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brief comment 34

MET opera on screen_ Carmen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난해부터 이제껏 꼬박꼬박 챙겨본 MET opera on screen 중에 이 '카르멘'이 가장 최고였다! 커튼콜에 연출가와 음악감독이 같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걸 보니 작년12월31일밤 초연무대인 듯한데 이런 감동을 안고 행복하게 새로운 해를 맞이했을 링컨센터의 그 관객들이 부러울 정도... MET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다시 선보인 이번 'Carmen' 공연은 뛰어난 연출 및 프로덕션 디자인,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한 음악, 그리고 카르멘 역의 엘리나 가랑차의 탁월한 실력이 잘 어우러졌다. 턴테이블 시스템을 잘 활용한 무대 운영과 성벽을 응용하여 다채롭게 표현한 각 Act별 무대 디자인이 매우 돋보였고 1막, 3막 인트로의 2인무와 2막 인트로의 플라밍고 댄스 등 각 Act별로 아름다우..

2010/brief comment 2010.04.22

God of Carnage

이 공연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오롯이 작가 때문이었다. 연극 'ART'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으로 작년 토니상 연극 부문 작품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연극 '대학살의 신'_ 일상의 쪼잔함, 지식인/중산층의 허위의식 등을 지적 코미디로 풍자하는 스타일은 전작 'ART'와 비슷하면서도 그 저변의 탁월한 통쾌함과 뒤끝있는 유머의 수위는 좀 덜한 듯... 그래도 역시 세련된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부부커플 4인의 캐릭터의 힘이 이 작품은 대단히 컸다. 극의 팽팽한 긴장감과 유쾌함을 능수능란하게 조종해 가는 연극계 대표배우들의 베테랑 실력이 돋보인다. 주로 묵직하고 강렬한 배역을 맡아왔던 서주희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함께 말 그대로 객석을 술렁이게 하는 구토 연기까지 또한번 감탄하게 만든..

2010/brief comment 2010.04.19

Milk

4년전 뉴욕에 갔을 때 '아, 그래서...아니, 그래도 여긴 미국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첫번째는 링컨센터에 공연보러 갔을 때 공연 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였다. 그 곳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레스토랑 창문 바로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나눠주는 전단을 받아보니 그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이들인데 다름아닌 부당해고에 대한 시위였다. 행인들이 불편하지 않게 가드레일 하나 쳐 놓고 경찰 한 명만이 그냥 옆에 서 있었다. 자신들이 당한 부당함을 바로 그 가게 앞에서 그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들에게 알리고 있는 그 풍경이 생소하면서도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번째는 때마침 매년 6월말에 열리는 '게이 ..

2010/brief comment 2010.04.06

MET opera on screen_ Knight of Rose

절기를 잊은 듯한 3월의 마지막날에 본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_ 최고의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페라 스타 르네 플레밍과 수잔 그레이엄이 자신들의 대표작 캐릭터이기도 한 '장미의 기사'의 두 주역으로 다시 선보이는 공연이다. 메트의 오래된 프로덕션답게 신선함보다는 노련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제껏 스크린으로 접한 메트 오페라 작품들 중 오페라 가수들의 연기력이 가장 돋보이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감상하기에 편안한 작품이었다. 마샬린 공작부인 역의 르네 플레밍은 다소 변덕스러운 성격의 표현에 있어서도 순발력이 뛰어났고 인생의 외로움, 나이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상실감 등을 깊이있게 표현했다. 옥타비안 백작 역의 수잔 그레이엄은 남자 역할과 여장한 남자 역할 두 가..

