

The Man Who Laughs

spring_river 2018. 8. 4. 17:00

 

 

 

 

★☆

 

 

# 처음에 이 작품을 뮤지컬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영리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화하기에 일단, 원작 소재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뒤이어 들리는 제작진의 면면이나 캐스팅도 안정감이 높았고...

 

# 올해초

   그냥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이 원작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퇴근길 e-book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음... 중간에 포기를 몇 번 떠올릴 만큼 

   완독하는 데에 너무나 오래 걸렸고 또 힘겨웠다.

   매우매우 두꺼운 분량의 각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 줄기의 전개가

   1권 2/3가 훨씬 지난 지점에서야 시작되는...

 

   영화화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쓰지 않았나 생각될 만큼

   군더더기(?) 하나도 없이 빠르고 생생하게 전개되고 기승전결이 확실한

   요새 소설들에 나도 모르게 너무 익숙해졌나 돌아보기도 했고,

   어지간한 인내심 없이는 고전작품 읽기가 이젠 쉽지 않구나 깨닫기도 했고...

 

   암튼 그래도 어렵사리 완독은 했다!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Les Miserables'도 그렇고 'Notre Dame de Paris'도 그렇고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뮤지컬화하여 성공한 극본적 요인의 하나가

   혹시 이건 아닐까 하는...

   보통 고전 명작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원작의 깊이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위고의 작품은 시대 배경적 설명이나 주변인물적 이야기에

   매우 많은 비중이 할애되어 있다.

   해서 주요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만 잘 골라내는 게 

   혹시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나 하는...

   실제로, 'Les Miserables'에서 장발장 스토리는 전체의 1/3에 불과하다고 하고

   이 작품도 내가 보기엔 주요 스토리라인은 약 1/2 정도의 분량에 그친다.

   물론 그 나머지가 다 필요없는 부분은 아니고

   그 작품을 더 넓고 깊고 충분히 이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줄거리 자체가 방대하여 두세 시간의 공연물로 만들기 역부족인 케이스보다는

   그래도 장점이 있지 않은가 하는...

   그냥 문득 들었던 내 생각이다. 아닐 수도......

   

# 그런데 공연을 직접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극본과 가사가 이 작품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있었다.

   극본 구성상 원작에 없는 대립이나 사건을 추가한 건 

   (그윈플렌-우르수스, 데이빗 경-데아)

   나름의 이유를 모를 바도 아니니 그렇다고 쳐도,

   그윈플렌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을 너무나도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놓은 바람에

   캐릭터별 매력이 사라져 버렸고 스토리 수준 자체가 아주 얕게 되어 버렸다.

   음... 너무 얕다......

   이런 작품이 아닌데......

 

# '무대가 스토리와 음악을 압도하다...'

   이 공연에 대한 주된 평가 포인트이다.

   무대가 너무 뛰어나서 스토리와 음악을 덮어버렸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무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극본과 넘버가 별로 우수하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현재 한국 뮤지컬 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무대 디자이너가 역시 작업했었고 같은 회사가 제작했던 'Mata Hari' 때에도 

   위와 비슷한 지적을 받았었다. 무대만 남는다는... 

 

   근데 전작 'Mata Hari'도 그랬고 이번 작품도 역시

   난 오히려 무대에 무작정 높은 점수만을 주기엔 약간의 이견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무대 하나하나만을 따지면 퀄리티가 아주 높은 건 분명하지만

   공연의 무대라는 기본 전제에서 보자면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관객의 상상력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너무나 친절하고 충실한 재현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솔직히 좀 아쉬운......

   물론 많은 공을 들였다는 건 확연하다.

 

# 읽을 때엔 힘들었지만

   공연을 보고나니, 원작을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원작의 매력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 않은가! 

 

 

# 타인에 의해 영원한 웃음을 가진 자.

   그러나 웃음이 기쁨의 동의어는 아니다.

 

   그윈플렌, 데아 모두

   외양이 내면에 종속되어 있지 않았다.

   

   데아는 말한다,

   본다는 것은 진실을 감추는 그 무엇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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