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o Musical은 무대 위에 단 두 사람만이 등장하는 공연이기에
긴 시간동안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배우 각각의 역량과
두 사람의 호흡이 특히 중요한 뮤지컬이다.
'카페인'과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배우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카페인'은 창작뮤지컬이라는 점, 남녀 배우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점
그리고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점,
남녀 배우가 각각의 공간과 시간에서 펼치는 Mono 뮤지컬의 교차 형식이라는 점에서
각각의 매력이 색다른, 그래서 비교할 바가 많은 작품들이기도 하다.
먼저 본 뮤지컬 '카페인'은,
우리나라 뮤지컬계 유망주 중의 한사람인 성재준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오랜만의 창작 뮤지컬 수작으로,
낮에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와인을 파는 한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늘 끝에서 두번째인 (그러니까 자신과 헤어진 직후에 항상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리는...) '커피 바리스타'인 한 여자와
여자의 나이와 몸매를 와인 빈티지와 와인병/글라스의 외형으로 기록하는
바람둥이 '와인 소믈리에' 한 남자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사실 극이 전개되는 초반부터 결말이 예상되어지는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였지만
(바람둥이 연애코치와 젠틀남 연애대상을 오가며 변신하는 남자의
끝마무리 부분의 개연성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꽤 알차고 그리고 사랑스러운 공연이었다.
뮤지컬 넘버도 각 상황의 정서에 맞게 여러 장르를 오가며 세련된 음악을 선보였다.
(귀에 익게 되는 넘버가 없다는 건 물론 아쉽지만...)
뉴욕에서 공부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하는 작곡가의 국내 첫 데뷔작이라 들었는데,
수년전 한국영화와 같은 상황은 욕심이겠지만
소수이나마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해외 신진 유학파들의 새로운 힘들이
한국 창작 뮤지컬의 미래를 밝게 할 좋은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뮤지컬 'The Last 5 Years'는
5년전에 국내 초연되었을 때에 꼭 보고 싶은 공연이었었는데
결국 놓쳐버려서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 내 마음이 이끌렸던 이유는 독특한 작품 구성 때문이었는데,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헤어짐에 이르는 5년의 세월이
서로 거꾸로 엇갈려 진행되는 독특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까, 남자는 첫만남에서 이혼의 순방향으로
여자는 이혼에서 첫만남의 역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된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두 명의 남녀이지만
시간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매 씬이 Mono의 형태를 띠며
두 사람이 함께 만나는 씬은 공연 중반 결혼식 장면 딱 한 번뿐이다.
막이 오르면 남자는 첫 만남이 이루어지던 5년 전의 모습에서부터
사랑을 키워나가는 순서로 진행되지만,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는 5년 후의 모습에서부터 위기와 다툼의 역순으로 진행되어
관객들이 처음엔 약간 당황할 수 있지만 서서히 극의 전개와 함께
아, 저렇게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던 거구나...
아, 저렇게 처음에 서로 사랑했었구나... 하는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독특한 느낌과 함께 빠져들게 된다.
또 하나의 특별한 매력은
공연의 시작과 함께 이미 이 사랑은 이별로 끝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리고 사랑의 시작과 끝, 중간을 남녀의 입장에서 동시에 보고 있기에
모든 씬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다툼이 시작되고 위기를 맞는 장면을 볼 때엔
머릿속으로는 바로 조금전 보았던 그들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그 때와 오버랩되며
그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첫 데이트의 설레임, 그리고 서로 행복을 꿈꾸는 장면을 볼 때엔
하지만 그러했던 그들의 갈등과 이별이 오버랩되며
행복한 씬마저 진한 애잔함으로 느껴진다.
이 작품은 '스마트하게 진실을 표현한다'는 해외 리뷰처럼
지적이면서도 매우 감성적인 작품이다.
대사가 거의 없이 모든 씬이 뮤지컬 넘버로만 진행되는 Song-through 형태인데
모든 뮤지컬 넘버 음악이 굉장히 매력적이며,
가사 역시 지적이면서도 심리묘사가 탁월하게 잘 Dramatize되어 있다.
이 공연은 또한 '시간'이라는 모티브가 작품 전체에 매우 중요하게 관통되어 있다.
뮤지컬 넘버 가사에서도 각각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서로 '어긋난 시간'이 읽혀진다...
다른 건 필요없어
그저 날 사랑하기만 하면 돼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어...
너와 보내고 싶은 시간이 너무 많아
인생을 함께 할래
다음 열 번의 인생 천 번의 여름을
이렇게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신과 많은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에 대한 대답은 서서히...
곧 갈게 좀더 기다려줘
가 되어간다. 결국...
난 그의 삶을 함께 하죠
에 이른다. '우리'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닌 '그의 삶을 함께' 하는...
나 원했던 건
작은 나만의 공간
내 맘 한 구석
그뿐이었는데
그것조차 산산조각 부셔놓네
처음엔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울만큼 늘 함께 하고자 했지만
모든 시간을 함께 하고픈 마음과 자신만의 시간을 원하는 마음이 충돌하고,
예전엔...
너도 행복할 수 있어
너에게 영원한 시간을 줄게
너만의 행복을 찾아
라며 사랑하는 이의 꿈을 북돋워주었지만
제발 2분만 내 말에 토 달지 말아 줄래?
당신은 왜
내가 평생을 바쳐 하려는 일을 할 때면
죄책감 느끼게 해?
단 2분이라도 내 말을 들어달라는...
그렇게 서로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해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미 너무 멀리 왔어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난 널 구할 수 없었어
우린 이미 너무나 변했고
함께할 길을 찾지 못했네
첫 데이트 후 부푼 설레임과 시작되는 사랑을 가득 담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여자는 '안녕'을 희망차게 인사하고
사랑과 결혼의 그 끝에서 남자는 절망스럽게 '안녕'을 고하며
그렇게 공연의 엔딩을 맞는다...
예전부터 한 번 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또, 이 공연에 출연하는 한 배우가 올해 우리 작품을 함께 할 배우라
이런저런 여러 이유로 보게 된 공연이었는데
약 90분동안 제이미와 에이미 그 두 사람의 시간을 함께 하며
머릿속으로는 많은 생각이 떠올려졌고 음... 많이 느끼게 된 그런 공연이었다.
오랫동안 사랑하고 함께 살면서도
두 사람의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왜 이리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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