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의 창작뮤지컬 중 작품적 완성도 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신작.
우란문화재단 창작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오랫동안 갈고 다듬은 티가 확실히 났다.
극본, 연출, 음악의 전개 흐름이 굉장히 매끄러웠다.
세 배우의 연기 또한 각각의 무르익음과 그 합(合)이 좋았다.
특히 자야 역의 최연우 배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중첩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극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조명 디자인도 뛰어났다.
# 지난주 저녁을 함께 하며 '무한도전'의 '역사×힙합 프로젝트' 공연을 보던 중
먹는 걸 잠깐 멈추고 브라운관을 한참 주목했던 건
시인 '윤동주'를 소재로 했던 공연팀의 노래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물론 객원가수 혁오의 음색도 한몫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싯구가 노랫말로 들리는데
무척 아름다웠다.
이 작품 또한
백석의 시가 가사로 훌륭히 구현되어 공연의 격을 만들어냈다.
이는 물론, 향토어가 많은 백석의 시어를 잘 걸러내고 또 효과적으로 극화한
창작진의 노고가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했다.
# 약간 불만스러웠던 점을 꼽자면...
배우는 관객을 위해 존재하기에
예를 들어 슬픈 장면의 경우,
배우는 관객을 울게 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우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지론에 난 동의한다.
관객들이 울게 만들어야 하는데 어찌된 게 배우들이 먼저 눈물바다였다.
그래서 오히려 난 별로 슬프지가 않았다.
엔딩까지 쭈욱 끌어올려졌어야 할 감흥도 끊어져 버렸다.
그만큼 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되어서라고 할지라도
디렉팅의 수정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잘 해내다가 마지막에 가서 갑자기 프로답지 않았다...
# 무대를 보면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백석이 아니라 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프로그램북에서 본,
그녀를 백석의 시 안에서 살게 해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끄덕여졌다.
너무나 짧았던 사랑,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평생의 그리움,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라는
그 여인의 유명한 말 한 마디에 함축된 백석에 대한 태도와 마음이
고스란히 잘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자야가 주체였고 백석이 대상이었던 공연이었다.
# 두 사람이 헤어진 후
백석은 실제로 자야를 사무치게 그리워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왠지 모르게 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죽을 때까지 홀로 백석을 그리워한 자야를 위한 위로곡이라 여겨졌다.
근데 공연을 본 다음날
백석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백석과 자야의 사랑은
자야가 회고 수필집을 통해 미화시킨 스토리라는 얘기를 접했다.
당연히 픽션이라는 전제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히
어제 공연에서 느꼈던 정서가 확 반감되는ㅜㅜ
뭐, 그 어느 쪽도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다.
따지거나 의심하지 말고
그렇다고 특별히 사회에 해(害)가 될 건 없으니
그냥 아름다운 걸로 믿자...
자야가 나타샤라고
둘 다 서로에게 평생의 사랑이라고
그냥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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