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
# 2년 전 추석 시즌에 TV에서 방영한 영화를 봐서
이미 줄거리를 알고 보았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라고 하던데,
하나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이라
어찌 보면 연극화하기에 안성맞춤인 극본이다.
효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렬로 배치한 테이블 방식도
극의 필요상 나쁘지 않았고
영상 매체의 활용도 적절했다.
배우들의 티키타카 합도 잘 맞고
속도감 있게 스릴넘치는 전개도 깔끔했다.
연극은 영화에서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현실로 끝을 맺는다.
그들의 삶의 블랙박스가
판도라의 상자가 되는 걸 이미 목격한 관객들은
알면서도 괜히 안심이 된달까...
# 열흘간 외부로부터의 모든 것이 차단된 채
심신을 치유하는 고급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소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연극의 교훈과 잘 어울리는~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마음 속에 있는 걸 찾아나서지 않는 것이다."
아, 그러구보니 이 소설의 제목에도
완벽한 타인들이란 말이 들어가네...
그런데 그 의미가 다르긴 하다.
(전혀 딴 내용의) 이 소설과,
(연극의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의 원제는
Perfect Strangers이고,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의 영어 제목은
Intimate Strangers이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소설에서는
낯선 이들(strangers)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perfects'한 타인들이라는 의미이고,
이 영화와 연극에서는
나와 너무 가까운 존재여서 남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냥 친밀한 관계의(intimate) '모르는 사람(stranger)'이라는 의미다.
# 어차피 세상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편한 게 진실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