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monologue

시니어의 마음이 서글퍼지는...

spring_river 2013. 4. 12. 18:29


LG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시니어 마케팅의 출발점 -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보편적 고민'이라는 

연구보고서를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 회사 주재원 생활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10년간 살았던 친구가 한 얘기가 있다.

골프장에서 보면, 다들 보통 편한 복장(예를 들어, 티셔츠&반바지)으로 오는데

정식 골프 의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입고 오는 사람은 다 한국인이라고......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을 가족 선물용으로 오래 전엔 가끔 샀었는데

최근 몇 년동안은 별로 사 본 기억이 없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건강 또는 친목을 이유로 중장년층의 등산 인구가 증가한 데에 대한 수요 반영이었다.

가까운 산을 가면서도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으로 굳이 갖추는 그들에 대해

난 위에서 잠깐 언급한 골프 의류 갖춰 입고 골프치는 그들과 유사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보면서 단순히 그렇게 치부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단락 옮겨보자면,


......

지난해 우리나라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 시장 규모의 업계 추정치는 5조8000억원이다. 

6년동안 5배 가까이 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 규모가 되었다.

젊은 구매층도 많이 늘어났지만, 이같은 급격한 성장세를 만들어낸 것은 중년층 소비자이며

아직까지도 핵심 구매층은 중년층 이상이다.

......

(시니어 대상의 심층 인터뷰 결과 요약 중) 시니어 소비자들은 

대체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자신보다 나이 들어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자신을 젊게 인식하는 이러한 현상은

물리적 시간의 흐름에 정신적 향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연구 결과 인용 중)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의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6~12년 젊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나이에 대한 인식 불일치는 더 젊어지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나이들게 본다는 사실을 상쇄할 만한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찾는 욕구로 이어지게 된다.

(OO일보 조사에 따르면) 50대 소비자들의 36%가 아웃도어의 의류를 입으면

자신이 더 젊어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

옛날이 편안하지만 새로운 것도 써보고 싶다는 게 시니어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새로운 것들 중 불필요한 게 너무 많아서 

의미있는 것만 배우고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온다. 

보통 시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용도가 놓은 것은 

새로운 게 진정으로 좋아서라기보다는 시대에 뒤쳐지기 싫어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시니어 소비자들이 하이테크 제품을 구매한 후, 

나름 잘 사용하는 자신을 볼 때는 자존감이 살아나고 기분이 좋은 반면,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때는 속상해한다.

......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한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노인용 상품은 고르기는 싫다.

다시 아웃도어 의류로 돌아가보면,

아웃도어 의류가 많은 시니어 소비자에게 선호되는 이유는

편하고 멋있으면서 중노년층만이 입는 옷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젊은 층과 같은 제품을 쓰면서 편하기도 한 것이 최선이다.

......

니어 소비자들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상품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에 적합하게 수정된 상품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



공연시장에서도 중장년층 구매/관람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핵심 관람층이었던 20~30대가 이젠 30~40대가 되었고

 그 시절에 공연 관람의 경험을 조금씩 가져왔던 40대가 이젠 50대가 되었고

 아르바이트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고, 빚쟁이가 되어 사회에 나오게 되는 지금의 20대들은 

 경제력의 여유가 없어 이전의 20대들만큼 공연을 잘 접하지 못한다...)

그들을 위한 마케팅에 좀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처음엔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보고서를 읽으면서 왠지 맘이 짠하고 조금 서글퍼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남일 같지도 않고...

보고서인데, 왜 이리 슬프지?ㅠㅠ


마가 스마트폰 갖고 싶다고 하는데 가르쳐 줘야 하니 귀찮아서 

반대 설득하며 미루고 있다는 친구, 동료들의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한다.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바로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니즈들이 높기 때문에 시니어용 스마트폰 만들면 잘 판매될 것 같은데

국내 제조/서비스사들은 왜 빨리 기획 안 해내나 모르겠다.

그들 대상으로 선호도가 높을 만한 (물론 기존 모델 그대로가 아닌,
시니어들이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부분적
 수정을 거친) 어플리케이션들을 기본 탑재해 놓고

폰의 기본 인터페이스를 훨씬 심플하고 편리하게 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좋을 텐데...


세상은 늙어가는데 

모두가 그걸 자꾸 잊는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러했다.

트렌드에 가장 강하고 신속한 그룹인 기업들 역시

그들의 비중을 알면서도 전체를 고려하면 

쩔 수 없이 또는 여전히 secondary target이다.


그나저나 시니어의 심리가 벌써 이렇게 슬프게 다가오니 어쩌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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