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창작뮤지컬에
그동안 실망을 해서인지
내 마음의 풍금의 뮤지컬화가
별로 안 당겨서인지
사실 그다지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었다.
거의 공연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 공연을 보게 된 건 사실
공연이 보고 싶어서였다기보다는
향후 New Biz. 건으로
극장 답사가 필요해서였다.
이렇게 전혀 다른 이유로
어쨌든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왠걸...
의외로 공연이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봐왔던 창작뮤지컬을 고려했을 때에
이 작품은 그래도 꽤 완성도가 높았다.
오랜 기간의 Pre-Production 과정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일반인들에게 익히 알려진 스토리,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연기와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새겨져 있는 컨텐츠를
2시간 내외의 Stage 뮤지컬로 만들 때에 범하기 쉬운 여러 오류들이
그래도 잘 극복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높이 살 만 했다.
스토리를 사랑의 과정에 따라 4계절의 사건들로 구성하고
영화에 없던 인물 또는 역할 구조를 만들어내어 극에 어울리는 짜임새가 있었고
동화적인 요소, 코믹적인 요소, 그리고 드라마적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음악!
사실 그동안 우리와 오래 작업을 해 왔던 음악감독이 공동 작곡을 맡아
적지 않게 관심이 가기도 했었는데, 뮤지컬 넘버들이 매우 좋았다.
여러 장르를 포괄하면서도 그다지 튀지 않게 각 상황에 매우 잘 어울렸고
가사와 멜로디 완성도가 이전의 어느 창작물보다 무척 높았다.
씬과 대사와 노래가 연결되는 Song Moment도 매우 뛰어났다.
다만, 공연장을 나오며 흥얼거리게 되는 대표적인 멜로디가 없어 아쉽긴 했으나
'나비의 꿈' '내 사랑 수정' 같은 노래는 참 좋았다.
그리고, 무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시대를 표현한다고 했을 때 쉽게 떠올려질 수 있는 그런 상투성이 배제되었고
대신 무대의 특별한 질감만으로도 시대감과 모던함이 함께 묻어났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오만석과 작은 체구에 뛰어난 열정이 넘치는 이정미,
이 두 주인공의 功도 컸다.
공연을 보면서 이병헌과 전도연이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아마 큰 칭찬이리라...
워낙 그들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럴 법도 한데
오만석과 이정미를 바라보면서 영화 속 그 인물들이 괜히 생각나지 않게 할 만큼
너무나도 그 역할들에 잘 어울렸고 또 새롭게 잘 해 내었다.
그외의 조역들과 아역 배우들의 연기와 그 조화도 좋았다.
2년전 '천사의 발톱'에서 실망했던 조광화 연출의 뮤지컬 연출도
다시금 신뢰감을 얻게 해 주었다.
사실 화려하고 신나는 걸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다소 심심할 수 있다.
그러나 '짝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의 공감대로
이 작품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해 준다.
또 어찌 생각해 보면, '어떻게 만들었나 보자' 하고 마음먹고 본 공연이 아니라
전혀 아무런 기대없이 보게 된 작품이라서 오히려 좋은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아, 또 한 가지 플러스 요인이 있다...
최근 1년간 한번도 극복되지 않은 극심한 스트레스의 연속에
이젠 나가떨어질 만큼 지치고 지쳐 있는 상태에서 보았던 지라
이 공연은 참 휴식 같은 작품이었다.
휴식 같은... .
오랜만에 써 보는 표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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