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휴가지는 한려수도 中 못 가본 도시 여수를 비롯해
(여수는 어렸을 적 엄마아빠와 잠깐 놀러가 봤었던 기억이 아주 어렴풋하게 있긴 한...)
순천을 거쳐 오랜만에 광주 친정 방문으로 계획을 잡았다.
결과적으로는 5박6일 동안 여수, 순천, 보성, 광주, 담양 무려 5도시를 돌아다녔다.
보통 한 도시에서 4~6일을 보냈던 이전 대비 굉장히 많은 이동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빠듯한 일정으로
어쩌다보니 휴식과는 약간 거리가 먼 여행이 되어 버린...
그래도 딱 필요한 시점에 쉼표는 되었던 시간들...
#1일차_ 여수
평일 오전 일찍 출발해 약 5시간 가량 차를 달려 도착한 첫번째 목적지는 여수 향일암.
남해금산의 보리암도 그랬지만, 이 곳 또한 해수관음보살 사찰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었다.
일출명소라는데 새벽에 일어나 올 자신이 없어, 그냥 대낮에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는 것으로도 충분 만족.
해수관음보살과 원효대사가 함께 바라보던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이다...
오동도를 가는 가장 멋진 방법,
돌산공원에서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이동 중~
바다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에서 여수 한 곳이라 나름 명물이라는...
난 살짝 무서웠음. 게다가 돌아갈 때에는 밤 시간이었는데 어두운 밤바다 위에서 더 무서웠음ㅠㅠ
케이블카에서 내려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오동도의 모습_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여수 엑스포 방면의 모습_
오동도 방파제에서 바라본 여수 해안가_
오동도는 1~2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는 코스였다.
멋진 자연숲 터널식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나타나는 용굴_
(그리고 전망대 풍경이 꽤 좋았던 등대...)
#2일차_ 여수
여수는 약간 독특한 도시였다.
같은 한려수도 라인인 통영, 거제, 남해와는 달리
3년전 엑스포를 치뤄서인지
아담한 해안도시의 성격과 현대적으로 단장된 모습이 혼용되어 있는 곳이었다.
사전 정보를 찾다 보니 엑스포 내의 아쿠아리움이나 전시관를 비롯해
여러 관광 레저 놀거리 등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그보다 보고 싶은 것은 여수의 자연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흐려진 날씨, 해수욕 하고 싶어하는 그루... 등 이런저런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래도 원래 계획대로 여수의 금오도로 향했다.
아침도 못 먹고 출항시간 5분 전에 간신히 도착하여 가까스로 배를 타고 출발~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약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금오도의 함구미 마을_
금오도는 생각보다 꽤 큰 섬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우리나라 섬크기 약 30위 정도~)
섬 오른쪽 해안을 끼고 도는 비렁길(벼랑길) 트래킹으로 유명한 곳이다.
원래는 1코스와 2코스를 돌고 2코스 끝인 직포에서 배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함구미마을 어귀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던 중
그 가게 주인 아저씨가 1코스 절반까지만 가서 마을로 다시 내려와
택시를 타고 3코스 끝지점으로 가서 3코스를 거꾸로 걸어가 직포에서 배 타는 방법을 추천해줘서
그렇게 하기로 바꿨다.
근데 나중에는 그냥 예정대로 1, 2코스를 갈 걸 하는 후회가 좀 들었다.
그 주민 아저씨가 추천해 준 3코스는 산 하나를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힘든 코스였다ㅠㅠ
어쨌든 출발...
한참 숲길을 올라가다보면 드디어 본격적으로 바다가 확 펼쳐지는,
마치 울릉도의 대풍감 같았던,
진짜 감탄사가 연이어 나오던 곳이 바로 1코스의 '미역널방'이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데... 정말 멋졌던 곳. 이번 여행 통틀어 Best로 꼽힐 만한...)
3-4코스가 나뉘는 지점의 매점에서 만난 강아지에게 소시지를 나눠주고 있는 그루 강아지...
3코스의 명물인 흔들다리_
첫번째 아래 사진의 다리 밑 투명한 바닥으로 보이는 모습이 바로
두번째 아래 사진.
그리고 세번째 아래 사진은 이 흔들다리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원경.
금오도 비렁길은 아래와 같은 바다 옆 산책로가 굉장히 근사하다.
나중에 이 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1박2일 정도 여유를 갖고 전체를 둘러 보고 싶은 아름다운 섬...
약 4시간에 걸친 6km 트래킹을 마치고
배 시간을 기다리며 그루와 그루 아빠는 잠깐 30분간 바다에 몸을 담그고...
배를 타고 여수에 돌아와 엑스포장으로~
운이 좋았던 게
마침 둘째날이 여수엑스포 3주년 기념으로 '빅오쇼' 특별무료관람일이었다.
