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monologue

상념으로 치유하기_ 3

spring_river 2009. 5. 22. 19:24


3.

늙음의 힘은 때론 무난한 삶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나이드는 게 좋다.
나쁜 것, 싫은 것, 무난한 것, 이런 것들을 포용해 주는 것,
그것이 나이 먹음의 미학이 아닐까?
                                          - "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에서

어른이 될수록 자꾸만 '더 모질게, 더 독하게'를 요구받는 기분이다.
                                          - "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에서



이전에 '마흔을 준비하기'라는 포스트를 끄적거렸던 적도 있었는데,
성장통 겪는 10대도 아닌데

왜 이리 마흔을 앞두고 벌써 몇 년째 해마다 정신적 침체기를 거치는지 모르겠다
.
그 때마다 그냥 속수무책 시간의 힘에 빌어 지나쳐 흘려보내니

이렇게 매해 되풀이되고 있나 보다
.
아니, 이건 그냥 되풀이도 아니고 그 덩어리가 더 커다랗고 독해져서 덮친다
...
'
더 모질게, 더 독하게'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무난함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며 잘 나이먹어갈 수 있을까...
한 지인이 자기도 마흔 직전 즈음에 굉장히 힘들었었는데

마흔이 훌쩍 지나고 보니 많이 편해지더라는데 진짜 그럴려나......
아직까지 너무 욕심이 많고 기대가 많아서일까
......
내가 바뀌면 괜찮을까
......
그런데 바뀔 수나 있으려나
......
좀 바꿔볼까 했더니 나는 그런 내가 어색하고

타인들은 이전의 나만 기억하고 바뀌고 있는지 모른다...에잇!

치유를 위해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들을 취할 수 없으니
...
의무감,책임감,자존심,그리고 약간의 도덕성을 버리고 용기를 내면 취할 수도 있는데
...
이렇게 유야무야 시간에 의해 덮어지면

분명히 머지않아 또 나를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더 독해진 모습으로......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마시게.
......
......
제일 좋은 방법은
내버려두는 것.
그저 가을바람 불어
귓가에 스칠 때까지 기다리세.
                         -
지셰린의 "다 지나간다"에서



재작년말엔가 별점을 봐준 남자가 내게 그랬었다.
3개나 있다고...
이런 사람들은 마음을 다스리고 자기 철학을 정립해야 행복하다면서

나와 똑같이
3개나 있어 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러나 초월자인
오쇼 라즈니쉬의 책들을 꼭 읽어보라며 권했다.
그가 추천해준 도서들 중 오쇼의 장자 강의인가 하는 책을 사서 본 적이 있는데

좋은 말인지는 알겠는데 참... 책장이 잘 안 넘어갔다...
세상을 살되 세상에 소속되지 말라, 그대가 타고 있는 배를 비우라

그런 내용들이 나와 상극이니까 나더러 읽고 도움을 받으라는 것일텐데
솔직히 며칠 못가 좀 읽다가 손을 놓았다...
며칠전 서점에서 서적 띠에 적힌 신영복의 추천 카피가 눈에 띄어 살펴봤다가

"
다 지나간다" 라는 제목 또한 괜히 맘에 와 닿아서 책을 집어들었다.
아직 다 읽진 않았는데, 오쇼 책보다는 그래도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
근데 참 이상하게
,
(
물론 많은 고통을 겪은 후의 결과이겠지만) 세상을 초월한 듯한

현자들의 착한 가르침들이 나랑은 친해지기 힘든 부류인 것 같다.
이제 꽤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전투력이 많이 남아있어서인가
...
지금 이곳에서 그렇게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해 너그러워지기가 가능하냐구
...
다시
敗者로 돌아왔으니 혹시 이제 다시 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다 지나가면 좋겠다
...
그냥 지나가는 것 말고

'
' 지나가면 좋겠다......
내가 바라보기만 하면 안 되겠지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방향으로 노를 저어놓고 지나가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또 돌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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