2010/brief comment 2010.04.01

천변살롱

작년에 놓쳤던 '천변살롱'을 만나다... 1930년대 풍미했던 15곡의 '만요'가 모단걸 1인 그리고 피아노&아코디언,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 4인의 연주와 함께 모노드라마식 음악극의 형태로 펼쳐진다. 하림의 편곡 덕분에 30년대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좋은 노래들이 선사되었고, 박준면의 가창력과 관객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빛나는 공연이었다. 연극성이 풍부한 노래 가사들이 극중에 잘 녹아들게금 하여 오히려 인기 대중가요들을 짜깁기한 요새의 몇몇 창작뮤지컬보다 '맘마미아' 식의 주크박스 스타일로는 오히려 극화에 더 성공한 듯하며 1930년대의 음악과 시대상을 충실히 그리고 재미있게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 시대의 음악의 여운에 흠뻑 빠져 돌아오는 길... 그런 생각이 문득..

2010/brief comment 2010.03.29

Romance / Romance

약 3년전...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그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물론 나 역시 놀라고 기뻐했다. '미녀와 야수' 등 전작들에서 공주 역할이나 그와 유사한 캐릭터들만 맡아왔던 그녀가 놀랍게도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노래와 감성 연기 역시 한층 성장된 모습이었다. 그녀의 재발견, 그리고 뮤지컬계의 기대가 한층 모아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영국 유학을 떠났고 그녀를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되자 많은 관계자 및 관객들이 그녀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조.정.은. 그녀가 돌아왔다. 2년여만에 돌아와 한국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예상을 깨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로드웨이 신작 소극장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였다. 그녀가 '스핏파이어 그릴'을 공연하..

2010/brief comment 2010.03.02

Legally Blonde

작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캐스팅 발표와 함께 뮤지컬 마니아들의 원성이 폭발했다. 주인공 엘 우즈 역에 캐스팅된 이는 제시카, 이하늬, 김지우_ 보통 연예인 캐스팅의 경우 연예인과 안정적 실력의 뮤지컬배우를 더블캐스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뮤지컬배우 출신은 전혀 없이 셋 다 연예인이 캐스팅된 것이었다. (뭐...마니아들 역시 이중적인 게 사실이다... 연예인 캐스팅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나중에 마니아 동호회 사이트 리뷰 보면 연예인 출연분을 보는 경우가 꽤 많다......) anyway... 한참 논란이 있었던 그 때에 캐스팅 소식을 보며 나는 김지우 공연을 보고 싶었다. 김지우의 경우 연예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우 중의 하나다. 그녀가 출연한 이전의 몇몇 공연들을 전..

2010/brief comment 2010.02.26

MET opera on screen_ Tales of Hoffmann

뮤지컬 연출로 토니상을 수상한 경력답게 모던한 연출이 빛난다. 그리고 몇몇 씬에서는 오페라보다는 뮤지컬다운 그런 성향의 연출느낌도 드러난다. 허리 수술로 인해 이번 시즌에서는 처음 지휘 모습을 보인 제임스 레바인도 반가웠다. 호프만의 첫번째 여인 올림피아를 맡은 캐서린 킴은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에 이어 뉴욕 메트 무대에 선 네번째 한국인이라고 하던데 인형의 연기와 하이 소프라노의 콜로라투라를 잘 소화했다. 커튼콜 때 다른 유명한 주역들보다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뿌듯했다.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기대하며... 호프만의 두번째 여인 안토니아 역의 안나 네트렙코는 월드스타라는 유명세 대비 솔직히 큰 감동은 없었다. 연기의 원숙미 뭐 그 정도... 호프만의 세번째 여인은 워낙 ..

2010/brief comment 2010.02.18

웃음의 대학

1년반쯤 전... 연극열전2 작품들 중에서 가장 땡겼던... 그러나 연일 매진으로 티켓을 구하지 못해 못 보았던 '웃음의 대학'을 볼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안석환씨 물론 내가 무척 좋아하는 배우이지만 원년멤버 중의 한 사람인 송영창 선생님의 공연을 보고 싶어서 (지난달에 공연장 앞에서 마침 뵈었을 때에 꼭 보러가겠다고 인사도 드린 지라...) 송영창 - 조희봉 (검열관 - 작가) 페어로 선택했다. 대본 및 연출, 연기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내공이 진짜 세다. 막이 오른지 1~2분 지나지 않아 바로 터지기 시작한 웃음이 막이 내리기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근데... 3~4년전에 이 공연을 봤더라면 객관적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젠 이 작품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거지......