티켓가격 2만원씩 도합 6만원을 Save한 셈^^
해상분수쇼인 빅오쇼는 쇼 퀄리티가 꽤 높았다.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충분히 관람할 만한 만족도였다.
여수에서의 마지막 밤이었기에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수밤바다를 보기 위해 야경명소인 해양공원으로 향했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를 모두 볼 수 있는 해안산책로였다.
피크 휴가시즌이 지나서인지 사람들도 많지 않고 적당히 조용해서 좋았고
여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곳.
#3일차_ 순천
여수에서의 이틀밤을 보낸 히든베이 호텔.
커튼을 젖히면 바로 너른 바다가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Bed를 추가하여 빈 공간에 놓다 보니 바로 창가 옆에 놓이게 된 이 침대의 주인공, 그루의 발^^
이번 여행에서 그루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여기 호텔이었다^^
호텔 침대와 뽀송뽀송하고 푹신한 이불 너무 좋다며
밖에 안 나가고 방 안에만 있으면 좋겠다고 투덜대던...
체크아웃하기 전에 방 안에서 셋이 함께 셀카 찰칵!
그리고 호텔 앞 해안산책로를 걸은 후, Bye~
약 30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순천_
오늘의 목적지는 순천만정원 &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순천만정원 동문으로 입장하자마자 시야를 압도하는 순천호수정원!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순천시의 풍경과 순천만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대형 언덕들과 다리, 호수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정말 '디자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멋졌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을 본뜬 각국 정원들은 몇 곳만 대충 둘러 보았다.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그 나라다운 컬러도 잘 드러나 있지 않고...
순천만정원은 나라별 정원보다는 정원 전체적으로 곳곳에서 다양한 품종의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네덜란드 정원에서...
이번 여행에서 특히 많이 보았던 백일홍 나무~
순천만정원 한 곳만 해도 하루종일 돌아다녀야 할 만큼 너무 넓은 곳이었기에
전부를 다 보지는 못하고 절반 정도만 본 듯하다.
여유가 많지 않다면 순천만정원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보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꼭 제대로 가 봐야 한다는 사전 정보를 접했던 지라
순천만정원은 휙휙 훑어보고 꿈의 다리를 건너 스카이큐브를 타고 자연생태공원으로 Go~
바깥에서 본 꿈의 다리_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매우 광활한 갈대밭과 갯벌_
순천만습지를 보기 위해 용산 전망대로...
세계 5대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습지의 모습.
이 역시 사진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전망대에서 바라보고 있자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벅찬 느낌이 있다...
순천만습지의 주인답게 정말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였던 꽃게^^
순천만습지 용산전망대는 일몰명소로도 이름난 곳인데 일몰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고
게다가 스카이큐브 막차 시간에 맞추느라 오랫동안 구경하지 못하고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갈대밭으로 내려와 돌아가는 길...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오가는 스카이큐브.
우주영화에서 보듯 생긴 모양도 독특하고, 생각보다 속도가 꽤 빠른~
순천만정원에 도착해 몇 곳을 마저 구경하다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
순천호수정원에도 조명이 켜지며 낮과는 또다른 모습을...
#4일차_ 순천 그리고 보성
순천에서의 하룻밤을 보낸 한국풍경펜션.
외진 곳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한옥식 풍경이 멋져서 선택했던 곳~
펜션에서 15분 거리에 있었던 송광사_
많은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유명한 승보사찰 중의 하나.
근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였는지 몰라도 기대보다는 그저그랬다...
원래 이 날의 예정대로라면
순천의 명소인 송광사와 선암사를 갔다가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광주로 올라갈 계획이었다.
근데 날씨도 너무 덥고, 그루는 절 구경하는 거 재미없어해 하고 해서 계획을 급변경했다.
여수에서 제대로 해수욕도 못 했는데 그냥 그루 해수욕이나 하게 하자 싶어
순천 옆 도시인 보성의 율포 해수욕장에 가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송광사보다 선암사를 갔어야 했는데...)
해수욕장으로 향하던 중 잠깐 차를 세우고 구경한 보성 차밭~
율포 해수욕장은 막상 가 보니 갯벌에 가까운 바다였다ㅠㅠ
근처에 워터파크처럼 꾸며놓은 해수풀장이 있다고 하는데 오후 나절 두어 시간 잠깐 놀기엔 좀 아깝고 해서
그냥 그곳 해수욕장에서 그루랑 그루 아빠는 수영하고
2년만에 바닷가 근처에 간 나는 발도 적시지 않고 파라솔 아래에서 바다 구경...
급하게 변경된, 계획에 없던 여정이었던지라
당일 저녁 먹을 만한 맛집을 열심히 검색하던 중
해수욕장 바로 옆에 해수녹차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단 통유리창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독특한 해수 목욕탕이었는데,
그동안 계속 걷느라 피곤했던 몸이 확 풀리는 시간이었다.
