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brief comment

빵야

spring_river 2024. 8. 21. 13:05

 





★★★★



# 처음엔 연극 제목을 들었을 때에 대학로 오픈런 공연들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근대사의 비극을 거쳐온 총이 의인화되어 전개되는 스토리라는 한줄 얘기를 듣고
   흥미가 마구 동하여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은 매우 좋았다.
   3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은성 작가의 공들인 극본 그리고
   두 주연배우와 멀티 배우들의 연기,
   극의 완급을 잘 조절해 나간 연출의 힘이었다. 
   요약본 영상 소비가 너무 익숙한 요즘 세대들도 무리없도록
   에피소드들을 짧게 훑으면서도 중요한 소구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방식도
   한편으로는 인상적이었다.  
   2막 후반부부터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궁금해하며 보았는데
   결말도 꽤 잘 처리해서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번이 작년 초연에 이은 재연 무대였는데
   작년 초연을 놓친 게 아쉽다, 하성광의 빵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99식 소총 '빵야'의 주인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 공연은 한국 근대사의 큰 흐름들을 짚어준다.
   그리고, 빵야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 '나나'라는 작가를 통해
   팔리는 스토리텔링 만들기, 역사의 소비라는 문제 또한 숙고하게 한다.

   나나는 말한다,
   "기쁜 이야기를 하나 만들면 세상에 기쁜 일 하나가 생기고,
    슬픈 이야기를 하나 만들면 세상에 슬픈 일 하나가 사라져."
   빵야는 말한다,
   "이야기 하나를 힘들게 쓰면 힘든 사람 하나가 잠시 쉬게 될 지도 몰라.
    이야기 하나를 아프게 쓰면 아픈 사람 하나가 조금은 나아질지도 몰라."

   극중 이런 대사가 있다,
   "정성껏 만든 이야기는 널리널리 퍼져나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멀리멀리 퍼져."
   나는 진정성 높은 이 작품을
   정성껏 만든 이야기, 정성껏 만든 공연이라 평하고 싶고,
   그래서 계속 다듬고 완성도를 높여
   널리널리 오랫동안 퍼져나가는 레퍼토리가 되었으면 한다.
   

 

 

 

 

https://youtu.be/SIUgnk0MCUQ?si=kukQgncNAL1iGI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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