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로부터 이 영화 좋다는 얘기를 꽤 많이 들었지만
사실 볼 생각은 별로 없었다.
첫사랑에 관한 지난 영화나 공연들이 내게 별 큰 감흥을 주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그것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과 동일어이다.
그래서인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첫사랑과 현재 살고 있는 내게는
그러한 첫사랑의 정서들이 솔직히 크게 공감대를 울리지 못해서이다.
그루가 이제 좀 커서인지 애니메이션 영화보다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 꽂히고 있는 중인데
지난 주말, 그루와 그루 아빠가 액션영화 보는 동안
별로 보고 싶은 다른 영화가 특별히 없어 결국 '건축학개론'을 혼자 보게 되었다.
첫사랑에 대한 공감대나 그 시절에 대한 공감대는 어쩔 수 없이 약했으나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그 결들을 느낄 수 있는, 괜찮은 영화였다.
90년대의 정서라고 하지만 정확히 90년대 중반의 정서이다.
내가 대학시절을 보낸 90년대의 초반과 이 영화 속 배경인 90년대의 중반은
물리적으로는 불과 몇 년의 차이지만 의외로 꽤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90년대 초반은 80년대 후반의 연장선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모습들이 더 진하다.
80년대와 90년대는 90년대 초반이 아닌 중반(아마 1994~1995년 그즈음...)에서 더욱 확연히 구분된다.
대학가를 둘러싼 정치적인 상황도 그러했고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적 변화도 그러했다.
90년대 초반에는 컴퓨터도 PC통신도 삐삐도 없었고 CD보다는 카세트테이프의 시대였다.
전람회 이전이었으니 동물원이나 김광석의 노래들이 아마 그 비슷한 감성을 불러 일으켰을 그런 때였다.
서툴고 혼자 오해하고 용기없고
그렇게 아프게 접어야 했던,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그러한 첫사랑의 모습도
이를 공감할 수 있는 세대가 지금의 30대까지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어쩌면 '첫사랑'이라는 세 글자가 담고 있는 여러 겹의 그 의미들이 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을까......
'첫사랑'이 그 '첫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니... 좀 슬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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