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brief comment

풍찬노숙

spring_river 2012. 2. 1. 13:33



20대에 '원전유서'라는 작품으로 연극상들을 휩쓸며 평단으로부터 '괴물작가'로 불리우는
김지훈 작가의 신작 '풍찬노숙'을 눈보라를 헤치며 닿은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나다.
배우도 관객도 쉽지 않은, 4시간짜리 연극이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객석과 무대가 바뀐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경사진 넓은 객석의 좌우상하를 무대공간화한 아이디어는
용감하고(절반 가까이 줄어든 객석수를 감내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효과적(희곡 형상화 측면에서)이었다.
이 공연은 누구 하나 꼽을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고 의상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오랜 시간동안의 관람이 별로 힘들지 않을 만큼 극적 몰입도는 꽤 강했다.

혼혈족의 건국신화 만들기라는 이 작품은 해석하기에 따라 여러 각도와 시각으로 읽힌다.
김지훈 작가의 장기라는, 신화적 서사와 사회비판의식을 엮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그런데 좀 넘친다...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묵직한 대사들로 관객들을 사유하게 하는 건 반가웠는데
너무 오래 계속해서 폭풍같이 쏟아지다 보니 귀가 지친다.
그리고 극적 구성에서도 1막 내내 쭈욱 잘 뻗어온 힘이 2막에서는 그 방향과 개연성 면에서 자주 흔들린다.
똑똑한 작가가 아직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나이라서 이처럼 넘치는 걸까...
근데 나는
갈수록 말과 글들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피곤하고 지쳐간다...
눈을 닫고 귀를 닫고 싶을 때가 많아진다...
그래서 나도
말과 글이 줄어들고 있다...
나이들어서일 수도 있고 시니컬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그것도 가치없는 것들이...
이렇게 되면 진짜 가치있는, 그럴 만한 것들까지 묻혀지게 된다.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가면,
대사 하나 허투로 쓰지 않은 그의 지적 감성과 언어유희가 대단하긴 하지만
그렇지만 좀 과하다... 
과해서 쓸데없다는 게 아니라
과해서 오히려 놓쳐질 수 있고 흩어질 수 있다는 게 안타까운 거다...

風餐露宿_
오랜만에 본
연극적 연극, 그리고 사회적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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