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monologue

잔소리는 경험에서 우러난 반성이다...

spring_river 2010. 11. 9. 15:31


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
30
대에 접어들면서부터였나
?...
어른들의 말씀이

지나고 보니 맞는 얘기라는 인정을 하게 된 게
...
경험이라는 게 100% 진실은 아니지만

어른들의 말씀은
그래도 오래 살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이기에
어쩔 수 없이 뒤늦게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

나 역시 그 인식의 변화 과정을 직접 겪어 왔기에

내가 그루에게 하는 얘기들이
어떻게 하면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진심으로 너를 위한 이야기임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내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인데 생각하지만,
결국 그루한테는 내 마음과 의도의 100%

전해지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안다.

그루에겐 자꾸 들어서 잔소리이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내 경험에서 비롯된 지적 BEST 3_


1. "고개 들고 써야지~"

   
필기할 때에 자꾸 책상 가까이 고개가 엎드려지는 그루에게 자주 하는 얘기다.
   
물론 허리 자세도 문제이긴 하지만 핵심은 '시력'에 관한 얘기다
.
   
돌이켜 보건대 내 시력이 나빠진 건 공부할 때의 자세 때문이었다
.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한 중3때 이후 작년초 라섹수술을 받기 전까지

   
무려 20여년간을 안경과 렌즈의 힘을 빌어 세상을 보았다
.
   
시력이 나쁘면 살면서 불편한 게 얼마나 많은지 잘 알기에

   
그루의 시력 보호에 대해서는 약간의 강박증까지 생길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TV 가까이에서 못 보게 하고

   
컴퓨터를 접하는 시기도 가능한 한 늦추고
   
컴퓨터 게임도 되도록 하지 못하게 하고...
   
초등학생 절반 가까이가 안경을 쓴다는 현재

   
다행히 그루 시력은 1.5로 좋은 상태다.
   
그래도 시력에 관한 한 방심은 금물
!
   
요새 자꾸 책상 가까이로 고개가 숙여지는 걸 계속 지적하고 있다
.
   
네가 그렇게 가까이에서만 보려고 하면

   
네 눈이 '아하, 이렇게 가까운 것만 봐도 되는구나' 하고 거기에 길들여져서
   
먼 곳은 이제 잘 볼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눈이 나빠지게 되는 거라고 설명한다
.
   
그런데 몇 번에 그치지 않고 자꾸 이 얘기를 반복하게 되는 걸 보니

   
그루에게 내 애절한 마음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2. "천천히 읽어~"

   
책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동화책을 휙휙 넘기는 그루에게
   
꼭 한마디씩 하게 되는 지적이다.
   
속독학원을 다닌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저절로 속독의 버릇이 생겼다.
   
나중엔(아니, 지금까지도) 고쳐 보려고 하는데

   
오랜 습관이 이미 굳어져서인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속독 탓에 약간의 이득을 본 건 국어 시험을 볼 때 뿐이었다
.
   
뭘 읽고나도 세세한 표현은 물론이고 내용조차 금방 잊어버리는 게

   
아무래도 기억력 쇠퇴 탓만은 아닌 듯하다는 것이 나의 자체 진단이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속독의 기미가 보이는 그루가 염려스러워진다
.
   
한줄한줄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곱씹으며 읽으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계속 내가 책을 읽어줄 수도 없고
......
   
해결방법을 아직도 모색 중
...

3. "먼저 생각을 잘 정리해서 써~"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일기쓰기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그루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엉뚱함에 피식피식 재미있을 때도 많다
.
   
그런데 문제는 아직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
   
나의 어릴 적을 떠올려 보건대 저학년 때부터 글짓기 대회 같은 게 분명 많았었는데

   
그루만의 문제인지 또래 전체의 문제인지 글을 쓰는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국어 교과서를 봐도 단답 형태가 대부분이라 조금이라도 긴 문장은 버거워한다
.
   
혼자 일기 쓰라고 내버려두면 그 날 있었던 일을 쭈욱 나열만 해 놓는다
.
    
독서감상문도 줄거리만 길게 쓴다
.
   
이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무슨 느낌을 가졌는지 쓰라고 하면

    '
재미있었습니다'라고 한 줄 덧붙이는 게 전부이다.
   
언제 하루는 앞에 앉혀 놓고 조곤조곤 얘기를 했다
.
   
나중에 어른이 되어 살아갈 때에 '말하기'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생각과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 때에 꼭 필요하게 되는 방법이 바로 '' ''이다.
   
말을 조리있고 재미있게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네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잘 표현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엄마가 너한테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 거야
...
   
한참 얘기하고 나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라고 물었더니 알았다고는 끄덕인다
.
   
그런데 그루가 과연 진짜 어느 만큼 이해했을까
...
   
사회에 나와 보면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겠지......


아무리 좋은 얘기라 할 지라도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제대로 소통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어떤 말을 할 때에

말 자체로 끝내지 않고 그 이유를 알아듣게 꼭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한계 또한 느낀다...
나 역시 그러했듯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 지혜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한다...
어떠한 경험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건

언제나 먼저 살아본 이들의 한방향성 애정일 뿐이다......






'2010 >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 Theater 2010  (0) 2010.12.30
이유가 있었다...  (0) 2010.12.24
지난 주말...  (0) 2010.11.09
G20의 세뇌효과...  (0) 2010.11.09
광합성 결핍...  (0) 2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