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는
한미 합작 프로젝트인데,
한국에서 마케팅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세계 초연'이
사실상은 트라이아웃 공연의 의미를
띠고 있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내셔널 투어를 통해
계속된 수정보완작업을 거쳐
브로드웨이 입성을 목표로 하고있는
프로덕션 시스템이다.
예전에 '드림걸즈' 영화에 대한
인상이 깊었던 탓에
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워낙 쟁쟁한 브로드웨이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했으니
평균 이상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공연을 직접 확인해 보니,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였다.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연출력의 승리였다.
특히, 무대 시스템!!!
'프로듀서스'에서 정말 완벽하기 그지없는 무대를 보여주었던 디자이너의 솜씨답게
이번 작품 역시 놀라운 무대를 펼쳐보였다.
자유롭게 변형 이동하는 대형 LED 패널 5대만으로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그리고 효과적인 무대가 연출되었다.
그 무대와 완벽히 결합된 영상 연출, 그리고 화려한 수많은 무빙라이트와 의상의 어우러짐은
관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에 비하면 배우들의 경우, 두어 명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일단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매니저 커티스 역의 경우
김승우의 노래실력에 대한 혹평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깎아내리고 있는 가운데
노래 못하는 배우를 참아주기는 진짜 힘든 일인지라 오만석 출연하는 날을 선택했다.
근데 웬걸... 그 캐릭터에 제대로 동화되어 있지 못한 연기도 물론이고 노래도 별로였다.
영화 대비 그 역할의 비중이 좀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중심없이 묻혀버렸다.
노래를 그냥 참아준다면, 커티스 역의 연기는 김승우가 더 나을 듯하다는 잠깐 생각도...
디나 역의 정선아 씨의 경우,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에 너무나 적역이라 생각했었는데
물론 잘해 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리드 싱어가 되면서 2막부터는 확실한 주인공다운 포스가 표출되어야 하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지만... 비욘세의 카리스마에 비하는 그런 주목도가 떨어졌다.
에피 역이 워낙 강하기도 하지만, 2막에서는 그녀를 훨씬 뛰어넘어서야 하는데...
그리고 다른 조역들과 특히, 앙상블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을 가장 살려준 배우는, 에피 역의 차지연과 지미 역의 최민철이었다.
영화에서 에디 머피가 출연했던 지미 역의 최민철은 이 공연에서의 최고의 적역으로,
'헤어 스프레이'의 호연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날개를 단 듯했다.
에피 역은 일부러 차지연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았다.
홍지민 씨가 그동안 드라마나 예능프로에서 워낙 코미디적인 캐릭터를 보인지라
에피 역을 연기하는 그녀에 몰입되기가 어렵다는 얘기들이 많았고, 나도 동의한다.
차지연 씨의 무대는 이번에 처음으로 본 거였는데, 그녀의 가창력에 매우 놀라웠다.
보면서 다시금 느꼈다, 에피 역은 홍지민보다 차지연이 더 높은 평가를 받으리라는...
시간가는줄 못 느끼게 할 만큼 화려하고 빠르게 내달렸던 1막 대비,
2막은 짜임새가 약간 성긴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극본 전개 때문일 수도 있고, 비중이 좀더 높아진 조연들의 실력 탓일 수도 있고...
그리고 영화 속에 나왔던 뮤지컬 넘버들 외에
레치타보 타입의 다른 넘버들은 왠지 어색하기도 했다.
원래 그러한 타입은 잘 소화하기 힘든지라 이것 역시 배우 탓일 수도...
공연장을 나서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놀라운 무대 시스템과 연출력이다...
이 작품은 정말 나중에 브로드웨이에 올려지면 꼭 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캐릭터들을 훌륭히 소화할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보다 완벽한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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