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사람이나
새끼 손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빨간 실이 매어져 있대요
그 실의 끝은
그 사람의 인연이 되는
또 한사람의 새끼 손가락에 매어져 있다죠
그런데
그 실은 이리저리 얽혀 있어서
그 실의 끝을 찾기란 쉽지 않대요
그래서
'아! 이 사람이구나' 하다가도
'아... 이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면서
그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하는 거죠
2
처음엔 서로를 마주 봤어
다른 어디는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한 번 흔들리고 나니
쉽게 스쳐 지나가게 되더라구
뒤돌아보고 싶었는데
그 뒷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았어
그래도 마주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계속
엇갈리기만 했지
이런 우리가 과연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3
특별한 고통도
희귀한 기쁨도
일상이 되면
익숙해진다
이별에 동의하고도
우리는 한참을
미적대고 있었다
어색한 상황에 익숙해져
더 이상 어색할 줄도 모를 때
우리는 갑자기
등을 떠밀렸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드는 생각
그 때... 솔직했더라면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솔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4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순간을 돌아본다
그 순간이 지니는 의미를...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5
이뻤는데...
눈부셨는데...
네가 뭘 해도
가슴이 뛰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까지
네가 늙어가는 걸 볼 수 있을까
내가 늙어가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 앞날이 어떻게 되든
행복해라
부탁이다
행복해져라...
6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걱정되고 보고싶은 마음부터가 사랑일까
잠을 설칠 정도로 생각이 난다면
그건 사랑일까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오랜 시간이 지나 뒤돌아봐도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면
그게 사랑이었을까
7
지구상에 65억 인구가 있고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하다지만
그 많은 사람의 앞날을
미리 알고 정해 놓을 리가 없다
그런... 불필요한 수고를 할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그것은 운명이었다고
믿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그것은 운명이지 않았을까
변명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잊어버린 채...
8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9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시작할 때는
두려움과 희망이 뒤엉켜 아프고
시작한 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싶어서 부대끼고
사랑이 끝날 땐
그 끝이 같지 않아서 상처받는다
사랑 때문에 달콤한 것은 언제일까
......
그리하여
사랑은 늘 사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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