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re-Dame de Paris
이전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에는
굵직굵직한 대회의 전야제나 개회식, 폐막식 등이
직업적인 이유로 꼭 보아야 할 텍스트였다.
그 중 잊혀지지 않는 이벤트 하나가 바로
98년 프랑스 월드컵이었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전야제, 그리고 개막식을 보면서
난 적지않은 충격을 내심 받았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우 이러한 류의 이벤트야말로
일반성과 특수성을 고루 갖추어야 하는 행사인데,
스포츠(또는 축구)를 통한 세계 화합 등의 내용을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수위로
그 주최국가의 문화와 글로벌적인 문화가
적절히(!)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남들은 신기해하고 부러워하지만
막상 자국에서는 별 눈길을 끌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그러한 전통문화를 지닌 우리나라로서는 정말로 어려운 숙제다.
프랑스 월드컵 전야제와 개막식에서 내가 놀라워했던 것은
첫째 그 일반성과 특수성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프랑스인들이 자랑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문화가
정말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었고
전체적인 주제와도 잘 매치되어 있었다.
둘째는 자유분방함이었다.
보통 Ceremony라는 이름이 붙게 되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아무래도 격식이 있고
어떠한 틀 안에서 크게 못 벗어나게 되는데,
그들의 Show는 깜짝 놀랄 만큼 자유분방했고
그러나 그 자유분방함은 번잡함이 아닌
나름대로의 질서가 내재된 자유분방함이었다.
프랑스는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그 이벤트들을 통해
자신들의 명실상부한 문화 선진을 성공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들의, 그러니까 프랑스 문화에 대한
왠지 모를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를 갖게 된 것이...
(홍세화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책을 보게 된 것이
그 전인지 후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 책 역시 프랑스에 대한 나의 그러한 인식을
강화시키는 데에 일조를 했다.
그들의 똘레랑스에 많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Anyway,
그들의 작업을 보면 미국와 다른, 그들만의 컬러가 있다.
그리고 매우 Art적이다. 그래서 '역시...' 하며 또 인정하게 된다.
내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싶었던 이유 역시
프랑스 인터내셔널 투어팀 공연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흔히 보아왔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그들만의 Color가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고 싶었다.
드디어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게 되었고...
그리고 그들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장 훌륭했던 것은 무대 연출!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과 미술적 축약이
출중하게 표현된 무대 장치,
(돈 많이 들어간 티가 나는 브로드웨이식 스펙터클이 아닌,
Simple한 장치의 아이디어적 운영으로 보여주는 스펙터클)
그리고 현대무용에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가 접목되어
자유로우면서도 독창적인 면모를 보여준 안무,
각 씬별 소품 및 조명 연출 등...
공연이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나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했다.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을 정도로...
프랑스에서 건너온 그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다만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주요 남자 인물 4인 중
그랭그와르(사회자)와 페뷔스(근위대장)가
내가 본 공연에서는 커버 배우가 출연했는데
특히 페뷔스가 좀 카리스마가 부족해서 아쉬웠을 뿐
주요 배우의 연기와 노래, 앙상블 댄서들의 춤은
객석의 끊이지 않는 기립박수를 일으킬 만큼 대단했다.
나 역시, 마지막 콰지모도의 노래가 끝날 때에는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나도모르게 주르륵 흐를 정도였으니...
'노트르담 드 파리'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뮤지컬 넘버'다.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 Belle 등
귀에 착착 감기는 샹송풍의 멜로디가 무척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신생기획사가 벌여놓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과 문제점 등
(음향 밸런스, 코러스 녹음 사용, 티켓가격대,
프로그램북, 현장 운영 등)은 차치하고
무척 인상적이고 좋았던 작품이었다.
프랑스에 대한 나의 선입관에 다시금 재확인 도장을 찍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