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brief comment

Our Town

spring_river 2012. 10. 9. 11:41

 

 

 

일상 - 사랑과 결혼 - 죽음으로 구성된 3막 연극.

특히 3막을 보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맘 깊은 곳에서 절로 마구 들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일상을 고맙게 여기고 싶고

소중한 만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고 또

자꾸 눈물이 날 만큼 슬펐다......

 

1938년 초연된 후 오늘날까지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공연 자체를 연극 연습과정으로 묘사하고

무대감독의 역이 사회자 또는 전지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생이 곧 연극임을 여러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극은 삶이 죽음의 연습이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죽기 위해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삶은 곧 죽음이라고

그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고

따뜻하고 재밌고 친절하게 말한다.

죽어서야 일상의 가치, 이 순간의 절대성을 깨닫는

아이러니를 조용히 드러내 보인다.

그렇게 모두가 겪기에 너무 평범해서 지나쳐 버릴지도 모를

일상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평이한 이야기를

이처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고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건

연출을 비롯한 크리에이티브 스태프와 배우들의 공이 컸다.

한태숙 연출가의 공연은 이번 무대가 세 번째로 본 건데,

'레이디 맥베스'에서는 강렬한 무대 에너지를

'대학살의 신'에서는 섬세하며 시니컬한 맛을 느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깊이있으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받았다.

오브제 형태의 나뭇가지와 몇몇 의자 뿐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무대 공간도 각 막마다 상상력의 여백을 채웠고

자연스러운 조명(특히 1,2막과 3막의 강렬한 명암 대비)도 무대에 잘 스며들어 조용히 빛났다

배우들의 훌륭한 앙상블도 이 공연의 큰 수훈이었다.

'고곤의 선물'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서이숙씨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통해 익숙한 김용수씨 등 베테랑 배우들을 비롯해 

'목란 언니'에서 인상적이었던 정운선의 새로운 모습도 반가웠다.









 

 


프로그램북을 읽다가 눈에 띄인 희곡 서문의 몇 구절들을 옮겨 본다면,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을 '믿을' 때 우리가 나타내는 반응은 이렇다.

"바로 이거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지 못한 채

나는 이 사실을 항상 알고 있었던 것이지.

이제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거야."

이는 플라톤이 '상기(recollection)'라 칭했던 지식의 형태이다.

모든 예술 중 연극은 속성상 우리 안의 이러한 상기를 가장 잘 일깨워준다.

 

(손톤 와일드는) 연극이 어느 시점부터 길을 잃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19세기부터 시작되었고 중상층의 대두와 관련이 있었다...

이들의 지위란 위태로운 것이었고

이러한 관객들은 자신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연극을 만들었다.

이들은 멜로드라마, 감상적 연극, 희극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프로그램북의 한 평론 중 인상깊었던 구절 하나...

 

2012년 6월 29일 <뉴욕타임즈> 기사로,

유명인사가 아닌 한 평범한 영어교사의 고교 졸업축사 중에서 발췌...

 

Climb the mountain not to plant your flag...

Climb it so you can see the world, not so the world can see you.

 

깃발을 꽂으려고 산에 오르지 마세요...

세상이 당신을 보게 하려고 정상에 오를 게 아니라

당신이 세상을 볼 수 있게 정상에 오르세요.

 

 

'Today is the Present.'

영화 쿵푸팬더에서도 나오는 말인데

내가 좋아하는 문구 중의 하나다.

카카오톡의 내 사진 옆에 써 놓은 말이기도 하다.

오늘은 현재이면서 또 내게 주어진 선물이다.

그걸 잊지 않으려고 하면서

늘 잊고 산다...

다시 흐트러지겠지만 그래도 또 다짐해 본다,

음...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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