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Mystic River를 보려고 했는데,
서울 시내에 어찌된 게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누...)
연말이 되고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띄어도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아, 곧 크리스마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러브 액추얼리'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영화였다.
참, 이상한 일이지...
"크리스마스니까..." 라는 전제, 이유, 근거가 굉장한 힘을 발휘하는...
그 알 수 없는 힘...
그동안 가슴속 묻어두고 있던 사랑을 수줍게 고백한다,
왜, 크리스마스니까...
이루어지면 크리스마스니까 그 기쁨이 배가 될 테고,
이루어지지 못했다 해도 크리스마스니까
상대방에게도 자신에게도 이해가, 양해가 될 테니까...
왠지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이야기하면
누군가(그게 하느님인지 알 수 없지만) 힘을 북돋워 주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엔 더 효력을 발휘할 것 같고,
평소 할 수 없었던 용기도 생기는 것 같고,
무슨 말을 해도 모든 게 다 용서가 될 것 같고...
하긴...
보희 오빠와 내가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도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12'주년이 된다...
목요일날 밤새고 골치가 지끈거려
금요일 저녁에 이 영화를 혼자 보고 나서
일요일날, 바빠서 미루고 있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루랑 (실제로는 그루 아빠랑) 만들었다.
그래, 크리스마스구나. 벌써 다음 주네...
영화는 뭐... 즐거웠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이라면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로맨스 영화라는 것...
친구의 새신부를 찾아가
그동안 간직해 온 사랑을 보드지로 얘기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깊은 Scene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리다...
크리스마스의 힘을 빌어 하고 싶은 얘기...
그런 얘기가... 있을까...
......
아참, 그리고 괜히 궁금해지는 것 한 가지...
'After' Christmas...
친구를 위해
(아니, 실은 사랑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감동적인 깜짝 웨딩 이벤트를 마련해 주고
홀로 간직하기 위해 그 여자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웨딩 비디오를 찍어 두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차갑해 대하고 멀리 하려 했던
그 바보같은 (잘 생긴) 남자와
크리스마스 고백을 듣게 된 그 여자...
그래, 크리스마스의 힘을 빌어
한 사람은 어렵게 고백을 하고
또 한 사람은 감격 내지는 고마움의 키스를 하고...
크리스마스 그 날은 그랬다 치자,
크리스마스가 지난 그 이후에도
그 두 사람은 과연 평탄하게 각각 행복했을까......
200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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