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내가 왜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가...
다시금 생각해 보니
수많은 공연들이 올려지고 있는 브로드웨이가 가장 큰 요인이었고
그리고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지다운 뉴욕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일정은 짧았고
떠올려보면 아쉬운 것 투성이다.
물론 내가 뉴욕을 동경해 왔던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어차피 짧은 일정으로 예견되었던 현실이니만큼
첫 겉핥기의 느낌만으로 일단 이번 기회에 대해 고마워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이런 것에서도 보면 참... 나의 현실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물론 공연이었다.
작년 Press Tour차 갔던 일본에서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여 본 극단 사계의 공연에서
말로만 듣던 사계의 탄탄한 기본기와 오랜 저력을 보았다면,
이번 브로드웨이에서는 정말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수준급 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본 공연이 브로드웨이 공연 중에서도
모두 최근 2~3년간 토니상 수개 부문을 수상한 최고의 작품들이긴 했지만
정말 하나하나 모든 점이 너무 뛰어났고
그에 비하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또한 씁쓸했다.
먼저, 배우들...
주연에서부터 앙상블까지 다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훌륭한지 모른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를 보면, 우리나라 배우들과 같은 '과잉'이 전혀 없다.
Over가 없으면서도 그 캐릭터를 매우 뛰어나게 소화한다.
물론 노래실력도 다들 얼마나 좋은지...
브로드웨이에 서는 배우들은 정말 소수의 선택된 배우들이라는 말이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야말로 얇은 뮤지컬배우층+연예인 그룹에서
그 작품의 적합한 인물을 골라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모른다.
연기, 노래, 춤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춘 이는 정말 드물고
노래를 좀 한다는 이들도 그 작품의 노래를 소화하기에 턱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말 브로드웨이 무대의 그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리고 무대...
우리나라 뮤지컬 현실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적 인프라 문제가 거론될 때에
나는 이제까지 주요 Creator들, 그러니까 작곡가, 대본/작사가를 생각해 왔었다.
물론 뮤지컬의 가장 기본은 음악과 각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이 부분의 창작 인력이 숫적/질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굉장한 수준 차이가 나는 또다른 인적 인프라 그룹을 생생히 느꼈다.
그것은 바로 Artistic/Technical Part,
그러니까 무대, 의상, 조명, 음향 디자이너다!
정말 최고의 수준급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디카, 휴대폰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최근 공연장에서는
관객들이 사진을 찍다가 하우스 요원들에게 제지당하고 삭제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제까지는 공연장 뒤에서 그런 모습을 서서 지켜보면서
몰상식한 관객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욕해 왔었는데
이번에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면서 그 관객들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였다.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정말 무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깜짝 놀라게 된다.
극장측 사람들이 없다면 주변에 앉은 서양인들에게 눈총을 받더라도
사진을 몰래 찍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
공연이 진행되면서 보게 되는 씬별 무대 전환은 가히 예술이다.
의상, 조명, 음향 모두 마찬가지다.
정말 이들의 Design 능력, 그리고 작품 안에서의 Operation 능력에
매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빼놓지 않고 얘기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극장...
대부분 오래 전에 지어진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환경이 매우 우수하다.
내가 본 공연 모두 브로드웨이 극장의 작품이라 거의 1200석 규모였는데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모른다.
공연 티켓을 예매해 준 뉴욕 Agency의 실장님이 그쪽 업계분이라
제작사 측의 보유석을 예매할 수 있어 관람좌석 모두 최상의 위치였는데
'Drowsy Chaperone'의 경우 미리 계획한 작품이 아니라
뉴욕 일정 중에 오프 작품 대신의 대체관람작으로 이틀 전에 급히 결정한 거라
1F 맨뒷줄의 좌석을 겨우 구한 것이었는데
세상에~~ 1F 맨뒷줄에서도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공연예술에 적합하지 않은 우리네 극장 무대 현실에 또한번 그들이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관객...
