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brief comment

Notre-Dame de Paris

spring_river 2005. 3. 5. 16:27


이전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때에는
굵직굵직한 대회의 전야제나 개회식, 폐막식 등이
직업적인 이유로 꼭 보아야 할 텍스트였다.
그 중 잊혀지지 않는 이벤트 하나가 바로

98
년 프랑스 월드컵이었다
.
TV
를 통해 생중계되는 전야제, 그리고 개막식을 보면서

난 적지않은 충격을 내심 받았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우 이러한 류의 이벤트야말로

일반성과 특수성을 고루 갖추어야 하는 행사인데,
스포츠(또는 축구)를 통한 세계 화합 등의 내용을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수위로
그 주최국가의 문화와 글로벌적인 문화가
적절히(!)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
남들은 신기해하고 부러워하지만

막상 자국에서는 별 눈길을 끌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그러한 전통문화를 지닌 우리나라로서는 정말로 어려운 숙제다.

프랑스 월드컵 전야제와 개막식에서 내가 놀라워했던 것은

첫째 그 일반성과 특수성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프랑스인들이 자랑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문화가

정말 너무나도 잘 표현되어 있었고
전체적인 주제와도 잘 매치되어 있었다.
둘째는 자유분방함이었다
.
보통 Ceremony라는 이름이 붙게 되면

(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아무래도 격식이 있고
어떠한 틀 안에서 크게 못 벗어나게 되는데,
그들의 Show는 깜짝 놀랄 만큼 자유분방했고

그러나 그 자유분방함은 번잡함이 아닌
나름대로의 질서가 내재된 자유분방함이었다
.
프랑스는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그 이벤트들을 통해

자신들의 명실상부한 문화 선진을 성공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
그들의, 그러니까 프랑스 문화에 대한

왠지 모를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를 갖게 된 것이
...
(
홍세화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책을 보게 된 것이

 
그 전인지 후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 책 역시 프랑스에 대한 나의 그러한 인식을 
 
강화시키는 데에 일조를 했다
.
 
그들의 똘레랑스에 많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
Anyway,
그들의 작업을 보면 미국와 다른, 그들만의 컬러가 있다
.
그리고 매우 Art적이다. 그래서 '역시...' 하며 또 인정하게 된다
.

내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싶었던 이유 역시

프랑스 인터내셔널 투어팀 공연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흔히 보아왔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그들만의 Color가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고 싶었다
.

드디어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게 되었고
...
그리고 그들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장 훌륭했던 것은 무대 연출
!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과 미술적 축약이

출중하게 표현된 무대 장치,
(
돈 많이 들어간 티가 나는 브로드웨이식 스펙터클이 아닌
,
 Simple
한 장치의 아이디어적 운영으로 보여주는 스펙터클
)
그리고 현대무용에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가 접목되어

자유로우면서도 독창적인 면모를 보여준 안무,
각 씬별 소품 및 조명 연출 등
...
공연이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나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했다
.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을 정도로
...

프랑스에서 건너온 그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
다만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주요 남자 인물 4인 중

그랭그와르(사회자)와 페뷔스(근위대장)
내가 본 공연에서는 커버 배우가 출연했는데
특히 페뷔스가 좀 카리스마가 부족해서 아쉬웠을 뿐
주요 배우의 연기와 노래앙상블 댄서들의 춤은
객석의 끊이지 않는 기립박수를 일으킬 만큼 대단했다
.
나 역시, 마지막 콰지모도의 노래가 끝날 때에는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나도모르게 주르륵 흐를 정도였으니...

'
노트르담 드 파리'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뮤지컬 넘버'
.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 Belle

귀에 착착 감기는 샹송풍의 멜로디가 무척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

신생기획사가 벌여놓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과 문제점 등

(
음향 밸런스, 코러스 녹음 사용, 티켓가격대,
 
프로그램북, 현장 운영 등)은 차치하고

무척 인상적이고 좋았던 작품이었다.
프랑스에 대한 나의 선입관에 다시금 재확인 도장을 찍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