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monologue

또다시 인제 원통이라니...

spring_river 2023. 1. 17. 19:15


31년 전, 당시의 남자친구, 현 남편을 군대보낸 바로 그 곳에
이번엔 아들을 군대보내다...

아들과 이제 1년반동안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주일 전부터 서서히 실감되기 시작했고
사흘 전부터는 잠 못 들고 마음이 계속 번잡스러웠다...

맨손으로 훈련소에 들어갔던 그 옛날과 달리

요즘은 입대 키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
사단별로 반입 가능 물품이 다르다고 해서 폭풍 검색하고
본인한테 직접 가져갈지말지 의사 물어보고 해서 마련한 최종 준비물_
군화 깔창, 어깨보호대, 무릎보호대, 팔꿈치보호대, 물집방지패드, 방수밴드,
여벌 안경, 전자손목시계, 수면용 귀마개, 지퍼백, 여벌 마스크, 수첩, 삼색볼펜,
카드 슬릿, 텀블러, 올인원 스킨케어, 올인원 워시, 핸드크림, 선스틱, 립밤,
캔디형 인후통약, 입소 직후 (훈련없는) 코로나검사 격리기간에 읽을 소설책.



머리를 너무 짧게 깎아 밤톨같은...
집 떠나기 전...

20kg 빼서 오겠다는... 근데 10kg 정도는 진짜 빠져야 해...

 



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더니
입소일 이틀 전부터 강원도는 폭설에 강추위까지...
다행히 제설작업이 잘 이루어져
이번에도 눈덮인 설경을 바라보며 말끔한 도로로 무사히 잘 이동.

훈련소에 도착하자 갑자기 실감이 되는지 표정이 바뀌는 아들...

그래도 씩씩한 모습으로 입소하기 직전, 한 컷 더~

 



실내 강당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짧게 포옹하며 작별 인사...
야외 운동장에서 간단히 입소식하는 모습을 스탠드에서 바라보고
입소식 후 들어갈 때 멀리서 손 흔들어 인사하고...

뒤돌아서서 잠시 눈물이 맺혔을 뿐
이번엔 그래도 비교적 담담히 헤어졌다.
이미 재수기숙학원 때 예행연습을 해 봐서인지
그때보단 덜 슬프고 견딜 만하다, 아직은...

서울로 향하는 길,
잠깐 차를 세우고 새하얗게 눈덮인 소양강 풍경을 바라보다.
그 옛날, 버스타고 지나갈 때마다 보았던 소양강을 이렇게 또다시...


 



헛헛한 마음 달래며 서울에 돌아오는 길,
한 선배의 반가운 문자에 약간은 안심이 되었고...
집에 도착한 그날 저녁,

옆 동기 폰이라면서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처음엔 문자 피싱인 줄...)
분명히 훈련소는 휴대폰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휴대폰 없이 입소시켰는데,
다른 애들은 다 가져와서 군대 보안 앱을 깔고 일과후시간에 사용한다며
택배로 휴대폰 보내달라는......
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걱정되던 차에 바로 연락이 되어 물론 반갑긴 한데,
입소 첫날 이렇게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으니
군대를 보낸 게 맞는지 실감이 안 나기도 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정해진 일과에 따라 단체공동생활을 하는 건 1년 정도 이미 경험을 해 봤고
아이가 사회성도 높은 편이라
잘 지낼 거라 믿으며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고 김대중 대통령이 2006년 서울대 개교 60주년 초청강연에서,
당시 북핵문제가 불거지고 있었으나 그래도 전쟁만은 안 된다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히틀러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 찰리 채플린은
희극배우답게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의 사람만 가라.'
나이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안 가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이먹은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든지 살든지 해야 한다."

군대도 가 본 적 없는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며
전쟁이란 무시무시한 말을 쉽게 내뱉는 이런 정권 하에서
군대를, 그것도 전방에 가까운 지역으로 보내니
그게 가장 불안하고 걱정이다.

이 땅 위에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도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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