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였나?...
어른들의 말씀이
지나고 보니 맞는 얘기라는 인정을 하게 된 게...
경험이라는 게 100% 진실은 아니지만
어른들의 말씀은
그래도 오래 살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이기에
어쩔 수 없이 뒤늦게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 인식의 변화 과정을 직접 겪어 왔기에
내가 그루에게 하는 얘기들이
어떻게 하면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진심으로 너를 위한 이야기임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내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인데 생각하지만,
결국 그루한테는 내 마음과 의도의 100%가
전해지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안다.
그루에겐 자꾸 들어서 잔소리이겠지만
나로서는 정말 내 경험에서 비롯된 지적 BEST 3_
1. "고개 들고 써야지~"
필기할 때에 자꾸 책상 가까이 고개가 엎드려지는 그루에게 자주 하는 얘기다.
물론 허리 자세도 문제이긴 하지만 핵심은 '시력'에 관한 얘기다.
돌이켜 보건대 내 시력이 나빠진 건 공부할 때의 자세 때문이었다.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한 중3때 이후 작년초 라섹수술을 받기 전까지
무려 20여년간을 안경과 렌즈의 힘을 빌어 세상을 보았다.
시력이 나쁘면 살면서 불편한 게 얼마나 많은지 잘 알기에
그루의 시력 보호에 대해서는 약간의 강박증까지 생길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TV 가까이에서 못 보게 하고
컴퓨터를 접하는 시기도 가능한 한 늦추고
컴퓨터 게임도 되도록 하지 못하게 하고...
초등학생 절반 가까이가 안경을 쓴다는 현재
다행히 그루 시력은 1.5로 좋은 상태다.
그래도 시력에 관한 한 방심은 금물!
요새 자꾸 책상 가까이로 고개가 숙여지는 걸 계속 지적하고 있다.
네가 그렇게 가까이에서만 보려고 하면
네 눈이 '아하, 이렇게 가까운 것만 봐도 되는구나' 하고 거기에 길들여져서
먼 곳은 이제 잘 볼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눈이 나빠지게 되는 거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몇 번에 그치지 않고 자꾸 이 얘기를 반복하게 되는 걸 보니
그루에게 내 애절한 마음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2. "천천히 읽어~"
책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동화책을 휙휙 넘기는 그루에게
꼭 한마디씩 하게 되는 지적이다.
속독학원을 다닌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저절로 속독의 버릇이 생겼다.
나중엔(아니, 지금까지도) 고쳐 보려고 하는데
오랜 습관이 이미 굳어져서인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속독 탓에 약간의 이득을 본 건 국어 시험을 볼 때 뿐이었다.
뭘 읽고나도 세세한 표현은 물론이고 내용조차 금방 잊어버리는 게
아무래도 기억력 쇠퇴 탓만은 아닌 듯하다는 것이 나의 자체 진단이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속독의 기미가 보이는 그루가 염려스러워진다.
한줄한줄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곱씹으며 읽으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계속 내가 책을 읽어줄 수도 없고......
해결방법을 아직도 모색 중...
3. "먼저 생각을 잘 정리해서 써~"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일기쓰기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그루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엉뚱함에 피식피식 재미있을 때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의 어릴 적을 떠올려 보건대 저학년 때부터 글짓기 대회 같은 게 분명 많았었는데
그루만의 문제인지 또래 전체의 문제인지 글을 쓰는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국어 교과서를 봐도 단답 형태가 대부분이라 조금이라도 긴 문장은 버거워한다.
혼자 일기 쓰라고 내버려두면 그 날 있었던 일을 쭈욱 나열만 해 놓는다.
독서감상문도 줄거리만 길게 쓴다.
이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무슨 느낌을 가졌는지 쓰라고 하면
'재미있었습니다'라고 한 줄 덧붙이는 게 전부이다.
언제 하루는 앞에 앉혀 놓고 조곤조곤 얘기를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살아갈 때에 '말하기'와 '글쓰기'는 매우 중요하다.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생각과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 때에 꼭 필요하게 되는 방법이 바로 '말'과 '글'이다.
말을 조리있고 재미있게 잘 하는 것도 중요한데
네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글로 잘 표현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엄마가 너한테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 거야...
한참 얘기하고 나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라고 물었더니 알았다고는 끄덕인다.
그런데 그루가 과연 진짜 어느 만큼 이해했을까...
사회에 나와 보면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겠지......
아무리 좋은 얘기라 할 지라도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제대로 소통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어떤 말을 할 때에
말 자체로 끝내지 않고 그 이유를 알아듣게 꼭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한계 또한 느낀다...
나 역시 그러했듯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 지혜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한다...
어떠한 경험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건
언제나 먼저 살아본 이들의 한방향성 애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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