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monologue

도덕적 잣대의 이중성...

spring_river 2011. 8. 31. 13:33


취임사


서울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여러분,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서 자리를 빛내 주신 내빈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오늘 교육감 취임식에 오면서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행복한 학교,
우리 학부모님들이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신나는 교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는 열정적인 선생님,
아이들을 쓰다듬고, 선생님을 격려하고,
학부모님의 말씀을 경청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교장 선생님들,
이 분들을 꿈꾸었습니다.

학생 여러분, 선생님 여러분, 그리고 학부모님 여러분,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성실한 학생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선생님들,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인 부모님들
이 분들이 힘을 모아 지금까지
‘교육입국’의 꿈을 향해 우리는 줄기차게 쉬지않고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이뤄냈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감사하고,
또한 교육감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중단할 수 없습니다.
자만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고, 올라야 할 산은 높습니다.
성찰과 쇄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맬 때입니다.

우리 같이 돌이켜 봅시다.
PISA,
곧 국제학업성취도 세계 2위는 훌륭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교육주체들의 역량은 소진되고 있습니다.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들은 모두 지쳐있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속가능성이 없는 교육에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근본부터 다시 고민하고
새로운 교육희망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정말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생을 다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를
기필코 찾아야 합니다.

선생님들도
교단에 처음 설 때처럼,
아이들을 향한 첫사랑의 불길을 다시 지피고,
사명과 열정을 되살려내야 합니다.

학부모님들도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다 함께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교육당국도
부패와 비효율의 낡은 틀을 깨고 본연의 책무를 회복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이제 우리 보통교육의 지표를 재정립하고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교육자치시대 원년을 맞아
교육정책 대전환의 닻을 올려야 할 때입니다.
획일주의적 서열경쟁의 구태를 털어내고,
모든 학생들이 지덕체 전인교육을 통해
건전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정형편이나 지역환경과 관계없이,
저마다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고르게 배움의 보람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며,
우애와 환대의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형 혁신교육, 포기 없는 책임교육,
그리고 대물림 끊는 희망교육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런 교육이, 이런 학교가 결코 꿈만이 아닙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육 당국 4대 주체가 합심하면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런 믿음 아래 저 곽노현은,
정규 수업을 혁신하고, 서울형 혁신학교를 도입해서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습니다.
사교육이 발붙일 수 없는 멋진 공교육으로
학부모님들의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격차의 대물림을 끊고,
집 가까운 곳에서 최고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디나 학교이고, 누구나 교사입니다.
암사동 재래시장도 대학로 연극무대도
그 어디든 학교입니다.
만두집 아저씨도 옷가게 아주머니도
그 누구든 교사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그리고 지역의 교육자원이 함께 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형 열린 학교,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장애, 다문화 등의 차이가 차별과 소외를 낳지 않고,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북돋는 넉넉한 학교,
중증장애인의 자녀도, 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도,
가정해체 위기의 자녀도
똑같은 최선의 성장기회를 부여받는
기회균등의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소질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능력 개발의 기회가 보장되고
진학과 진로를 고루 찾아주는 미래형 교육,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그에 맞게,
학습부진, 학교부적응 학생들은 또 그에 맞게,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 그리고 장애 성인을 위한
대안교육과 평생교육에도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헌법이 명한 보편적 교육 복지의 출발점입니다.
그로부터 시작하여,
유아교육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의 폭과 질을 넓혀 가야 합니다.
아침 그리고 방과 후 돌봄 학교를 확대하겠습니다.
공립유치원을 더 많이 설립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습니다.
맞벌이 부부들도 안심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의 모든 여건을 개선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화는 더욱 성숙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학교가 자유와 민주, 법과 자율, 자치의
체험교육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환경과 생명, 평화와 인권 교육이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권 또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치 활동과 동아리 활동이 적극 장려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자유의 공간 속에서만
학생들은 책임있는 인격으로 성숙해 갈 수 있습니다.

