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brief comment

Romance / Romance

spring_river 2010. 3. 2. 17:37




3년전...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그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물론 나 역시 놀라고 기뻐했다.
'
미녀와 야수' 등 전작들에서 공주 역할이나 그와 유사한 캐릭터들만 맡아왔던 그녀가

놀랍게도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노래와 감성 연기 역시 한층 성장된 모습이었다
.
그녀의 재발견, 그리고 뮤지컬계의 기대가 한층 모아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영국 유학을 떠났고

그녀를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되자 많은 관계자 및 관객들이 그녀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 그녀가 돌아왔다
.
2
년여만에 돌아와 한국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예상을 깨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로드웨이 신작 소극장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였다
.

그녀가 '스핏파이어 그릴'을 공연하고 있을 바로 그즈음

R&D Staff
들과 함께 온/오프 브로드웨이 중소형작품들을 한창 리서치하고 있던 중이었다.
조용신 감독님의 소개로 '로맨스 로맨스'라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작품 자료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리서치 및 검토 중인 작품들 중 해 볼만 하겠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드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과정 중에 적극적 검토대상에서 빠지게 되었던...그런 기억이 나는
...
올해 이 작품이 올려진다는 소식에 반가웠었다. 어떤 공연일지 기대가 되었다
.

바로 그 뮤지컬 'Romance / Romance'를 만났다
.
이 작품은 Two New Musicals 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1
막과 2막의 전혀 다른, 그러나 연결성은 있는 두 가지 연애담을 담고 있다.
1
'The Little Comedy'의 무대는 19세기 빈
_
권태로운 삶과 넘쳐나는 그러나 식상한 사랑에 지쳐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신분을 숨기고 서민층으로 위장한 상류계층의 두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도 좋을지 각자 갈등하게 된다.
2
'Summer Share'의 무대는 오늘날 뉴욕의 한 근교
_
주인공 남녀는 오랜 친구 사이로 각자의 배우자들과도 친분이 깊다
.
이 두 커플들이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나게 되는데
,
각자의 배우자가 잠든 사이 이 두 남녀는 밤늦도록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정과 사랑, 일탈에 대한 욕구가 뒤섞인 가운데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 줄타기가 펼쳐진다
.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 선 조정은은

그 시간만큼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1
막 여주인공의 앙큼한 캐릭터에서부터 2막 여주인공의 섬세한 연기까지 무척 좋았고
,
세련되지만 무척 어려운 이 작품의 뮤지컬 넘버들을 훌륭히 소화해 내었다
.
그녀가 아니었으면 이 노래들을 과연 잘 부를 수 있었을까 싶었다
.
조정은과 남자 주인공 역의 최재웅은

작품 개발 단계의 리딩 워크샵부터 함께 참여해서인지
결코 쉽지 않은 뮤지컬 넘버들과 대사 소화력, 연기 호흡이 굉장히 능숙했다
무대는 기능적인 측면은 좋았으나 약간 아쉬운
...
의상은 솔직히 너무 아니올시다 였다
.
객석에서 볼 때에 의상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요소다
.
관객들의 시선이 배우들을 좇을 때에 당연히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게 바로 의상이다
.
이 작품에서의 의상은 배우와 캐릭터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
1
막의 상류계층 의상들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하나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았으며

2
막의 현대 의상들 역시 아무런 느낌조차 주지 않는 평범 그 자체였다.
의상만 괜찮았었더라면 모든 요소들이 웰메이드로 상승되는 그런 작품이었을 텐데
...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1막을 관객들은 더 좋아하는 듯한데

난 오히려 미묘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2막이 더 인상적이었다.
남녀 사이에 플라토닉 러브가 가능한가라는 얘기부터 시작되어

두 사람은 평탄한 결혼생활을 각자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배우자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각자 내면에서의 싸움과 서로의 줄다리기를 거쳐 드디어 일탈을 꿈꾸지만

결국 두 사람은 마음을 거두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과연 그게 제자리일까
?
이미 서로의 마음을 알아버린 그들이 돌아온 건 이제 너무나 달라져버린 제자리일 걸
...
우정도 사랑도 진행시킬 수 없는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둘 다 포기하고 서로 만나지 않으며 서로에게 없는 존재로 마음먹으려 힘들어하거나
,
애써 노력하며 쉽지 않은 그 우정을 지속시키려 하게 되겠지
...
다른 길은... 없는 건가
......

사전적 의미로 Love가 사랑을, Romance Love affair, 연애 사건을 뜻하는 거라면

이미 사랑을 얻은 이들이 그럼에도 꿈꾸는 게
Love
인가, Romance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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