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monologue

교육... 문제야...

spring_river 2010. 4. 13. 19:06

1.

지난달 초등학교 3학년이 된 그루의 교과서가
무려 '14'이다
.

국어 (2) - 듣기·말하기·쓰기  /  읽기
수학 (2) - 수학  /  수학 익힘책
사회 (2) - 사회  /  우리 고장 알기
과학 (2) - 과학  /  실험관찰
도덕 (2) - 도덕  /  생활의 길잡이
영어
음악
미술
체육


1~2
학년 때에 대여섯권이었던 게 한꺼번에 2배 이상 확 늘었다
.
게다가 수학, 사회, 과학, 도덕의 경우는 짝꿍책이 있어서 2권씩 갖고 가야 한다
.
평균 5~7권의 책을 넣고 매야 하는 책가방은 내가 들어도 엄청 무겁다
.
1
학년 때처럼 사물함에 놓고 다니면 좋으련만

지속적으로 숙제를 내어줘서 그런지 학교에서 늘 들고 다니라는 듯하다
.
과목이 늘어난 만큼 숙제도 많고 간헐적인 시험도 많다
.
숙제 외에 해야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

1.
매주 1회씩 받아쓰기 시험
2.
주요 과목별로 각 단원별 시험 (과목별로 거의 1개월에 1번씩)
3.
매주 3편씩 일기 써서 제출
4.
매주 3편씩 독후감 써서 제출
5.
매주 7560 일지 제출
    (7
일 중 5일은 매일 60분 이상씩 운동하기... 운동 일지도 강제적이다...)
6.
매주 1시간씩 EBS 교과 영어 듣고 학기말에 결과 제출
7.
매주 2시간씩 EBS 생활영어 듣고 테스트받아 학기말에 테스트 결과표 제출
8.
매주 2시간씩 EBS 국어/수학/과학/사회 과목별 복습 듣고 문제 풀기


주중에는 나도 그루도 둘 다 시간이 없어 주로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되는데
시키는 내가 진짜 확 짜증이 났다...
나도 이러는데 그루는 오죽 하기 싫을까
......
대체 뭐 이렇게 학교에서 하라는 게 많은 건지
...
대체 언제 놀라는 얘긴지
...
겨우 열 살... 겨우 3학년인데

생각해 보면 참 안 됐다
......
그리고 이것이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고 또 불쌍하다......


2.

지난 포스트에서 김수현 작가의 새 드라마를 잠깐 언급했었는데

이제껏 다소 희화화되었던 소재를 비뚤어지지 않은 시각으로 다루고 있어
신선한 충격이며 작은 발전이라는 반응에서부터

아이들의 교육상 해로우며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항의성 반응에 이르기까지 꽤 다양한 듯하다
.
후자의 반응을 언급한 기사를 보고 피식 웃었다
.
정말 웃기는 얘기다
.
아이들의 교육상 현재 가장 해로운 게 뭔지 아나
?
바로 지금의 현실 그 자체다
.
몇 달 전부터 그루가 갑자기 9시 뉴스를 챙겨 보기 시작해서 처음엔 의아해 했다
.
그루랑 같이 앉아서 뉴스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
뉴스가 얼마나 어린이 교육상 해로운 프로그램인지를
...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꼬라지가 실상 이렇더라도

되도록이면 어린 마음에 아직은 상처주고 싶지 않은
알게 되더라도 (물론 알아야 하긴 하지만) 머리가 좀더 큰 다음에 알게 하고픈
어쩔 수 없는 그런 생각에, 뉴스 보지 말고 방에 가서 동화책 보라고 쫓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상 해로운 드라마는
10시에 시작하는 김수현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아니라
버젓이 가족시청시간대인 주말 8시에 시작하는 '수상한 삼형제'.
대체 저런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가족주말극으로 배치한 방송사가 어이상실이다
.
그루가 예전에 그 드라마를 보다가 내게 물었다
.
"
엄마, 바람 피우는 게 뭐야
?"
"(
갑자기 엄청 당황... 얼버무리며) 밖에 바람 부는 거 있지? 그 바람이야
...
 (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대답이다
...)"
"(
다시 묻는 그루...) 그럼, 바람 분다고 하지, 왜 바람 피운다고 해
?"
"(
할 말이 없다... 그냥 우긴다...) 그게 그 말이야
..."
그렇지 않아도 경찰청 제작지원을 받아

시위현장에서 다친 경찰 아들을 둔 경찰 아빠가
 
경찰 정당화, 시위대 비난의 어이없는 비상식적 대사를 해대는 걸 보고

드라마 시작 초반부터 빈정이 딱 상했었는데

그루의 질문 사건이 있고나서 되도록 그 드라마를 끊고 있다...
그 드라마에 비하면 김수현 드라마는 진짜 고품격이다
...
아이들의 교육, 성의식에 해롭다고 비난하는 부모님들은

김수현 드라마 시작하는 10시엔 아이들 재우시구요,
저녁 먹으며 다같이 보게 되는 8시에나 제발  '수삼' 보지 마세요
......


3.

의식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약간 다른 측면으로 향후 고민되는 바가 있긴 하다...
며칠전 그루 아빠와 그루의 대화를 언뜻 들었는데

과학책에 나오는 '자석'의 성질에 대해 지 아빠가 설명해 주니까 그루가 한다는 말이,
"
~ 그러니까 N극이 아빠고 S극이 엄마인 거네
~
 
아빠는 남자고 엄마는 여자니까 N극과 S극이 만나면 서로 끌어당기는 거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만나면 서로 밀어내는 거잖아?..."
음식거리를 다듬고 있다가 잠깐 10초간 멈칫 했다
...
아니,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
N
극과 S극을 남자, 여자로 생각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남자와 여자가 당연한
이고 동성끼리는 그렇지 않음이
어떻게 어느새 벌써 인식되어 있는 건지
...
이제껏 눈으로 본 게 그것 뿐이니 그게 당연한 이치로 심어진 건가
...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도
일 수 있음을
대다수의 경우와 다른 것일 뿐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 어떻게 바르게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어려운 게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