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monologue

리더의 힘

spring_river 2016. 11. 11. 17:31

 

 

이켜 보면
내가 실무자인 그 시절에는 매뉴얼들을 참 많이 만들었고
연차가 쌓여 관리자가 된 후에도 여전히 내가 만들거나
또는 후배들에게 구축해 나가도록 한 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매뉴얼의 효용성에 대해 덜 중시하게 되었고
종종 마주치게 되는 매뉴얼 만능주의는 대단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부터냐 하면
재직기간 중 온전한 정부의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던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결과물들을
MB가 당선되자마자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그 때부터였다. 
(그 폐해는 이미 여러 사건들로 판명난 지 오래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애써 매뉴얼을 만들면 뭐 하나?!
리더가 그것을 폐기해 버리거나 자기 맘대로 오독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모든 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였다.

3년 전
손석희 앵커가 jtbc의 뉴스 부문 사장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에
사실 매우 마땅치 않아 했고 내심 적잖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종편채널의 변화 가능성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우리집 TV에서 몽땅 다 삭제해 놓은 종편채널 중에
jtbc만 해제해 놓은 때가 아마 그 해부터였다. (이건 지금까지도...)
그런데 진짜 jtbc가 서서히 달라졌다.
이듬해, 방송사 중 유일하게 세월호 보도의 끈을 놓지 않은 곳이 jtbc였고
또 올해 어김없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반면, 좋은 베테랑 기자들이 많이 있었던 MBC와 KBS는
어용사장이 들어서면서부터 뉴스의 본질적 의무를 완전 상실해 버렸다.
(물론 상당수의 기자들이 많이 해직된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리더가 조직을 어떻게 바꿨는가에 대한
아주 적절한 상반의 예가 되었다.

또다시
리더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리더 하나가 이렇게 조직을 (나아가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스템이란 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엉망진창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후진 수준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매뉴얼이 중요하고 시스템이 중요한 건
사람이 바뀌더라도 업무나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해 주는 
그런 힘을 발휘해서이다.
과도하게 너무 기대서도
있어도 없는 것과 매한가지로 제대로 쓰지 못해서도
맘대로 없애 버려서도 안 된다.

리더의 조건...
회사에서도
국가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느끼고 있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