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brief comment

완벽한 타인

spring_river 2021. 6. 16. 11:03

 




★★



# 2년 전 추석 시즌에 TV에서 방영한 영화를 봐서
   이미 줄거리를 알고 보았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라고 하던데,
   하나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이라
   어찌 보면 연극화하기에 안성맞춤인 극본이다.
   효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렬로 배치한 테이블 방식도
   극의 필요상 나쁘지 않았고
   영상 매체의 활용도 적절했다.
   배우들의 티키타카 합도 잘 맞고
   속도감 있게 스릴넘치는 전개도 깔끔했다.
   연극은 영화에서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현실로 끝을 맺는다.
   그들의 삶의 블랙박스가
   판도라의 상자가 되는 걸 이미 목격한 관객들은
   알면서도 괜히 안심이 된달까...

# 열흘간 외부로부터의 모든 것이 차단된 채
   심신을 치유하는 고급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소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연극의 교훈과 잘 어울리는~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마음 속에 있는 걸 찾아나서지 않는 것이다."

   아, 그러구보니 이 소설의 제목에도
   완벽한 타인들이란 말이 들어가네...
   그런데 그 의미가 다르긴 하다.
   (전혀 딴 내용의) 이 소설과, 
   (연극의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의 원제는
   Perfect Strangers이고,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의 영어 제목은
   Intimate Strangers이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소설에서는
   낯선 이들(strangers)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perfects'한 타인들이라는 의미이고,
   이 영화와 연극에서는
   나와 너무 가까운 존재여서 남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냥 친밀한 관계의(intimate) '모르는 사람(stranger)'이라는 의미다.  
   
# 어차피 세상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편한 게 진실이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