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해도 이미 공연을 마친 '노트르담드파리' 앵콜 내한공연,
그리고 현재 공연되고 있는 라이센스 공연 두 편 - '벽을 뚫는 남자', '챈스'
그리고 4월에 공연될 내한공연 '십계'......
그리고 (3대, 4대 하는 것도 좀 우습긴 하지만) 노트르담드파리, 십계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작년부터 한국공연에 관한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갑자기 프랑스 뮤지컬이 몰려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긴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하나에 Feel 받으면 우르르 몰리는 현상이 워낙 강한지라...)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뮤지컬들만 접해 온 한국 시장에
다양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또, 작년에 '노트르담드파리'를 보고난 후에 썼듯
내가 원래 프랑스 문화에 대한 부러움 및 선호가 살짝 있는지라......
Anyway,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만났다...
'노트르담드파리'와는 또다른 느낌의 프랑스 뮤지컬이었다.
물론 작품 규모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노트르담드파리'가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무대와 샹송의 향연이었다면,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 특유의 서정성과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프랑스에서 크게 추앙받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마르셀 에메의 원작,
'셸부르의 우산' 등 많은 영화와 뮤지컬의 작곡가인 미셀 르그랑의 음악,
작품의 토대를 이루는 이 두 가지가 매우 탄탄하면서도 독특한 컬러가 빛났다.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신기한 재능이 생긴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매우 특색있는 소재 속에 2차 대전 직후의 프랑스 시대분위기가 적절히 녹아 있었다.
또한, 프랑스 특유의 유머와 위트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셀 르그랑의 음악 역시,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아 그 느낌이 덜할 수는 있으나
매우 심플하면서도 감미롭고 잘 짜여진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
한국 공연에 대한 면을 보자면,
주인공 듀티율과 그가 좋아하는 여인 이사벨을 제외하고는
10명의 배우가 1인 3~4역으로 등장하는데,
연기와 노래도 잘 소화되어 있었고 그 생생한 캐릭터들이 빛났다.
주인공 듀티율 역의 엄기준은
전작 '어쌔신'보다 훨씬 잘 어울리고 맞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탤런트 박상원이 더블 캐스팅인데, 박상원보다는 엄기준이
듀티율을 훨씬 경쾌하게 잘 표현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리는 무대 디자인,
그리고 이 파스텔 톤의 무대에 각 씬의 특성에 맞게 색감을 부여한 조명도 좋았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작품이라 노래 가사로 줄거리 진행이 이해되는데
특히 극 초반에는 음향이 크지 않아 잘 들리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따분한 일상 속에 그러나 성실히 살아가는 우체국 공무원 듀티율에게
어느 날 갑자기 벽을 뚫고 드나들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이 생긴다.
깜짝 놀라 찾아간 (알콜중독) 의사가 그에게 말한다.
사랑을 하면 그 능력이 없어질 거라고...
보석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어 신문에 대서특필되는데
한편 같은 마을의 이사벨이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뺏긴 듀티율은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일부러 붙잡히게 되고...
이런저런 중간 과정 생략하고...
드디어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게 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 듀티율이 벽을 뚫고 지나가던 찰나에
그의 신비한 능력이 사라지게 되어 결국 벽 속에 갇히게 된다.
사랑을 하고
그리고 벽에 갇히게 된다......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의, 마르셀 에메를 기리는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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