めしや 라고만 쓰여진 허름한 골목의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메시야, 일본어로는 그냥 밥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발음만 들으면 Messiah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곳은 구세주라는 높은 의미보다는 안식처로서의 낮은 의미가 더 정확히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식당은 세상의 불이 꺼지는 밤 12시부터 어둠이 걷혀지는 아침 7시까지 문을 연다.
'누구라도 위로받고 싶어 배고파지는 시간'에
추억이 고프고 추억에 체한 이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
마스터라 불리우는 주인장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묵묵히 만들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뮤지컬 '심야식당'은 일본 아베 야로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정확히 다시 말하면 일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순수 창작 공연이다.
극장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무대에서부터 이 작품의 Tone&Manner가 자연스럽게 읽힌다.
일본의 뒷골목 어느 작은 식당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일본 무대 디자이너의 성과물이다.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무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첫 뮤지컬 넘버를 듣는 공연 도입부부터
이 작품은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해 준다.
이 공연은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는 것 외에는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처음엔 일본적인 것들이 공감을 쌓기에 좀 부족해서인가도 싶었다.
물론 충분히 한국화해도 될 소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변형하면 좀더 공감대를 높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것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무조건 한국화만이 공감대를 높이는 최적의 방법은 아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외국 원작 그대로를 보는 것 자체로도 얼마든지 훌륭하게 공감할 수 있으니까.
비근한 예를 들어, 일본의 은퇴이민자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던 연극 '잠 못드는 밤은 없다'의 경우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일본의 오늘의 모습을 통해 한국의 미래가 그려질 만큼
그 자체로 충분히 공감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전체 출연배우들의 내공 탓일까, 작품 구성의 완성도 탓일까, 극장 규모의 탓일까, 장르적 특성 탓일까...
창작 초연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의 디벨롭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관객들에게 좀더 덜 허전하고 더 위로받는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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