공연을 보면서 브로드웨이는 관객들의 수준도 뛰어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웃음, 박수, 그리고 기립박수에 그들은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물론 인색하지 않을 수준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들은 '공연을 즐기러 온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공연관람은 특별한 이벤트나 여가 활용이 아닌
정말, 공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브로드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일 것이다.
항간에 브로드웨이는 관광객으로 먹고산다고 하는데
브로드웨이 관객 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브로드웨이의 평균 관객층은
40대 초중반의 교육수준 높고 여유있는 백인여성으로,
뉴욕 시내 거주자가 18%, 뉴욕 교외지역 거주자 27%,
(그러니까 뉴욕 및 그 주변 거주자가 45%라는 얘기다)
뉴욕 外 미국 거주자 49%, 외국관광객 6%라고 한다.
그리고 25세 이상 관람객의 74%가 대졸자, 26%가 대학원 졸업 학력 소유자다.
소득, 교육, 연령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이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무대를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트라이아웃이라는 형태로 먼저 다른 도시에서 공연을 올려
철저한 수정과정을 거쳐 완벽한 상태로 뉴욕 무대에 올린다.
아까 평균 관객층이 40대 초중반의... 백인여성이라고 했는데
브로드웨이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놀라게 되는 것은 관객층이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이 주요 관객층인 한국의 뮤지컬 공연시장과는 달리
브로드웨이는 대부분이 나이지긋한 중년층이다.
사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타 장르에 비해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중년층이 주요 관객층인 것은
여러 모로 안정적인 밑받침이 된다. 이것 또한 부러운 대상......
그런데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들었다.
그렇다면 브로드웨이 작품들은 철저하게 Core Target들의 성향을 겨냥해서
기획되고 제작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브로드웨이 작품의 음악들은 아직까지 1980년대가 주조이다)
그런데 그러한 작품이 수입되어 우리나라에서는 20~30대가 주로 관람한다!
이상하지 않는가!
작품의 Target이 다른데 왜 여기의 이들에게 이것이 먹히지?
한국에서도 성공한 브로드웨이 작품의 경우는
특별히 Target-Oriented되지 않은 작품들인건가? 연구대상이다......
브로드웨이가 우리나라와 다른 재미있는 점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로비가 무척 좁고 작다는 것...
그래서 공연 직전에는 공연장 입장객의 줄이 공연 밖 도로까지 길게 나 있는
진풍경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인터미션 후 2막 때에는 입구에서 티켓 검사를 하지 않는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래서 공짜로 2막만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또, 이 곳 극장의 음료 코너에서는 '술'도 판다!
뉴욕 맨해튼...
정말 뉴욕 고유의 컬러가 느껴지는 도시였다.
언젠가 또다시 방문하여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곳이다.
너무 좋은 점들만 얘기했으니 불평 하나를 늘어놓자면 바로 TIP 문화다!
한국에는 없는 TIP 문화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호텔에서 나올 때마다 1달러씩 주는 건 쉽다고 치고
식사할 때마다 계산서 금액의 15%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Tax의 약 2배)를
매번 계산하느라 한참 산수를 하곤 했다.
실제 내는 금액을 생각하면 무지 물가가 비싼 셈이다.
중요한 건, TIP은 그래, 내는 거라고 치자.
문제는 TIP을 낼 때마다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거다.
TIP이라고 하면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추가의 댓가인데
진짜 맨해튼에 며칠 있으면서 친절한 사람 별로 못 봤다.
식당이든 의류매장이든 왜 그리 하나같이 불친절한지...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 매니저 부르라고 호통을 치며 따졌던지
아니면 인터넷사이트에 거기 불친절하니 가지 말라고 악평이 쇄도했을 거다.
(그러구보면 뉴욕 사람들 참 진득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서비스 업계, 무지 친절하다......)
TIP을 줄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15%라는 거금을 내려니 마음이 쓰렸다.
뉴욕 서비스업계, 반성하라! 반성하라!!!
후기가 좀 길었다...
Anyway... 다녀온지 열흘 정도 지나고보니 벌써 감흥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New York...
I Hope to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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