그루 아빠랑 그루도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만족해했다^^
보성녹차떡갈비로 저녁을 먹고 광주로 올라가 오랜만에 친정 방문!
#5일차_ 광주 그리고 담양
오늘은
이전부터 그루 아빠가 가보고 싶어했던 광주 무등산 오르기!
사실 난 어렸을 때에 아빠랑 한달에 두어번씩 주말에 무등산 등산을 했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무등산 정보를 찾아보고는 적지않게 놀랬었다.
내가 알던 산이 아니었다!
수십번 올라갔던 산이었음에도 어렸을 때 기억이라 그런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꽤 많이 개발되어 산의 풍경이 변했고 또 등산코스만 해도 십여 코스가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 등산하는 건 나도 힘들 것 같아서 제일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중머리재-당산나무 코스로 불리우는 코스인데 왕복 3시간 소요된다고 하니 이정도면 적당하겠다 싶었다.
근데...잘못 선택했다는 걸 알게 됐다...
중머리재에 가려면 새인봉을 거쳐야 했는데, 알고 보니 새인봉 오르는 게 꽤 난코스였다.
그리고 당연히 무등산 정상인 서석대가 포함된 코스로 알고 있었는데
중머리재에서 서석대까지는 추가로 왕복 2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였고
내가 선택한 코스는 중머리재에서 더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는 코스였다.
길을 묻다가 하산길을 함께 하게 된 어느 아주머니 추천대로
화순 쪽에서 올라오는 무등산 옛길 구간을 거쳐 서석대까지 가는 코스가
시간은 한두 시간 더 소요되지만 걷기에는 더 나은 코스였었다ㅠㅠ
무등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나도 못 가본 서석대는 다음번을 기약...
3시간 코스를 4시간 정도 걸려 등산했는데
아침일찍 출발했어도 날씨가 덥고 몸도 지쳐서 꽤 고생한...
하산길에서 만난, 450년 된 당산나무~
무등산을 내려와 30분 거리의 담양으로 향했다.
그루 아빠 지인의 가족이 운영한다는 '바람소리'에서 맛있게 한정식을 먹고
소쇄원을 한바퀴 둘러봤다.
소쇄원, 죽녹원 모두 예전에 같이 와 봤지만
그루는 어렸을 때라 기억이 없고, 우리도 대나무숲 한번더 가고 싶어서 다시 찾았다.
죽녹원 돌아보기...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어길 사이에
'관방제림'이라는, 200~300년 된 고목들이 멋지게 늘어선 천변길이 있는데
자전거를 빌려 30~40분 신나게 달렸다.
#6일차_ 광주에서 서울로
엄마 아빠께 인사드린 후 서울로 올라가는 전에 마지막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우리는 와 봤었지만, 그루에게 보여 주고 들려 주기 위해 들렀다.
묘지를 둘러보고 기념관 내부를 돌아봤다.
기념관을 나서기 전 메모지에 추모의 말 한마디씩 적어 넣는 곳이 있었는데
뭐라고 써야 할 지 한참을 망설이다 이렇게 썼다.
"아직까지도 국가가 국민을 죽이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중략)"
예전에 그루 아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자라면서 어른들한테 6.25 전쟁 얘기 들을 때에 먼 옛날 일로 느꼈던 바로 그 기분이
지금 아이들에게 80년대 민주화운동이 바로 그럴 수 있다는...
숫자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정말 그러하다.
6.25 전쟁이 내가 태어나기 21년 전이었고, 15살의 나에게 35년 전의 일이었다면,
5.18 민주화운동이 그루가 태어나기 21년 전이었고, 15살의 그루에게 35년 전의 일이다...
내가 6.25에 대해 느꼈던 그런 느낌과 5.18에 대한 그루의 감회가 같을까?...
나에겐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닌데...
그 때 어른들 또한 전쟁에 대한 공포가 그랬다는 얘기인데...
벌써 한 사이클이 그렇게 넘어간 거다.
군사독재시대,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어른들에 비해
지금 아이들은 역사 속의 오래된 기록처럼 받아들일 것이고
지금의 사회가 어떠한 희생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별로 실감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그러나 그래도......
이로써 5박6일간의 여름 휴가는 끄읕~
이번 여행은 전체적인 이동 거리도, 일정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던 여행이었다.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다시 또 가기 쉽지 않기에 욕심을 내다 보니 그리 되었다.
하지만, 남도에는 아직도 가 볼 만한 멋진 곳이 많다는......
지리산 피아골과 구례 화엄사도 가 보고 싶고
지붕없는 미술관이라는 고흥도 가 보고 싶고
동백숲으로 유명한 선운사도 가 보고 싶고
이번에 계획을 트는 바람에 못 간,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바 있는
순천 선암사도 한번은 가 보고 싶고...
아무래도 또 내려와야 할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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