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뒤돌아보기
1~2주전 블로그 지난 글에서 무언가를 찾던 중
예전 blogin 사이트에 있었던 8년간의 글들을 이곳으로 일일이 옮기던 과정에서
폰트 크기가 제대로 조정이 되어 있지 않은 글들이 꽤 있음을 발견하고 수정하다가,
문득 맘이 동하여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의 첫 포스트부터 역순으로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올 가을 9월이면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만 10년이 되어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포스트들이 꽤 많아 틈틈이 읽어보는 데에도 거의 열흘 정도가 걸렸다.
이제까지 총 615편의 포스트_
내용상으로 분류하면
일상의 생각들을 기록한 monologue 199,
주로 공연과 영화(가끔은 책)에 대한 감상을 기록한 brief comment 267,
여행이나 나들이 기록 또는 그루 사진 등을 올린 photo essay 136,
기억 차원에서 이따금 기록하고 싶은 인용글 quotation 13.
(※brief comment는 267편이지만 특별한 감흥이 없어 굳이 쓰지 않은 것도 많다.
따로 메모해 둔 것을 뒤져보니
블로그를 시작한 2003년 후반부터 최근까지 본 공연 수가 총 223편, 영화 수가 총 150편이다.
숫자를 물끄러니 쳐다보다가, 이제 내 기억력을 더 이상 탓하지 않기로 했다...
많이 봐서 기억이 안 나는 거야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 글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읽으면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이 났다.
내가 이런 글도 썼구나 생소해하며, 자기가 쓴 글도 기억 못 하는 나의 형편없는 기억력에 우울...
지금은 소년이 되어버린 그루의 어릴 적 귀여운 모습들과 행적들을 보며, 그때 그랬었구나...
가족 여행을 참 많이 했구나... 어느 한 곳도 예외없이 또다시 가 보고 싶을 만큼 탁월했던 곳들...
그리고... 참 숨가쁘게 바쁘게 살았었구나... 또... 내가 그런 고민들을 하며 살았었구나...
30대 초중반부터 현재까지의, 나의 10년이 담겨 있었다.
애써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저주받은 내 기억력 속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소중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또 쭈욱 지나고보니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특히 30대 후반의 수년동안이 내가 정신적 슬럼프에 무척 힘들어했던 시기였다는 것...
꼭 나이와 상관있는 건 아닌데 거의 마흔을 기점으로
블로그 포스팅의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게을러져서일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는 글쓰기가 힘들어져서였다.
2010년의 어느날은 이렇게 적고 있었다.
요즈음...
뭔가를 쓴다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다.
직업적인 글쟁이도 아니고 뭔가 대단한 걸 쓰는 것도 아닌데
그냥 끄적거리는, 별거 아닌 무언가도 괜히 힘겹다.
머릿속도 헝클어져있고 가슴속도 꽉차는 뭔가의 느낌이 없고
뇌 속의 아이디어와 언어는 흩어져있고 손끝은 무뎌져있다.
나의 10년이 담긴 기록들을 보니
글을 남기는 것에 대해 조금은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는 곧, 생각을 좀더 많이 하며 그리고 충만히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 이제 좀 그만 게으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