2010/brief comment 2010.02.11

Musical Mozart

시아준수 캐스팅으로 세간 이슈가 되었던... 그러나 솔직히 난 동방신기를 잘 모르며 다른 탄탄한 캐스트의 공연으로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이 작품 자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봐야겠다 생각했던 공연이었다. 호오가 약간 갈리는 듯도 하나 나의 관람 결과는 '괜찮은 클래시컬한 작품'이었다는 것...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고 무대와 의상도 작품을 잘 구현해서 만족스러웠고 쇼적인 것보다 마임적인 요소를 가미한 안무도 작품에 잘 어울렸다. 모차르트 역의 임태경은 내가 봤던 전작들의 지저스나 로미오보다 이 작품이 훨씬 잘 어울리지 않나 싶었다. 남작부인 역의 신영숙과 콘스탄체 역의 정선아는 주역 못지않게 훌륭했고 전작들을 못 봐서 사실 무대 위의 모습은 처음이었던 서범석, 윤형렬도 인상적이었다. 다만...뭐랄까 극적 밀..

2010/brief comment 2010.02.02

MET opera on screen_ Turandot

1월의 MET 오페라 스크린상영작은 드디어 '투란도트' 극 전개도 스피디한 편이고 무대세트 연출도 화려해서 별로 지루할 틈 없이 관람했다. 투란도트 역의 마리아 굴레기나는 명성답게 강렬한 음색과 연기가 돋보였다. 칼리프 역의 마르첼로 조르다니는 10월에 본 '나비부인'의 핑커튼에 이어 다시 보게 된 테너... 핑커튼이 워낙 재수없는 캐릭터여서인지 칼리프 역이 훨씬 매력적으로 잘 어울린다. 3 Tenor를 이을 차세대 주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더니 3막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아리아를 힘차게 잘 소화하는...... 링컨센터의 관객들과 함께 나도 박수칠 뻔 했다. 류 역을 비롯한 조역들도 탄탄하고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프로덕션이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그래서 언뜻 들으면 공주가..

2010/brief comment 2010.01.28

The Wedding Singer

특별히 나쁘진 않았는데 (마지막의 강압적 기립 유도 外에는...) 그렇다고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은 그야말로 특별함은 별로 없는 그런 심심한 범작이 되어버린 게, 작품 자체 Value의 한계 때문일까 아님, 제작사(정확히는 프로듀서)와의 궁합이 잘 안 맞는 작품이어서일까... 원숙한 연기를 보여줄 황정민보다 캐릭터에 더 적합할 박건형을 택해서 보았는데, 딱 박건형만큼의 매력이 발산된 무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리고 의외로 조연급 캐릭터를 맡은, 그러나 연기 변신의 폭을 넓힌 윤공주의 가상함이 돋보였고... 의상, 안무 좀 괜찮았고... 그냥 그 정도...... 다른 Producing으로 태어나면 진짜 로맨틱코미디다운 Wedding Singer가 될 수 있으려나...

2010/brief comment 2010.01.21

Contact

노래가 없는 이 작품이 과연 뮤지컬인지 아닌지에 대한 격한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토니상 뮤지컬작품상 등을 거머쥔 소식이 들린 2000년 초기부터 이 작품을 궁금해했었다. 연출/안무가인 수잔 스토로만에 대한 기대 플러스, 과연 어떤 작품이기에 하는 궁금증...... 솔직히 이 작품이 많은 관객들과 Contact하기에 미흡한 현재의 한국 시장에서 아무튼 단기간 공연으로 드디어 초연을 했다. 이 작품은 컨택트에 거리낌이 없는 남녀들의 이야기, 컨택트를 갈구하지만 남편과는 컨택트할 수 없는 여인의 이야기, 오늘 당장 컨택트를 하지 못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춤으로, 무엇보다도 몸의 언어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미술작품 '그네'를 모티브로 하여 한 여인을 둘러싼 귀족과 하인..

2010/brief comment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