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monologue

예술영화 전용관에 대한 단상...

spring_river 2005. 2. 17. 19:05

어제 퇴근길에 회사에서 굴러다니는 무비위크를 들고 나갔는데
지하철 안에서 펴 보니 공교롭게도 지난 연말의 책자다.
그냥 휙휙 넘기면서 보다가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

'
종로 코아아트홀 폐관
'

작년말에 코아아트홀이 폐관되었나 보다
.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다
.
갑자기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짜안하다
.
대학 시절 그리고 사회 초년 시절 자주 찾던 영화관이었다
.
다른 영화관에서는 개봉하지 않는 좋은 예술영화들을

바로 그 곳에서 만났었다.
그러구보니 역시 작년 하반기 언젠가에

대학로의 동숭씨네마텍이 문을 닫고
공연장으로인가 아무튼 용도변경을 할 거라고

어느 지면에서 본 것 같다
.
동숭씨네마텍 역시 열심히 갔던 영화관 중의 하나였다
.
2년 정도는 회비도 내고 영화를 볼 정도였으니
...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던 조그마한 카페도 기억난다
.
좋은 영화를 그곳에서 많이 만났었는데 그 곳도 문을 닫았구나
...
하긴 나부터도 코아아트홀이나 동숭씨네마텍을 간 지가

무지 오래 되었으니 뭐... 할 말은 없지...
대학교 앞 단골집이 없어진 걸 알았을 때와는

또다른 종류의 느낌으로 아쉽다.
내 지난 기억의 한 페이지가 잘려나간 느낌이다
.

생각해 보면 영화 관람이라는 게 미혼남녀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를 낳기 이전의 남녀의 최대의 여가거리다
.
나 역시 이전에는 씨네21 창간 때부터 3~4년인가를

정기구독하며 열심히 읽었었고

(
일주일에 잡지 한 권 읽을 만큼의 시간도 없어
 
채 손도 못 댄 지난호가 서서히 쌓이기 시작하면서
 
아쉽지만 과감히 정기구독을 끊었다.
 
그 때가 아마 조선희 편집장이 그만 둘 때와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
일주일에 한 편씩은 영화를 볼 만큼 영화애호가라면 애호가였다
.
나의 영화 관람은 정확히 그루를 낳은 후부터 끊겼다
.
대부분의 아기 아빠엄마가 그러할 것이다
.
애가 있는 집의 주말은

일주일의 피로를 씻고 여가를 즐기는 그러한 주말이 아니다
.
더군다나 직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평일에 애한테 못다한 것을 주말에 하기 위해
주말은 무조건 '애와 함께 하는 날'이다.
주말에 오붓이 영화를 보러 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 된 것이다
.
그렇게 꽤 오랜 동안을 영화와 멀리 살다가

언젠가 마음이
하기 시작하여
평일 저녁 일찍 퇴근하는 날에 
계획하지 않았던, 불현듯 혼자 영화보러 다니게 되었다
.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이었다.
그렇게 해서 평균 한두달에 1~2편씩 보고 있는 것 같다
.

얘기가 좀 샜지만
,
예술영화 전용관이 폐관에 이르게 된 건

아마 멀티플렉스 극장의 공세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예술영화 인구가 많지 않은 건 옛날보다 조금 늘었으면 늘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뭐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내가 자주 가는 영화관 역시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
다른 편리함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집에서 가까워서 그곳에 간다
.
사람들이 보통 멀티플렉스 극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선택의 폭이 넓어서 아닌가?
하지만 이 이유가 나에게는 별로 해당이 되지 않는다
.
나는 보통 그냥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어떠한 '' 영화를 보러 가니까...
어떠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극장을 찾는 것이고

그 영화가 매진이면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냥 극장을 나온다. 내가 보고자 했던 걸 볼 수 없기에...
(
멀티플렉스 극장 측에서는 나 같은 관객은 Target이 아니겠지
...)
내게 영화는 취사선택 가능한 여가거리가 아니라

꼭 그것을 보고 싶은 그러한 대상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
코아아트홀이나 동숭씨네마텍은

바로 내가 보고 싶어하는 그런 영화를
언제나 많이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
전혀 화려한 곳이 아니었지만 그 곳 특유의 따뜻함이 배어 있었고

늘 새롭고 훌륭한 제안으로 나를 다시 부르곤 했던 곳이었다.
그 곳이 사라졌다
...
종로나 대학로는 내가 자주 가던 거리가 아니어서 낯설지만

그 곳만큼은 그 거리에서 가장 살갑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 곳이 이젠... 사라졌다
...

극장이나 공연장도 그렇고 카페나 술집도 그렇고

크고 좋은 것에 대해서는 별로 친숙감을 못 느끼는 타입이라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작은 공간들에 대해
슬프고 그리고 쓸쓸하다...