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monologue

그루, 한글공부 시작하다...

spring_river 2005. 10. 15. 15:55

2주전쯤엔가...
어린이집을 씩씩하게 잘 다니던 그루가

하루는 갑자기 안 들어가겠다고 어린이집 앞에서 울어댔댄다.
데려갔던 시어머님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 결과
,
요즘 그루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랜다
.
그림그리기 시간에 다른 애들은 모양 틀 안에 잘 색칠하고 하는데

그루는 그걸 잘 못 해서 대강 칠하고 다른 애들 방해하고 해서
아마 선생님한테 소리도 좀 듣고 했나 보다.
그리고 한글을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하나 본데

다른 애들은 다 잘 하는데 그루 혼자 잘 따라오질 못했댄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시어머님한테 하는 소리가

그루가 다른 애들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대나?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님이 단단히 화가 나셨다
.
또 그 말을 전해 들은 우리 식구들도 다 열이 받았다
.
아니, 쟤가 얼마나 똑똑한데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
아마
...
그루를 그동안 한글공부를 따로 안 시킨 탓인 듯 싶었다
.
일부러 안 시켰다. 그냥 당분간은 실컷 놀게 내버려 두고 싶었기도 했고
...
아마 다른 애들은 신기한 한글나라류의 공부를 집에서 미리 시킨 듯 싶다
.
하긴 같은 또래의 우리 오빠 애도 작년부터 그걸 시켰으니
...
그루 아빠도 화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
아니, 애들끼리 서로 놀기도 하고 그런 공부도 서서히 시키라고 어린이집 보냈지

거기에서는 가르치려 하지도 하고 이렇게 따로 벌써 과외를 시키란 얘기냐고...
마음 같아서는 어린이집을 확 바꿔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서는 제일 낫다는 곳이었고
멀리 있는 다른 좋다는 곳을 다녀봤자 동네 친구가 없을 테고 여러 가지가 걸렸다.

부당한 것들 투성이었지만

당장 그루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니
해결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림그리기는
,
다행히 누가 안 시켜도 그루가 집에서 그림그리고 색칠하는 것을

옆에서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혼자 열심히 연습하더니 며칠만에 많이 나아졌다
.
이젠 나름대로 도화지 한 장 안에 자기 나름대로 완성도 있게 그림을 그린다
.
한글공부는
,
집에서 틈나는 대로 가르쳐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
엄마 아빠 모두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래도 선생님이 좀 체계있게 꾸준히 가르쳐 주는 게 아무래도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정말 시키고 싶지 않았던 '과외'를 시작하게 되었다
.
집에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마 잘 모르는 얘기일 텐데

요즘 애들은 3~4세부터 한글을 배우고해서 '통문자' 교육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배웠던 '+=이러한 구조를

3~4
세 애들은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
아버지' '고구마' '버스' 뭐 이렇게 단어 자체의 형태를 그냥 통으로 외우는 거다.
한글 공부를 일찍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특히 나는 이 통문자 교육방법이 너무 맘에 안 들었다
.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어를 외우는 식으로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는 게

그렇게까지해서 빨리 글을 읽고 책을 읽게 하고 싶지 않았다.
또 지금 그루가 다섯 살이니 좀 오래 걸리더라도

낱문자 구조들을 이해하고 그렇게 배우길 원해서

통문자 아닌 낱문자 형식으로 가르치는 학습지를 열심히 찾아내서
지난 주에 상담을 1차로 받고 이번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환경도 중요하다 싶어 아이용 책상 의자도 사서 그루 방에 놓아 주었더니

그루가 무지 좋아한다
.
엊그제 선생님이 처음으로 와서 수업을 하고 갔대는데 (수업이래봤자 15분간이다
...)
그루가 잘 따라 하고 또 좋아하더랜다
.
저녁때 집에 가서 그루한데 뭐 배웠냐고 물었더니 ㄱ하고 ㄴ 배웠댄다
.
시켜 봤더니 여러 문장에서 ㄱ과 ㄴ을 100% 구별해 내었다
.
그걸 보니 신통하기도 하고
...

내년까지는 다른 거 안 시키고 그냥 놀게만 두고 싶었는데

환경이 안 따라주니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것도 있지만,
최근 그루가 글자에 한창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터라

... 한글을 배우기에 그냥 적절한 타이밍 같기도 했다.
재미있게 공부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마음 한 구석은 좀 착잡하기도 하다
...
다섯 살, 아니 이제 만 네 살 좀 넘었는데 벌써부터 이런 걸 해야 하니

앞으로 최소화한다고 해도 대체 그 최소화가 어느 정도일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외부적 환경, 그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될 부모나 아이

이 상황에서 원래의 생각들을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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