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반 하나가 우연히 그냥 생겼다...
음반 관련 일을 하는 후배한테 받았는데 뭔지 몰라서 차에 던져 놓았다는,
한두 곡 빼놓고는 다 모르는 노래라는 20代의 우리 남자팀원 하나가
내가 탐냈더니 "그럼 가지세요~" 하며 너무도 흔쾌히 주었다...
이영훈의 노래들을 이문세가 아닌 다른 가수들이 부른
'옛사랑+' 이라는 타이틀의 앨범...
세상에... 이영훈을, 이문세 노래를 모르는 이들이 있다니......
처음엔 이영훈 추모 헌정앨범인가 싶었는데
이영훈이 직접 프로듀싱과 뮤직 디렉팅을 한 걸로 보아
아마도 세상을 떠나기 전의 마지막 작업인 듯...
몇 곡들은 가수와 새로운 Arrangement가 별로 맘에 들지 않기도 하고
대부분의 곡들은 이런저런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할 만큼 역시 괜찮고
몇몇 곡들은 가슴이 쿵쾅거릴 만큼 매우 좋다...
신구 세대의 가수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내공 깊은 구세대의 가수들이 새롭게 부른 곡들이 더 많이 와 닿는다.
2CD와 함께 예쁜 별도의 가사집이 있는데
각각의 노래마다 그 곡을 만들었을 때의 감성과 이번 작업의 감회를
이영훈이 일일이 다 써 놓았는데 그 Composer's Diary도 재미있었다,
아, 이 곡을 그렇게 썼었구나...
예를 들면,
옛사랑_ 어쩌다가 이 곡의 가사를 쓰고 난 후 더 이상 쓸 말이 없었다.
아니,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곡 이후에 쓴 내 노래의 가사들은 모두가 별첨 정도일 뿐이다.
슬픈 사랑의 노래_ 1986~1996년 작곡.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고
내 생애 다시 작곡하기 힘든 곡이다.
발표된 곡들 중 가장 작곡시간이 오래 걸린 작품이다.
해바라기_ "이세상은 널 사랑하니까, 변명하지 말고 살어"라고 했던
여인의 고운 지혜가 새삼 가슴아픈 곡.
풋잠 속에 문득_ 젊은 시절 선배님(전인권)을 생각하며 이 곡을 만들었고
이제 많은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되신 선배께서
부르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감회를 가졌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군요. 이제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사집의 각 앞부분에 옛사랑, 그 첫번째 이야기, 그 두번째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한 페이지씩의 별도의 Prologue가 있었는데,
글의 감성으로 보아 아마 이영훈이 쓴 듯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특별한 감성에 가슴 속이 뭉클해졌다...
누난 예뻐... 난 너무 예뻐... 도대체 히트하고 있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굳이 포장하자면 직설적인 미덕, 그러나 인스턴트적이기 짝이 없는 노래들에 꽂히는
요즘 세대들은 과연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가 내린다...
그리고 바람이 차가워졌다...
찬비 내리는 오늘 아침...
이 앨범의 노래를 들으며...
그 Prologue의 말들을 한자 한자 직접 옮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조차 가슴이 뻐근해진다......
옛사랑, 그 첫번째 이야기
#01 만남 운명적인 만남 그것은 전생의 기억이 기적처럼 찾아 온
아주 오래된 인연.
#02 설레임 비정상적일 정도로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그 진심.
#03 첫사랑 언제나 바라보기만 했던 너의 뒷모습이 눈에, 가슴에
깊이 새겨질 즈음 조용히 내 옆으로 와준 너..
그렇게 마주볼 수 있게 된 너와 나, 그리고 첫사랑
#04 풍경 올려다 본 적 없는 푸른 하늘, 축축함이 싫은 비, 잔소리 심한 울 엄마
매일 지나다니던 좁은 골목길, 같은 노래만 나오는 오래된 커피숍
그 모든 게 새롭고 아름다워지기 시작한 것은.
#05 다툼 그건 내가 아니었어. 그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
입을 떠난 비수 같은 그 말. 돌아서서 오는 내내 후회했던 그날.
#06 화해 두 번.. 세 번.. 들었다가 놓았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걸은 전화.
너도 나와 같다는 걸 알고 있어..
#07 사진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
평생을 함께 하자고 굳게 약속했던 바로 그 순간
#08 너의 두 번째 사랑 흔들림 없는 차가운 너의 눈, 얼어붙은 손.
너무도 갑자기 모질게 변해버린 너에겐,
내 눈물도 내 아픔도 보이지 않나봐
#09 풍경 난 이제 하늘을 보지 않아. 비가 오면 가슴이 얼어붙어..
매일 너와 함께 보던 그 풍경들이 왜 이리 낯설게 변해버린걸까.
#10 상실 너 없인 못 살 것 같았는데.. 정말 그럴 것 같았는데..
조금씩 널 잊어 가나 봐.
니가 없이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걸 보면
#11 하루 하루가 지나 또 하루 지나고, 한 달이 지나 그렇게 또 일 년이 지나면
미치도록 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는 널 보고도 웃을 수 있을까
#12 나 나 그리고 너 그리고 나 그리고 너 그리고 나 그리고 너
그리고 나 그리고 나.. 그리고 나.. 나... 나.
#13 기억, 그리고 사랑 기억하기에 사랑할 수 있는 걸까,
사랑하기에 기억하려는 걸까.
사랑하는 우리들의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기억.
깊고 진한 기억의 향기,
그 향기에 취해 나는 오늘도 사랑을 한다.
옛사랑, 그 두번째 이야기
#01 널 기억해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잊혀지지 않는 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바로 그 순간들.. 널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스치듯 지나간 너의 숨소리까지도
#02 헤어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은 이.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모습'은 떠나가는 당신의 뒷.모.습.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기억은
우.리.사.랑.했.던.그.때.그.순.간.들.
#03 Dream 우리 함께 있어, 우리 지금 사랑하고 있어
'너'도 아닌 '나'도 아닌 '우리'가 함께 있어 이건 꿈인 걸까
#04 서약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이 이상 그 어떤 표현이 필요할까요
#05 그대가.. 웃을 수 있었죠.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대가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했을 걸요
#06 잔향 알고 있니 소리에도 향기가 있다는 사실을
짙은 잿빛을 닮은 너의 휘파람 소리
그래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던 너와 나의 마지막 순간
#07 Rain 바닥에 고인 빗물이 그려낸 건 너와 나의 지나간 이야기들
내 인생 가장 아름다웠던 우리 사랑하는 동안의 소중한 기억들
#08 옛사랑 아련하게 떠오르는 건 너의 목소리, 너의 향기, 너의 손동작,
너의 수백가지 버릇들.. 그 모든 것이 생각나는데..
이상하게도 너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아
우리 사랑했던 기억들은 이렇게도 생생한데
#09 안녕 어떻게 그렇게 안녕 이라고 하니 어떻게 그렇게 뒤돌아 가니
어떻게 그렇게.. 어떻게 그렇게..
#10 여행 기분좋은 바람이 속삭이는 어느날
푸른 하늘에 반해 자유가 그리운 어느날
문득 너의 생각에 마음이 그리운 어느날
#11 아픈 강요 사랑하지 말자고, 사랑하면 안된다고 잊을수 있다고,
잊어야 한다고 그러다 사랑하지 않게 되더라도
분.명. 서로의 기억속에 존재한다고
#12 목소리 너의 목소리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
넌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넌 나를.. 떠나려 하고 있구나..
#13 1+1=1 사.랑.해. 이 짧디 짧은 한 마디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어기고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 라는 새로운 법칙을 만든다
그래서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