서울 교육 행정도 바뀌어야 합니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행정이야말로 산교육의 첫 걸음입니다.
열정과 능력 있는 모든 선생님들께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합니다.
또한 교장 공모 절차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참여권이 실질화되고 확대돼야 합니다.
교원의 전문성은 심화되어야 하며 자율성은 보장받아야 합니다.
교원 평가는 성찰과 지원의 개념으로
재설계되고 활용되어져야 합니다.

서울 교육은 비리의 청정지대가 되어야 합니다.
약자의 적인 부패와 비리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원과 공무원의 긍지와 자부심이 복원되어야 합니다.
교육행정의 투명성은 더욱 높여야 하고,
관료주의의 폐단을 시민의 참여와 통제를 보장해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더 확대되고
전면화되도록 하겠습니다.
저 자신부터 지시하고 감독만 하는 교육청에서 벗어나,
같이 고민하고 지원하는 교육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
대한민국 제일의 난제가 교육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서울 교육이 그 중심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마리를 푸는 것, 그것은 저의 소임입니다.
일의 순서에 따라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민주 진보의 기치로 서울 교육감이 되었습니다만,
이제 모든 서울 시민들의 교육감이 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귀를 활짝 열어두고, 가슴을 맞대며,
함께 만들어 가는 소통과 참여의 서울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현장은 제 스승입니다. 현장에 가면 제 가슴이 뜁니다.
선생님과의 대화, 학부모님과의 대화, 학생들과의 대화,
교장 및 공무원들과 대화를 자주 하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면서
실사구시적 해법을 찾겠습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
오늘 저녁에도 저는 꿈을 꿀 것입니다.
아침이면 학교에 가고 싶어 설레는 아이들의 얼굴,
나날이 우정과 배움의 기쁨이 솟구쳐오르는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는 꿈을 꿀 것입니다.

오늘 취임을 맞아
저 자신 새로운 도전과 배움의 길을 나섭니다.
제 가슴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교육주체들이
함께 가졌던 그리고 지금도 갖고있는
그 첫사랑의 불꽃을 믿기에
저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꿈의 학교로 가는 행복한 교육혁명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감사합니다.


2010
7 1 
서울특별시교육감 곽노현



그루 학적사항에 학부모로 내 메일이 등록되어 있는 관계로
서울시교육청의 메일을 가끔 받곤 한다.
솔직히, 귀찮아서 클릭하지도 않고 삭제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
...
그런데 아직도 내 메일보관함에 보관 중인 서울시 교육청 메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작년 곽노현 교육감 취임사가 담긴 메일이다.
누군가의 취임사를 읽으며 가슴뭉클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고
...
단기간에 쉽사리 바뀔 수 없는 문제임을 알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신뢰와 기대를 가져도 되겠다 하는 믿음이 생겼었다
.

그에게 도덕적 타격이 가해졌다
.
물론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입혀진 건 사실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정치적 노림수의 결과는 뻔하지만
...)
나 역시 마음에 약간의 생채기가 생겼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는 생각은
,
도덕적 잣대의 이중성에 대한
...

보수/수구세력은 좀 부패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진보세력에 대해서는 냉혹하게 가해지는 저 도덕적 잣대...
물론 그만큼 도덕성과 합리성 등을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기에

그것이 깨어졌을 때에 더욱 실망이 클 수는 있다.
그러나 도덕성은 누구에게나 형평성 있게 요구되어야 하고

도덕성이 지탄받아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똑같이 분노하고 평가해야 한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도 한몫해 왔다
.
보수세력에 대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대부분의 언론이 축소 왜곡보도하거나 입을 다무는 반면,
진보세력에 대해서는 흠잡기에 열올리며 대서특필하고 미리 단죄해 버린다
.
보수세력에 문제가 있을 때엔 그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지만

진보세력의 경우엔 소속정당 또는 그 세력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켜
부도덕성의 멍에를 공동으로 씌워버린다.

도덕적 잣대는

진보-보수 다르지 않아야 하고

남자-여자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진실이 똑바로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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