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이어 리움미술관은 두 번째 방문_
미술관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마우리지오 카텔란의 전시가 시작된다.
건물 입구 그리고 티켓부스 앞 로비에 각각 특유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노숙자 두 사람의 모형.

로비 벽면의 타이틀에 놓여진 박제 비둘기들_ 작품명 '유령'.
우리네 바깥 풍경처럼 정말 저 비둘기들은 전시장 내외부 곳곳에 있다. 백여 마리 되는 듯...














브레멘음악대를 차용한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이 아닌) 까마귀의 모습.
처음엔 뼈만 전시된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전시장 맞은편의 박제를 보면 비로소 그 비밀이 풀린다.
인간들을 향해 으르렁대는 표정이 굉장히 생생하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중 하나...





뒷모습과 앞모습의 반전을 노리는 두 개의 작품_
뒤에서 보면 무릎꿇고 기도하는 소년인가 싶지만,
앞에서 보면 다름아닌 히틀러다, 조금도 참회하지 않는 표정으로...
또, 뒤에서 언뜻 보면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소년인가 싶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연필이 손등을 뚫어 책상 앞에 고정되어 있는 섬뜩한 모습이다...

거대한 박제 말이 두 개의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1층 전시장에는 그 쓰임을 다한 듯 천장에 매달린 채...
3층 전시장에는 보통의 박제품과 달리 머리만 빼고 몸통만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뜻한다는
서양 속담 '방 안의 코끼리'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시집가는 코끼리같기도 하여 처음엔 예쁘다 생각했는데
KKK의 전형적인 복장을 의도한 거라고...
근데 작품명은^^




너무나 가까운 얼마 전에
바로 이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있었던 참사가 저절로 떠올라
서늘해지게 하는 작품......

위에서 저 길게 늘어선 줄이 바로 이 곳을 차례로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미켈란젤로 그림들을 축소하여 제작했다고 하는데,
종교적 권위를 강조하듯 매우 높은 위치에 있어 실제 육안으로 보기도 힘들고
작품 보존을 위해 천장화나 벽화의 사진촬영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어
복제품에 대한 경험이 원본에 대한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지
예술품의 원본성 및 그 권위에 대한 도발을 의미한다고...
그런데 나는 원본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게다가 이건 뭐 그냥 조악한 복제품 수준이라
10분 넘게 줄서서 기다린 시간 대비, 슬쩍 보고 1분도 안 돼서 바로 나온...

작가의 또다른 의도가 여기에도 있다.
제대로 지어진 것도 아닌, 그냥 합판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외형의 그 공간을 나오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모습을 한 그 문제작이 바로 앞에 놓여있다.


3층 전시장의 넓은 창문으로 바라본 미술관 앞 풍경~

예상했던 것보다 마우리지오 전시 관람을 빨리 마친~
덕분에 리움 고미술 상설전을 볼 시간이 늘어났다^^

8년전 이곳에 와서 청자와 백자를 보고
리움 고미술 소장품들의 너무나도 높은 퀄리티에 깜짝 놀랐었던지라
꼭 다시 와서 보고 싶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때 비해 전시 품목은 꽤 교체가 된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 몇 개만 고르자면,







오늘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작품은 바로, 단원의 '군선도(群仙圖)'.
보자마자 완전 마음을 빼앗겨 정신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말 인물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는지...

이 작품 바로 옆에서 VR 체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걸음을 내딛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별들의 행렬이 어느덧 유럽 어느 피난민들의 여정으로 바뀌어있고
또 이것이 '군선도' 속의 인물들로 변하다가 다시 별들의 행렬로 전환되는...
체험 자체는 그저그랬다^^



오늘의 간단 총평_
마우리지오 카텔란의 전복, 도발, 블랙 유머보다
우리나라 고미술의 묵직한 깊이가
훨씬 더 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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