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여름휴가로 경주-포항을 결정하면서
대략의 여행 일정 루트를 보며 숙소를 먼저 예약할 때
1박을 할 포항의 숙소 위치를 한참 고민했다.
시내와 가까운 바닷가 쪽이 숙소가 훨씬 많았지만
고민의 요체는 '호미곶'이었다.
우리나라 대표 일출명소인데
호미곶을 언제 또 오기는 아마 쉽지 않을 듯하니
이번에 포항 갔을 때 꼭 호미곶 일출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시내 쪽에서는 차로 3~40분 걸리는 거리라서
해 뜨기 전 그 새벽에 멀리서 오기가 좀 부담스러운...
그래서 호미곶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의 숙소를 뒤지다가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인근의 괜찮은 호텔 하나를 발견했다.
호미곶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중심지에서 벗어난 곳에 숙소까지 잡았던 거였는데
문제는... 태풍 영향으로 포항의 날씨가 너무 안 좋다는 것!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새벽에 일어나 호미곶으로 향했지만...
역시나 태풍 영향으로 비바람에 거센 파도에 짙은 먹구름에
일출 보기는 실패ㅜㅜ
우산을 쓸 수도 없을 만큼 휘청이게 하는 비바람에
그냥 그대로 맞으며 30분 정도 하염없이 바다와 하늘만 실컷 바라보다가 온...
뭐... 그래도 인상깊은 호미곶이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 김에 해안둘레길 트래킹을 이른 아침에 할 계획이었는데
비바람이 심해서 그냥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가서 한숨 잤다.
밤늦게 체크인해서 전날은 몰랐는데
해뜨고나서보니 오션뷰가 꽤 근사했던 호텔 방~
오전에 늦게 다시 일어나 체크아웃하고,
근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돌아보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어부들이 이곳 구룡포에 정착하여
조선인들의 어업권을 수탈했던 아픈 역사가 있었고
당시의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남아 있어
포항시에서 10여년전 이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조성했다고 한다.
여기는 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 드라마는 열심히 챙겨보지는 않고 띄엄띄엄 봐서 대략은 알고 있는...
아참, 알고보니 우리가 묵었던 호텔도 촬영 때 배우들 숙소로 사용되었다는~)
거리의 윗쪽으로 나 있는 언덕길로 올라가 보면 구룡포항과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대게라면과 대게김밥으로 아점을 간단히 먹고~
일출 보고 바로 가려했던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한 시간 정도 걸었다.
2코스의 컴팩트 루트로 트래킹_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여전히 많이 불고 파도도 거셌다.
이날의 포항에서처럼 너울이 이는 바다는 이제껏 별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진귀했고 또 좋았다~
하선대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다시 되돌아가기로~
그냥 시내로 들어가기엔 호미반도의 바다가 너무 멋있어서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 들러서 또 바다 구경.
어제 못 간 '스페이스 워크'가 다시 운영 재개됐다는 소식에 갔다.
Space Walk는
독일의 부부 작가가 디자인하고 POSCO가 2021년 건립하여
포항시에 기부한 체험형 롤러코스터 조형물이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건물의 높은 층도 싫어하고, 낙하하는 류의 놀이기구도 안 탄다.
포항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막상 눈앞의 모습을 보니 과연 갈 수 있을까 겁이 났다.
일단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가다가 되돌아가고 싶었다.
높이도 높이지만 거센 강풍에 자꾸 흔들려서 식겁하게 만드는ㅠㅠ
높이 올라 경치를 보기는커녕 완주만 목적으로 그냥 바닥만 보고 겨우 갔다 왔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보니 그렇게 갔다온 게 왠지 아쉬워
용감히 두 번째 도전을 해서 이번엔 똑바로 서서 멀리 경치를 보는 것도 성공~
역시 처음이 어렵지 한 번 가본 길은 낫다.
아래 그루아빠 사진은,
무서움을 무릅쓰고(왜냐하면 양쪽 난간을 꼭 붙든 손을 놓아야 하니까...)
중간중간에 내가 찍은 사진~
스페이스 워크의 조형미~
스페이스 워크 위에서 바라본 풍경.
오후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해상스카이워크는 패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풍랑이 이는 바다 구경을 마지막까지 실컷 했다.
이번 휴가는 날씨가 안 도와주는 듯 도와줬고
계획된 루트대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의다 클리어했고
알차고 재밌었다.
휴식같은 쉼은 아니었지만 리프레쉬는 성공~
뭔가 다시 일을 할 힘이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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