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전날, 집에 배달되어온 그루의 편지~
네가 약속한 거니까
중학교 가면 진짜 공부하는지, 크면 효도하는지 지켜볼거야!^^
편지 하니까 문득 떠오르는데,
지난 3월, 그루가 학교 갔다 오더니 노트 한 페이지를 내밀며 내가 해야 할 숙제가 있댄다.
엄마가 해야 할 숙제? 그게 뭔데? 하며 노트를 봤더니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을 누가 주로 했는지와 함께 쭈욱 써보랬단다.
그리고는 그걸 부모님께 보여 드리랬단다.
알림장에 선생님의 안내글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 주고 싶으신지 아이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왜 엄마한테 이런 숙제를 하래 하며 투덜대긴 했지만 취지에는 공감했다.
뭐라고 쓰지 한참 고민하다가 며칠후 그루에게 편지를 건넸다.
아들에게 처음 써 보는 편지라 어떤 반응을 할 지 되게 궁금해하며
편지를 다 읽은 그루에게 "엄마가 하는 말 무슨 얘기인지 이해했어?" 물었더니
"엉, 알았어!" 하고 쿨하게 한마디하는 게 전부다...
아래는 그때 그루에게 썼던 편지......
사랑하는 규철이에게_
규철이에게 엄마가 처음으로 쓰는 편지네~
며칠 전에 규철이가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 목록을 적어 줬지?
듣기 싫은 말은 주로 엄마가 하는 말이 대부분이더라?ㅠㅠ
그럼 이제, 규철이가 듣기 싫어하고 엄마도 사실은 정말 하기 싫어하는 말들을
왜 하게 되는지 그 사정에 대해 얘기해 볼까.
규철이가 지키지 않아서 엄마가 반복해서 하는 얘기들을 한번 곰곰이 살펴보면
거의
공통적인 이유는 한 가지인 것 같아. 그건 바로, ‘습관’에
관한 문제!
습관이라는 건 굉장히 무서운 것이어서
어려서의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물론 고칠 수 없는 습관은 없어. 대신, 고치려면 굉장히 힘들게 노력해야 하지.
규철이도 입술 무는 습관의 경우 너무 오래 되어서 맘먹은 대로 잘 안 고쳐지잖아?
며칠 전에 선생님께서 내어주신 숙제 중에 급하고 중요한 일, 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 않고 중요한 일,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 이렇게 4가지로 구분해서
각각에 해당되는 사항을 적는 게 있던데, 보니까 규철이가 제대로 잘 적었더라.
바로 그 4가지를 잘 판단하고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매우매우 중요한 일이야.
급하고 중요한 일을 반드시 처음에 하는 것!
엄마가 습관이 중요하다고 했지? 우선순위대로 할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의 습관이 돼.
어려서부터 그걸 잘 하는 사람은 그게 저절로 습관이 돼서 어른이 되어도 잘 하게 되고,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는 사람은 그것 역시 자기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버려서
어른이 되어도 똑같이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살게 된단다.
규철아, 엄마가 맨날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게 아니야.
‘지금 꼭 먼저 해야 할 일’을 하라는 얘기야.
해야 할 일을 먼저 빨리 해놓고 그 다음에 편한 맘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얘기야.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것, 뭔가 할 때에는 거기에 집중하는 것,
바른 자세로 앉는 것, 바른 자세로 보는 것, 천천히 정독해서 읽는 것, 바르게 쓰는 것,
이렇게 엄마가 계속해서 얘기하는 말은 너에게 잔소리로 들리겠지만
그게 바로 모두 ‘습관’이라는 것으로 무섭게 변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네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엄마가 자꾸 얘기하는 거야.
물론 규철이가 가진 좋은 습관도 참 많지.
자기 전에 책 읽는 것도 다른 아이들이 흔하게 갖고 있지 않은 무척 좋은 습관이지~
규철아, 엄마가 자주 얘기하게 되는 말이 단순히 ‘이거
해’ ‘이렇게
해’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걸 규철이가 잘 이해하고 지켜줬으면 해.
엄마도 규철이가 어떤 게 우선 순위인지 어떤 걸 먼저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예전보다 더 믿고 지켜볼게.
좋은 습관들이 그루의 친구가 되고 힘이 되길 바라며……
-규철이를 세상 그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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