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brief comment

An Enemy of the People

spring_river 2016. 5. 30. 14:02

 

 

 

 

★★★

 

 

#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유명한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연출 및
   뛰어난 앙상블 단체로 평가받는 샤우뷔네 베를린 극단의 작품.

#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

   Majority...
   Truth...

   다수가 원하지 않는 진실을 폭로하여 민중의 적이 된 한 남자.

   다수는 늘 옳은가.
   다수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숨기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이익을 위해 침묵하는 다수, 진실을 위해 외치는 소수,
   이 중 과연 누가 민중의 적인가.

   권력과 언론의 정치적 공조사회로 오염되어
   여기에 통제되고 조정되고 있는 다수들,
   최악의 적은 침묵하는 다수다.

# 스토크만 박사의 연설은 
   그 원고를 입수하고 싶을 만큼 공감대가 컸다.
   기억나는 두 마디,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경제 자체가 위기다.
   ......
   ......
   이런 나라라면 그냥 망해도 싸다!

#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연설장면은
   관객들과의 즉석토론의 장으로 바뀌어 
   관객들을 이 극의 논쟁에 참여시킨다.
   박사의 연설에 동감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라는 첫 질문에
   관객 대다수가 손을 번쩍 든다. (오호!)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즉석토론이 잘 이루어질까 궁금했는데
   나서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오호!!)
   나중에 기사를 보니 전날 첫공연에서는
   옥시, 4대강 등에 빗대어 쓴소리한 관객이 환호를 받았다는...
   그리고 그 관객의 말을 한참 들은 후에
   한국은 극중 우리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적인 건 상황이 이러한데도 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까 라고
   독일 배우가 되물었다는...
   이 공연에 이만큼 관객 공감대가 큰 건
   모두 누구누구 덕분이다ㅠㅠ

   토론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핵심이 정리되지 않는 의견 제시 등으로 토론의 질이 높지 않은...
   그리고 
   중간에 통역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토론의 리듬이 끊기는...

# 타협하지 않는 모습으로 끝나는 원작의 결말 대신,
   어마어마한 금전적 유혹에 부부가 살짝 흔들리는 
   모호하면서도 열린 결말을 이 작품은 보여주었는데
   모순적인 인간 본성을 건드려 주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으로 다가왔다.

# 거대한 검은 칠판을 무대 Wall로 하여
   공간적 특성을 나타내는 그림들과 글씨를 그려내고
   나중에는 페인트 세례까지 
   무대 활용 또한 독특한 연출이었다.  

   배우들 모두(심지어는 셰퍼드 개까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고,
   정말 이 연극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독일 공연답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 뛰어난 고전 연극을 볼 때마다
   (물론 원작 뿐만 아니라 연출의 힘도 더해진 결과이겠지만)
   동시대적 공감대를 자아내는 그 탁월함에 늘 감탄하게 된다.
   입센의 이 작품 또한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의 작품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원한 시의성이
   비범한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에 기인한 건지 
   아니면
   세상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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