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brief comment

벽 속의 요정

spring_river 2007. 2. 9. 14:11


보통 연극계에서
소위 여배우 트로이카로

박정자, 손숙, 윤석화를 꼽는다.
그런데
...
이들과 비슷한 연배와

경력을 지닌 그리고

못지 않은 훌륭한 실력을 지닌

김성녀는?

아마도 그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지 않나 싶다
.
그녀의 거의 모든 무대 생활을

차지해 온 마...
.
우리나라의 마당놀이를 떠올릴 때

김성녀 없는 마당놀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이지만
바로 그 마당놀이라는 것 때문에
메이저 장르로 취급되지 않고
그리고 그녀의 존재 역시
'
여배우'라는 타이틀로

연상되지 않는 것이다
.

이따금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를 찾았던 그녀가
작년 한 연극무대에 올랐고

이 작품으로 인해 '여배우 김성녀'
뒤늦게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
그것도 매우 가슴 깊숙이
......

작년 이 작품에 대한 큰 호평에 솔깃하여 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보고 지나갔었다
.
이번 앵콜공연은 꼭 놓치지 않고 보리라 마음먹고

1~2
월 나의 공연 관람 리스트가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드디어 보았다.
(
당연한 얘기지만, 내겐 흔치않는 케이스인... 직접 예매해서
...)

연극 '벽 속의 요정'은 한국전쟁을 통한 이념의 대립 속에서

한 가정이 겪는 비극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
다섯 살 여자아이가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
어느날 아이는 벽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벽 속에 요정이 산다고 믿는다
.
벽 속의 요정과 아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
아이는 요정에게서 옛날 이야기도 듣고 노래도 배운다
.
그렇게 성장하여 어른이 된 아이는 벽 속의 요정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아버지는 엄밀히 따지자면 사회주의자가 아닌 휴머니스트였지만

이념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반정부인사로 몰리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벽 속에 몰래 숨어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40년 동안!)
이 작품은 이념 대립이라는 역사적 상처, 아버지와 딸의 애틋한 사랑

가정을 이끄는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과 사랑을 가슴 뭉클하게

그리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내고 있다
.
모노 드라마이지만 춤과 노래, 인형극, 액자식 구성 등 단조롭지 않고 다채롭다
.

'
벽 속의 요정'이 김성녀씨를 위한 손진책씨의 결혼 30주년 선물이라는 에피소드처럼

이 작품을 과연 김성녀가 아닌 다른 누가 할 수 있을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
벽 속의 요정' '김성녀의 벽 속의 요정'이다.
김성녀의 카리스마는 매우 독특하다
.
매우 강력한 카리스마이면서도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아닌

관객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카리스마이다.
아마 수십년의 세월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낸 마당놀이 공연의 경력이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이러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만들어낸 것일 게다.
의상과 분장의 변화 없이 간단한 소품만으로 아니, 어떤 경우엔 그 상태 그대로

남녀노소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연기력 역시 오랜 마당놀이의 연륜이 바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녀 혼자, 40년의 세월을 지나는 딸,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주변인물들 등

서른 개가 넘는 배역을 너끈히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벌써 환갑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그녀의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이얀 바닥 그리고 그 위의 침대 하나, 문갑 두 개, 의자 하나

이렇게 하얀 공백이 느껴지는 그러한 비어있는 무대를
그녀 혼자서 정말 꽈악 채운다
.
그리고 외국 원작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을 만큼의 뛰어난 번안
,
그리고 연출, 무대, 조명, 의상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

뒤늦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창피하고 송구스럽기까지 하지만
,
김성녀 그녀야말로

(
높은 대중성과 흥행성에도 불구하고 괜히 얕잡아보는 인식에 어쩌면 피해받고 있는
)
마당놀이에 대한 불공평한 관습적 벽에 숨겨져 있던 '요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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