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brief comment

Reconstruction - 사랑의 재구성

spring_river 2005. 2. 26. 16:21





대홍 시절부터 애용하기 시작한,
그곳을 떠난 이후로는 다소 먼 거리 때문에

아주 가끔 찾곤 했던 곳
,
어쩌면 이제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몇 안 남은 곳

씨네큐브에서 'Reconstruction'을 만나다.


하나. 사랑에 관한 독특한 영화


 
일관된 스토리텔링이 아닌, 몇 차례의 변주가 계속되는
 
그야말로 '재구성' 영화다.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그리고 괜찮은 영화였다
.
 
사랑에 빠지는 들뜬 기분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사이를 맴돌며

 
연인들이 느끼는 섬세한 떨림을 포착해낸 작품이다
.
 
오히려 기대하고 봤던 'Closer'보다 더 나은 듯 싶었다
.
 (
두 영화 모두 사진작가와 작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꽤 많다
.
 
스틸컷만을 사용한 베드씬도 인상적이었고

 
위성사진으로 표현한 두 남녀의 위치 표현도 재미있었고
 
추락하는 한 남자의 Image 트릭도 
 
담배를 이용한 'Falling in love' 마술도 그랬고
...
 
남자가 보게 되는, 두 여자가 함께 만나는 장면도 의미심장했고
...
 
거칠어보이는 질감의 영상도 좋았고

 (
참고로 이 영화는 2004년 칸느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이다)
 
음악의 사용도 매우 적절했고
...
 
, 놀라운 것은 옛 애인과 새로운 애인이 12역 연기였다는 것
.
 
영화를 보면서는 난 눈치도 못 채고 있었고
 
 
영화가 끝나고 전단을 보고 알았다
.
 '
마리아 보네비'라는 이 여배우의 연기 또한 대단했다
.

 
오랜 연인을 버리고 첫눈에 반한 새로운 이와 사랑을 시작한 순간

 
그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과 마주치게 된다.
 (
그의 집도 사라지고 친구, 오랜 연인, 아버지조차 그를 모른다
...)
 
그렇게... 사랑을 하면 세상이 바뀐다
...

 
그가 너를 사랑하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오랜 애인이 대답을 주저하는 순간
,
 
그는 우연히 운명과 같은 다른 여자와 만나게 된다
.
 
그리고

 
옛 애인의 모습을 한, 그러나 여전히 그를 모르는 여자의 부탁에
 
자의반타의반으로 키스를 하는 순간
,
 
그를 기다리던 운명의 그녀는 떠난다
.
 
그리고 그가 뒤돌아 보았을 때
 
 
텅빈 황량한 지하철역 그리고 그림
...
 
그렇게... 사랑은 의심하면 떠난다
...
 
 
굉장히 잔상이 많이 남는 영화다



.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 속 멘트


 -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내레이션

   '
이건 영화다.
   
모두 허구다
.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
.'

 -
처음으로 만난 여자와 남자의 대화

   "
왜 나죠?"
   "
내가 당신의 꿈이라면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
"

 -
작가 남편의 인터뷰 중 사랑에 대한 그 사람의 대답

   '
여자에게 사랑이란 필수품이다.
   
사랑없인 살 수 없다
.
   
그 사랑은 결심하고 행한 의식적 선택이다
.
   
그러나 남자는 사랑이 불시에 찾아오길 원한다
.
   
사랑을 계획하길 원하지 않는다
.
   
사랑은 떠맡게 된 것이다
.'


. 사랑 그리고 기억에 대하여

 
사랑의 재구성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든 생각...
  
그렇다, 사랑은 재구성된다
.
 
 
사랑의 기억은 대개 정확치 않게 된다
.
 
어디에서 그 사람을 처음 보았던가
,
 
언제부터 그 사람이 내 안에 들어 왔던가
,
 
그 사람과 나에게 어떤 얘기를 했던가
,
 
그 사람의 눈길이 이러했던가 저러했던가
,
  
그 사람이 먼저 나를 떠났던가, 내가 먼저 떠나 보냈던가
...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애매해지면서

 
서로 사랑한 사이였는지조차 명확치 않게 된다.
 
그렇게 사랑은 시간과 함께 의식 속에서 조각나고 사라진다
.
 
그렇게 사랑은 주관적이다
.
 
그 때를 기억하면서 순간순간이 허구가 된다
.
 
그렇게 사랑은 재구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