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참척지변이다.
토요일 오후에 공원 산책하고 돌아오니
성당 해설단 한 분의 20대 딸의 부고가 전해졌다.
우리 아파트 같은 동에 사시는 자매님인데
딸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1년 남짓 병원에 있다 들었었는데...
수녀님과 해설단 사람들과 장례식장에 가서
처음으로 '연도'(위령기도)라는 걸 해 보았다.
너무나도 어리고 예쁜 모습의 영정사진을 보고 울컥했던 차에
연도 중 욥기의 말씀을 읽다가 기어이 눈물이 터졌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한껏 가라앉아 있었는데
밤에 TV를 보다가 뉴스 속보를 접했다.
밤과 새벽 사이에 사망자 수가 갑자기 2배로 올라가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믿기 힘든 숫자로 바뀌어 있었다...
회사에 다니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마구 터진다.
근데 그 시급한 때에
이게 누구 탓인지 따지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되게 싫어한다.
일단 일이 터졌으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빨리 수습하는 게 우선이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게 무조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반드시 원인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책임 추궁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물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에 따른 벌도 꼭 필요하다.)
명확하게 사유를 파악해야
다음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이건 기본이다.
전우용 역사학자가 언급하기를,
‘문상(問喪)’이나 ‘조문(弔問)’에 ‘물을 문(問)’자가 있는 것은
죽음의 진상에 대한 의문과 애도가
본디 둘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때같은 아이들이, 젊은이들이 죽었다.
죽어도 될 이유는 없다.
사고인 줄 알았으나 人災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밝히고 사과하고 책임지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
책임 responsibility 은 반응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게 과연 국가기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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