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쓰기 힘들었던 두어 달이었다...
3월에 한꺼번에 닥친 세 가지의 큰 변화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그루가 중학생이 되었다.
여러 모로 초등학교 때와는 너무나 다르고 복잡한 점들 때문에
준비하고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3월말에 드디어, 12년간 정들었던 집을 떠나 조금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집 문제 때문에 연초부터 바빴고,
이사 후 엄청난 짐 정리에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2,500 여권의 그루아빠 책정리(+CD 1,000개)까지 완전히 끝난 건 한 달이 지나서였다.
3월말에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회사 신규 프로젝트가 드디어 오픈했다.
해서 안팎으로 그리고 몸과 마음 모두 너무 바쁘고 분주하고 여유없고 힘들었다...
이사간 새 집의 거실 모습_
TV를 안방으로 치우고
거실을 서재형으로 꾸몄다.
중학생이 된 그루의 TV 보는 시간 줄이는 목적
+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집안 곳곳에 그 많은 책들을 놓을 공간이 부족해서...
(거실 서재에 꽂힌 책들이 아마 전체 책의 약 2/5 정도에 해당)
거실에 TV가 없는 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집에 들어와서 습관적으로 TV를 트는 게 없어지다 보니
그리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그루 공부를 봐 주다 보니
TV를 거의 켜지 않게 되었다.
의외로 그다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들게 되었다.
그러구보면 TV가 생활에 꼭 필수품은 아닐지도...
4월은...
이전과는 확 바뀐 생활리듬에 적응하느라 좀 힘들었다.
이젠 주중에도 그루랑 같이 있다보니
그루 등교 전에 아침 차리느라 일찍 일어나야 하고
퇴근후 그루 공부 봐주고 다음날 아침 메뉴 재료 서투른 준비를 해야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전처럼 너무 늦게 자면 안 되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오래된 습관을 깨느라 한동안 너무 피곤~
한 달이 지나가니 이제 약간은 익숙해지는 듯...
근데 앞으로 6년을 이렇게 해야 하는 거지?...
하긴 뭐... 그동안 엄마 노릇도 살림도 거저먹었으니... 감사해야지...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고 무력한 보름이 지나갔다...
할 말이 많기도 하고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들은 말이 한동안 머리에 남았다.
남편을 잃은 아내, 아내를 잃은 남편, 부모를 잃은 아이를 이르는 단어는 있는데
아이를 잃은 부모를 이르는 단어는 우리말에도 영어에도 없다는...
떠올려 보니 정말 그렇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뭐라 표현조차 할 수가 없어서 神도 차마 그런 단어를 만들지 못했다는데
암튼 인간의 언어가 생겨난 지 그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정말 그 단어는 없다...
끊임없이 드러나는 무능과 비리들...
이민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때가
20년전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였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그동안 계속 살아왔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똑같은 일들이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고
문제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더욱 암울하다...
행동을 해야 한대는데
그렇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대는데,
누구 말마따나 곰이 출마해도 여당을 찍을 국민 40%가 고정적으로 있는 나라에서
바뀔 수 있을까 생각하는 나에게서 패배주의의 단면을 발견하고 실망...
안팎으로 스트레스가 쌓인 데다가
세월호 뉴스를 접하면서
당시에 꽤 오래 고생했던 역류성 식도염이 3년만에 다시 도졌다...
체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생각이 많아진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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