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년전 그러니까 2009년에 이 작품의 재연을 봤었고
너무 좋았었다.
이 작품은 음악이 매우 아름다운데 또 쉽지 않아서
이 넘버들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가창력이 필요하고
극본의 섬세한 결을 잘 살릴 수 있는 연기력도 필요하다.
첫번째로 관람했던 그 공연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이번 프로덕션의 캐스팅이 보여줄 모습도 기대가 되어서
15년만에 이 공연을 다시 찾았다.
15년 전의 공연 후기는...
https://spriverk.tistory.com/410
# 공연이 끝나고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마구 스쳐갔다.
음… 뭐지? 뭐지!
작품이 달라 보인다면
정말 그 작품이 변화를 겪었거나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이 변했기 때문이다.
전자인지 후자인지 헷갈렸다.
내가 이전보다 15살 더 나이를 먹었으니
당연히 감흥이 달라진 게 아닌가 하여
처음엔 후자인가 싶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볼수록 전자로 기울었다.
당연히 이번 공연은 지난 시즌과 많이 달라진 프로덕션이다.
극장 사이즈도 다르고
무대디자인도 편곡도 연출도 배우도 다 다르다.
작품이 달라 보이는 게 자명한데
문제는 단순히 거기에 있지 않다.
# 물론, 공연은 '배우'의 장르이다.
그러나 배우가 작품에 스며들고
작품이 배우에 스며드는
놀라운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바로 최고의 순간이다.
일방향으로만 이루어질 경우
다소 부족하거나 넘치게 된다.
그래서
작품에 배우의 힘이 묻히거나
배우에 작품의 힘이 묻히거나…
이번 공연은
배우가 작품에 잘 녹아들기보다는
배우가 돋보이는 방향으로 연출되어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과 미묘한 감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느낌이다.
사실 이 공연만의 사항은 아니긴 하다.
최근의 공연계가 배우 위주로 돌아가면서
작품의 연출 또한 이에 맞춰지고 있는 추세가 강한 편이다.
이를 선호하는 관객들의 수요에 따라가고 있으니...
그런데 나는 그러한 공연을 볼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적잖이 아쉽다.
# 이전의 기억에 비한 것일 뿐,
이번 시즌 공연의 탁월한 장점들도 많았다.
심플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 디자인과
이중턴테이블의 효과적인 운영도 돋보였고
두 남녀 배우도 어려운 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내었다.
15년전에는 국내에 들여오지 않아 구매를 못해 미련이 남았었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을 공연장에서 사왔다.
그 음악을 듣고 있으니 이 작품이 내게 안겨 주었던 예전 그 느낌이 어슴푸레 떠오른다.
역시 좋은 작품은 맞다!
'2024 > brief comm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st Lives (0) | 2024.03.18 |
---|---|
Poor Things (0) | 2024.03.11 |
破墓 (0) | 2024.03.04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 장욱진 회고전 (0) | 2024.01.22 |
No Bears (0) | 2024.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