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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brief comment

Exhibition_ Maurizio Cattelan | Leeum

by spring_river 2023. 6. 22.

 

 

2015년 이어 리움미술관은 두 번째 방문_

미술관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마우리지오 카텔란의 전시가 시작된다.
건물 입구 그리고 티켓부스 앞 로비에 각각 특유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노숙자 두 사람의 모형.

'동훈과 준호'(2023)



로비 벽면의 타이틀에 놓여진 박제 비둘기들_ 작품명 '유령'.
우리네 바깥 풍경처럼 정말 저 비둘기들은 전시장 내외부 곳곳에 있다. 백여 마리 되는 듯...

 

 

'아버지'(2021)_ 아버지를 생각한 작품인데 실제로는 자신의 발이라고...

 

검정부츠 속의 고추나무, '무제'(2008)_ 바깥 풍경과도 잘 어울리며, 이번 전시작들 중 기괴하지 않고 가장 예쁘다고 할 수 있는 작품

 

'우리'(2010)_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자아분열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동성애 소수자를 나타내는 듯하기도 하고

 

'무제'(2003)_ 꼭대기에 앉아있는 북치는 소년은 전시장의 고요함을 깨고 잊을 만하면 북을 진짜 친다

 

'그림자'(2023)_ 모르고 보면 섬뜩할 수 있으나, 20대에 여윈 어머니를 생각한 작품이라는데 한편으론 작가의 마음이 읽히기도 하는...

 

'어머니'(1999)_ 그런데 막상 어머니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이것. 이 또한...

 

'무제'(2001)_ 정규미술교육을 받지않고 미술계에 뛰어든 이단아로서의 처지와 정서가 잘 드러난 작품

 

이 작품을 위해 정말 미술관 바닥을 뚫었다고 하는..

 

'무제'(2007)

 

'무제'(2000)_ 상황 자체는 뭔가 애잔해 보이지만 작가를 닮은 저 남자의 표정을 보면 의외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프랭크와 제이미'(2002)_ 이 작품 또한 공권력을 조롱하는 듯해 보이는데, 막상 이 두 경찰관의 표정은 평안하다

 

자신의 두상 모형에 자신의 작품들을 축소하여 빼곡히 붙여놓은, 그런데 정작 작품명은, '보이드'(Void, 2019)

 

브레멘음악대를 차용한 당나귀, 개, 고양이, (닭이 아닌) 까마귀의 모습.
처음엔 뼈만 전시된 것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전시장 맞은편의 박제를 보면 비로소 그 비밀이 풀린다.
인간들을 향해 으르렁대는 표정이 굉장히 생생하다.
인상적이었던 작품 중 하나...

좌: '비밀'(1998), 우: '가족'(1998)

 

 

 

'숨'(2021)

 

'밤'(2021)_ 총탄 자국 가득한 미국 성조기



뒷모습과 앞모습의 반전을 노리는 두 개의 작품_
뒤에서 보면 무릎꿇고 기도하는 소년인가 싶지만,
앞에서 보면 다름아닌 히틀러다, 조금도 참회하지 않는 표정으로...
또, 뒤에서 언뜻 보면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소년인가 싶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연필이 손등을 뚫어 책상 앞에 고정되어 있는 섬뜩한 모습이다...

上: '그'(2001), 下: '찰리는 서핑을 안하잖나'(1997)



거대한 박제 말이 두 개의 작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1층 전시장에는 그 쓰임을 다한 듯 천장에 매달린 채...
3층 전시장에는 보통의 박제품과 달리 머리만 빼고 몸통만이...

좌: '노베첸토'(1997), 우: '무제'(2007)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뜻한다는
서양 속담 '방 안의 코끼리'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시집가는 코끼리같기도 하여 처음엔 예쁘다 생각했는데
KKK의 전형적인 복장을 의도한 거라고...
근데 작품명은^^

'사랑이 두렵지 않다'(2000)

 

이게 바로 이 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당시 12만달러에 팔려나갔다는, '코미디언'(2019)

 

 

'비디비도비디부'(1996)_ 멀리서 보았을 때에 동화 속 장면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권총으로 자살한 다람쥐의 모습에 감정이 뒤바뀐다



너무나 가까운 얼마 전에
바로 이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있었던 참사가 저절로 떠올라
서늘해지게 하는 작품......

'모두'(2007)



위에서 저 길게 늘어선 줄이 바로 이 곳을 차례로 들어가기 위한 대기 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미켈란젤로 그림들을 축소하여 제작했다고 하는데,
종교적 권위를 강조하듯 매우 높은 위치에 있어 실제 육안으로 보기도 힘들고

작품 보존을 위해 천장화나 벽화의 사진촬영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어  
복제품에 대한 경험이 원본에 대한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지 
예술품의 원본성 및 그 권위에 대한 도발을 의미한다고...
그런데 나는 원본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게다가 이건 뭐 그냥 조악한 복제품 수준이라 

10분 넘게 줄서서 기다린 시간 대비, 슬쩍 보고 1분도 안 돼서 바로 나온...

'무제'(2018)



작가의 또다른 의도가 여기에도 있다.
제대로 지어진 것도 아닌, 그냥 합판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외형의 그 공간을 나오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모습을 한 그 문제작이 바로 앞에 놓여있다.

 

'아홉 번째 시간'(1999)



3층 전시장의 넓은 창문으로 바라본 미술관 앞 풍경~

알렉산더 칼더의 '거대한 주름' 그리고 아니쉬 파푸어의 '큰 나무와 눈'



예상했던 것보다 마우리지오 전시 관람을 빨리 마친~
덕분에 리움 고미술 상설전을 볼 시간이 늘어났다^^



8년전 이곳에 와서 청자와 백자를 보고
리움 고미술 소장품들의 너무나도 높은 퀄리티에 깜짝 놀랐었던지라
꼭 다시 와서 보고 싶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때 비해 전시 품목은 꽤 교체가 된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 몇 개만 고르자면,

'청자상감 운학모란국화문 매병'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청자 찻잔류가 진열된 방. 하나하나 너무 예뻤다~

 

 

 

'백자 달항아리'는 언제나 감동이다!

 

'분청사기철화 초문 병'



오늘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작품은 바로, 단원의 '군선도(群仙圖)'.
보자마자 완전 마음을 빼앗겨 정신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말 인물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는지...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_ 원본의 감동을 사진이 담을 수 없다...



이 작품 바로 옆에서 VR 체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걸음을 내딛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별들의 행렬이 어느덧 유럽 어느 피난민들의 여정으로 바뀌어있고
또 이것이 '군선도' 속의 인물들로 변하다가 다시 별들의 행렬로 전환되는...
체험 자체는 그저그랬다^^

VR로 보는 '이상한 행렬' (권하윤 작가)

 

다시 군선도를 찾아 미술관 폐장을 알릴 때까지 한참 더 관람~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



오늘의 간단 총평_
마우리지오 카텔란의 전복, 도발, 블랙 유머보다
우리나라 고미술의 묵직한 깊이가
훨씬 더 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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