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극계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 '고곤의 선물'_
'고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고르곤)로,
자신을 보는 그 누구라도 모두 돌로 변하게 만들어 버리는 바로 그 메두사이다.
이 작품은 여러 모티브들이 내포되어 있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페르세우스와 아데나, 아가멤논과 클라이템네스트라,
우상파괴운동, 청교도혁명과 크롬웰, 북아일랜드 테러사건 등
신화와 세계사 속에서 읽혀지는 '용서와 복수'
그리고 연극의 위축에 대한, 연극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극작가의 외침 등이 얽혀 있다.
이 작품에서 '고곤'은 창조력을 마비시키는 존재를 의미하기도 하고
테러리즘과 평화주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신화 속의 페르세우스(극작가)가 아데나(아내)의 도움을 받아
고곤의 목을 치나 결국 페르세우스 자신 스스로가 고곤이 되어 버린다는 흐름을 띠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극작가는 '연극은 죽었다'고 통탄하지만
'고곤의 선물' 이 작품은 연극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그러한 강렬한 연극성이 빛나는 공연이다.
심오하면서도 정교한 플롯의 피터 쉐퍼의 극본과
연극적 상상력의 힘을 보여 준 무대, 조명 그리고 연출,
무엇보다 관객들을 사로잡는 정동환, 서이숙 씨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용서와 복수를 생각케 하다...
영화 '밀양'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장면 중의 하나가
신앙활동을 하며 안정을 찾은 전도연이 범인을 용서하겠다고 교도소에 찾아갔는데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의 그 범인이 자신은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노라고
말하는 바로 그 씬이었다.
속죄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용서,
진정한 속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용서가 과연 가능할까......
전지전능한 힘을 빌리거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맞바꾸는 용서도 과연 용서일까......
'고곤의 선물'의 대사에서도 잠시 나왔듯
용서할 수 있는 그 한계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요즈음은 특히 그 한계를 벗어나 있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그가 죽거나 죽음을 당했다 해도
전혀 내 감정의 동요가 없을 거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인간들...
역사가 단죄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싶지 않은 그런 인간들...
'마라, 사드'에서 마라의 말들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이런 시대......
'고곤의 선물'에서 극작가 인물의 극단적인 말들에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이런 시대......
'2009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콩을 들다... (0) | 2009.07.22 |
---|---|
3 Directors... (0) | 2009.07.06 |
Marat, Sade (0) | 2009.06.15 |
Eternal Sunshine (0) | 2009.06.04 |
Star Casting_ 삼총사 & 빨래 (0) | 2009.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