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뇌 MRI를 찍어본 적이 있었다.
당시 어지러움증이 너무 심하고 순간순간 정신이 뚝.뚝. 떨어지고 해서
신경내과를 찾았는데 의사가 MRI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40만원 가까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좀 망설이다가
증상이 약간 심한 편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MRI를 찍었다.
(결국 큰 이상 없었고, 모호한 진단과 함께 약만 처방받아 왔었다ㅠㅠ)
아무튼 그 때
난 나의 뇌 사진을 처음으로 보았다!
의사가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들리지 않았고
잠시 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좌우대칭 뚜렷하고 깨끗하게 꽉 찬 모습이었다.
아직 저기에 뭔가 더 채울 수 있겠다 싶어
괜히 삶의 의욕도 살짝 생기는 듯하고 그랬다.
나의 뇌 사진을 본 순간 이런 저런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고 이상하고
그리고 섹시했다!
(요새 뇌섹남이라는 유행어가 있던데 그런 의미 아니다.
그때 당시에 저절로 떠올랐던 표현이었는데
딱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음... 사실이었다, 진짜, 뇌의 모습이 굉장히 섹시했다.
Sexual하다는 의미 반, Impact가 놀랍다는 의미 반...)
대체 내 머릿속(가슴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을
굉장히 매혹적으로 풀어 준 것은 바로 이 영화였다.
다섯 개의 의인화된 감정 캐릭터들도 사랑스러웠고
감정 컨트롤 본부, 핵심기억 섬들, 장기 기억 창고, 상상의 나라, 꿈 스튜디오 등
수많은 장치와 공간들, 그리고 역할,
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표현들도 독창적인 상상력이 빛났고
사고뭉치로만 취급되던 'Sadness'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는 스토리도 좋았다.
슬픔이 있어야 진정한 기쁨도 있다는...
또 하나의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빙봉'_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친구다.
라일리에게 'Joy'를 보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알고 있는,
그렇게 잊혀진 기억들의 더미에서
서서히 사리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절로 눈물이 나는...
본 영화 시작 전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Lava'도 인상깊었다.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아마도 그래서 본 영화에 더 빨리
자연스럽게 빠져든 듯~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들 중에 가장 중앙에서 진두지휘하는 건 바로 'Joy'였다.
반면에, 라일리의 엄마는 'Sadness'가, 아빠는 'Anger'가 그 위치에 있다^^
내 머릿속 감정컨트롤타워의 대장은 누구일까?......
'2015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두 편, 짧지 않은 후유증 (0) | 2015.08.27 |
---|---|
Death Note (0) | 2015.08.04 |
Urine Town (0) | 2015.07.10 |
문제적 인간 연산 (0) | 2015.07.07 |
소수의견 (0) | 201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